정신질환
'천의 얼굴' 불안장애… 공포·호흡곤란 등 증상 다양
이현정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5/11/25 06:00
불안장애 종류
유전·뇌 기능·경험따라 발병
신체 증상 탓 다른 질환 오해
방치하면 또 다른 불안 유발
일상생활 힘들면 병원 찾아야
불안장애의 종류별 증상은 다음과 같다. 공황장애는 이유 없이 숨이 가빠지고 '곧 죽을 것 같다'는 공포감을 느끼는 병이다. 평생 유병률(전체 인구 중 평생에 한 번 이 병을 겪는 사람의 비율)이 5% 정도다. 가족 중 공황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나타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포증은 좁은 곳, 높은 곳, 뱀, 뾰족한 물건 등 특정 장소나 대상을 접하면 극심한 공포감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불안장애 중 평생 유병률이 10~15%로 가장 높다. 공포증 중에서도 무대공포증(발표·연설 등을 두려워하는 병)이나 대인공포증(불특정 다수를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병)이 많은 편이다. 공포를 느끼는 대상과 마주하면 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 신체가 흥분 상태에 빠진다.
강박장애는 강박감을 느껴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병이다. '집에 도둑이 들지 않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밤새 현관문 앞을 지키는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교통사고·자연재해 같은 큰 사건을 겪은 후에 주로 생긴다. '교통사고를 다시 겪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때문에 차가 많은 곳에 못 가는 식의 증상을 보인다.
◇성격·뇌 기능·경험에 따라 달라
똑같이 스트레스를 받아도 왜 누구는 공황장애로 이어지고, 누구는 공포증을 앓게 되는 걸까?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미 교수는 "사람마다 유전적인 요소, 뇌 기능, 경험 등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고력이나 감정·행동을 조절하는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면 공황장애가, 기억에 남을 만한 특정 경험을 했다면 공포증이 잘 생긴다. 뇌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에 이상이 생기면 강박장애가, 선천적으로 교감신경이 과활성화돼 있는 상태에서 큰 사건을 겪었다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생길 위험이 크다.
◇방치하면 다른 종류 불안장애 겪어
불안장애는 종류가 워낙 다양한데다가 호흡곤란·어지럼증·소화불량 등 신체적인 증상이 동반되기 때문에, 진단이 늦게 이뤄진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경란 교수는 "환자가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등 다른 진료과를 찾았다가 마지막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공포증의 경우 서양에서는 환자가 전체 인구의 13~15%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는 0.5%에 불과하다. 이는 환자가 병을 인지하지 못 하거나, 병을 알아도 편견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아서 환자 수가 정확히 집계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불안장애를 방치하면 우울증이 동반되거나, 자신이 앓고 있는 유형과 다른 유형의 불안장애를 함께 겪을 수 있다. 불안장애 환자의 절반 정도가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범불안장애 환자의 25%가 공황장애를 겪는다는 통계가 있다. 두 종류 이상의 불안장애가 생길 경우 치료가 어려워지므로, 증상 탓에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최대한 빨리 병원 검사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