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의료제도 살펴보니…]
전국에 '마을 주치의'… 120가구 돌봐
주기적으로 가정 방문, 주거 상태 확인
밀접한 관계 맺고 정신 건강까지 체크
검사·수술 필요시 2차 기관으로 보내

쿠바인 건강의 핵심은 '마을 주치의(패밀리 닥터)' 제도다. 쿠바의 전 지역에 마을 주치의가 포진해 있는데, 이들은 '콘술토리오'라는 자택 겸 의원에 살면서 120~150가구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쿠바에서는 이와 같은 1차의료(환자가 맨 처음 접하는 의료 인력과 의료 서비스)가 발달돼 있다. 마을 주치의는 질병 치료의 역할보다 병을 조기 발견하고 예방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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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전 지역에는 마을 주치의가 포진해있다. 사진은 마을 주치의가 근무하는 의원 겸 자택인 콘술토리오.
◇쿠바의 돋보이는 1차의료 시스템

지난 달 20일 방문한 쿠바 아바나시 셀로 지구의 한 콘술토리오. 15평 남짓한 낡은 진료실에 책상 두 개와 스테인레스로 만들어진 선반 겸 침대가 놓여 있다. 이곳에는 20년간 이 지역에서 마을 주치의를 담당하는 팔로마 힘 세킬라 박사가 간호사 2명과 함께 근무하고 있다. 그녀는 하루에 16~20명의 환자를 본다.

세킬라 박사는 "우리는 가족 별로 관리를 하는데 가족 구성원의 건강 상태에 따라 4단계로 나눠 차트에 기록해둔다"며 "1단계는 건강한 사람, 2단계는 발병 위험이 있는 사람, 3단계는 병이 있는 사람, 4단계는 재활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1~2단계의 사람은 1년에 한 번 이상 주치의에게 건강 상태 점검을 받아야 한다. 3단계인 사람은 1년에 세번 이상 주치의를 만나야 한다. 주치의는 주민들의 지병(고혈압·당뇨병·비만 등)을 관리하고, 혈압을 재고, 금연·절주·운동을 권유하고, 식생활을 체크한다. 필요에 따라 백신 접종도 해준다. 그러나 의원 내 의료 장비가 없어 엑스레이나 초음파 등의 검사는 할 수 없다. 상처 치료 외에 수술 등은 하지 않는다. 검사나 수술 같은 처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2차의료기관인 '폴리클리니코'에 갈 수 있도록 진료 의뢰서를 써준다. 폴리클리니코에서 치료가 어려운 환자는 3차의료기관인 시·군·구의 병원, 보다 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면 뇌신경센터, 소화기센터 등 특정 장기만을 다루는 전문 센터(4차의료기관)로 보낸다.

◇의사가 가정 방문… 주민 건강 밀접히 챙겨

콘술토리오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매일 왕진(往診)을 한다. 세킬라 박사 역시 오전에는 자신이 담당하는 지역의 가정을 방문한다. 그녀는 "매일 8명의 주민을 찾아간다"고 말했다. 세킬라 박사는 단순히 주민을 만나서 건강 상태만 체크하지 않는다. 집에 햇볕이 잘 드는지, 가족들끼리 화목한지, 집 컨디션은 좋은지, 주민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확인한다.

그녀는 "쿠바에서는 건강 상태를 몸만 가지고 결정하지 않는다"며 "정신 건강도 중요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마음 상태까지 알 수 있도록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고 말했다. 더불어 주거 환경에도 관심을 갖는다. 그녀는 "좁은 집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지, 집 구조물이 위험한지도 건강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마을 주치의는 '치료 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쿠바 국민의 건강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 쿠바국립과학연구소 사라이 멘도사 소장은 "주치의가 지속적으로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됨으로써 쿠바인들은 자신의 건강을 더 돌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쿠바 아바나=글·사진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