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닳아 없어진 무릎 연골, 줄기세포 심어 되살린다
강경훈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5/09/15 05:30
히딩크 감독 무릎 고친 '카티스템'
신생아 탯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
이식 환자 97.7%가 연골 재생 효과
임상 결과, 면역 거부·부작용 없어
무릎뼈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연골은 나이가 들면서 닳는다. 나이가 젊어도 축구나 농구 같은 스포츠 활동을 격하게 하면 연골이 빨리 닳는다. 연골은 재생되지 않는다는 게 그 동안의 상식이었다. 연골에는 혈관이 없어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 치료에 쓰인 카티스템은 이런 상식을 뒤집었다. 카티스템은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인 메디포스트가 기초 연구와 동물실험, 실제 임상시험까지 11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세계 첫 타가(他家) 줄기세포 치료제다. '타가'는 환자의 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들었다는 뜻으로, 카티스템은 신생아의 제대혈(탯줄혈액) 속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다. 카티스템은 환자의 배나 허벅지 지방조직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식하는 자가(自家) 줄기세포 치료와 달리 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생산시설에서 엄격하게 만들어진 약으로, 품질이 균일하다. 손상된 연골조직에 이식하면 줄기세포가 연골로 자라게 된다. 2012년 출시 이후 지난 8월까지 약 2500명 이상의 환자가 인공관절 대신 카티스템을 선택했다.
◇수술 부작용 없고 기존 치료법보다 효과
카티스템은 임상시험에서 97.7%의 환자에게서 연골이 재생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하철원 교수가 손상된 연골에 미세한 구멍을 수십 개 뚫어 연골이 스스로 채워지는 미세골절술과 카티스템 치료를 받은 사람을 3년 동안 추적관찰했더니, 카티스템 치료를 받은 사람이 무릎 통증, 기능성, 활동성, 골관절염 호전도에서 미세골절술을 받은 사람들보다 3배 정도 효과가 좋았다. 이런 효과 차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벌어졌다. 6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시판 후 안전성 조사에서 약물에 의한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 하철원 교수는 "7년 전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사람들도 지금까지 큰 부작용 없이 효과를 이어가고 있다"며 "카티스템 개발 초기에 제기됐던 면역 거부나 부작용 우려는 거의 불식된 셈"이라고 말했다.
카티스템 치료법은 기존 인공관절 수술과 접근법이 다르다〈표〉. 기존 인공관절 수술은 수명이 15~20년이기 때문에 약으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 연골이 모두 다 닳거나 나이가 65세 이상일 때 수술하는 게 일반적이다. 재수술을 피하기 위해서다. 40~60대 비교적 젊은 환자들은 진통제로 통증을 줄이면서 가급적 적게 움직이는 소극적인 치료 밖에 할 게 없었다. 카티스템은 이런 젊은 환자들이 인공관절 수술 외에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인 것이다.
또 인공관절 수술은 수술 후 발을 바로 땅에 디딜 수는 있지만 관절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카티스템 치료는 관절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지만 12주 동안은 발을 땅에 디뎌서는 안 된다. 이식한 줄기세포가 제대로 자리잡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카티스템을 주입할 구멍은 규격을 꼭 지켜야 한다. 하 교수는 "카티스템은 약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약효를 보기 위해서는 정확한 용법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