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발암물질 1군' 가공육, 술·담배만큼 위험하단 뜻 아냐

황대용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장

[메디컬 포커스] 가공육 유해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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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용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장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기관인 국제암연구소(IARC)가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육을 발암물질 1군으로 지정해 파장이 크다. IARC는 가공육(肉)과 암 발생을 평가하는 연구를 발표하며, 18개의 코호트 연구 중 12개(67%)에서 가공육이 암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우려하듯, 정말로 햄을 먹으면 암에 걸리는 걸까.

IARC의 발표 내용에서 주의해서 봐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먼저, IARC가 검토한 모든 연구는 코호트(Cohort) 연구다. 특정 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집단을 추적하고, 이들의 질병 발생률을 비교해 요인과 질병 발생의 관계를 조사하는 방법이다. 즉, 역학(疫學·이미 일어난 일의 원인을 찾는 것) 연구인데, 가공육이 어떻게 암을 유발하는 지에 대한 근거를 대기에는 불충분하다. 또 가공육이 발암물질 1군인 다른 물질(담배, 술, 대기오염 등)과 동일한 위험도를 갖는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세계질병부담조사(GBD)에 의하면 가공육 과다 섭취로 인해 매년 3만4000명이 암으로 사망한다. 반면 담배와 술은 각각 100만·60만명의 암 환자가 사망한다. 대기오염의 경우 20만명이다. IARC의 발암물질 분류 기준은 '특정 물질이 암을 유발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얼마나 있느냐에 따른 것이지, '특정 물질이 암을 얼마나 많이 유발하는가'를 알려주는 게 아니다.

발표 내용 중 "10개의 코호트 연구를 분석했더니, 가공육을 하루에 50g씩 먹으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18%였다"는 부분이 있다. 이 대목에서 '매일 햄을 먹으면 암에 걸릴 가능성이 18% 증가하는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말의 정확한 의미는 가공육을 아예 안 먹는 100명은 아무도 암에 안 걸린다고 가정했을 때, 가공육을 매일 50g씩 먹는 100명 중에서는 18명이 대장암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높은 수치가 아닐 뿐더러, 우리나라 국민이 하루에 먹는 가공육 양은 6g 정도(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로 적어서 염려할 필요가 없다.

이번 IARC의 발표는 연구자나 의료인 등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공중보건 측면에서 가공육에 관심을 갖게 하고자 기획·조사된 내용이다. 개개인이 가공육을 먹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를 정해준 지표가 아니다. 많은 양을 먹으면 분명 문제가 되지만, 건강한 사람이 햄이나 소시지 등을 먹는 것은 단백질을 섭취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모든 음식이 그렇듯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것만 기억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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