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천국' 쿠바의 건강 비결]
의사 쉽게 만날 수 있고, 병원비는 무료… 남녀노소, 때·장소 안 가리고 체육활동
폴리코사놀 등 천연물 의약품도 개발… 운동 선수·45세 이상 군인 무상 제공
지난 달 21일. 쿠바 아바나시(市)의 한 공원에서 70~80대 여성 노인 8명이 동그랗게 모여 체조를 하고 있었다. 팔·다리를 쭉쭉 뻗는 동작, 서로 손을 맞잡고 천천히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동작, 줄과 같은 간단한 기구를 가지고 스트레칭을 하는 동작을 했다. 팀의 리더인 아만다씨는 "지금은 휴가 기간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이라며 "원래는 30~40명이 모여서 운동을 하며, 95세 노인도 우리 모임에 있다"고 말했다. 88세의 고령자인 다니아씨는 "1주일에 3~5회 아침 체조를 수십 년 간 하고 있다"며 "치매 예방에도 좋고 스트레칭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젊을 때의 유연성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바에서는 공원 곳곳에 노인들이 모여 스트레칭, 타이치(태극권), 요가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각 지역별 노인복지관에서 나서 지역 노인을 위한 체육 프로그램을 운영·관리한다. 어린이·청소년 역시 곳곳에서 야구나 축구를 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복싱, 사이클, 스케이트, 수영 등 여러 스포츠 종목을 의무적으로 가르친다. 아바나에 사는 훌리아(44)씨는 "국가에서 사회 체육을 장려하면서 임신부·유아·어린이·성인·노인 등이 삼삼오오 모여서 체육 활동을 하는 것이 일상"이라며 "그래서 쿠바인들은 남녀노소할 것 없이 활력이 넘친다"고 말했다.
◇쿠바 의사 수 세계 최고 수준
쿠바의 의료 서비스는 선진국에 필적할 만하다.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심장 수술을 받아도 모두 무료다. 의사 수가 많아 지방의 작은 동네에 가도 의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前쿠바국립과학연구소 카를로스 소장(의사)은 "쿠바의 인구는 1129만명인데 의사는 8만3000여 명"이라며 "인구 대비 의사 수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쿠바의 4~5배 수준이지만, 의사 수는 11만명 정도로 쿠바에 비해 인구 대비 의사 수가 훨씬 적다.
백신 개발과 같은 첨단 의료도 발달했다. 1987년에 B형 간염 백신, 뇌수막염 백신을 개발한 바 있으며, 4~5년 전에는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B형간염·폐렴 등 5가지 질병을 한 번에 막는 백신도 만들었다. 이들 백신은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나라와 중국 등에 수출된다.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힘을 가진 단백질로, 각종 바이러스 질환에 쓰이는 치료제 '인터페론'도 자체적으로 만들어 수출을 하고 있다.
◇폴리코사놀 등 천연물 의약품 개발
첨단 의료는 물론, 자연에서 나는 천연물을 가지고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도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탕수수 껍질의 왁스 성분에서 추출한 폴리코사놀이다. 폴리코사놀은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콜레스테롤의 기능을 좋게 하며 산화된 LDL콜레스테롤은 줄이는 효능을 갖고 있다. 쿠바를 비롯해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나라에서는 고지혈증 약으로 인정을 받아서 처방되고 있다. 쿠바의 운동 선수와 45세 이상 군인에게는 무상으로 제공된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20년이 넘게 높이뛰기 부문 세계기록(2.45m)을 보유하고 있는 하비에르 소토마요르(48) 역시 1992년 폴리코사놀이 처음 개발된 해부터 지금까지 20년이 넘는 동안 폴리코사놀을 먹고 있다. 그는 "폴리코사놀을 먹으면 혈액순환이 잘 돼 에너지가 많아지고 지구력도 높아진다"며 "쿠바의 운동선수는 모두 폴리코사놀을 먹는다"고 말했다. 폴리코사놀 외에 천연물 의약품으로는 위장 건강에 좋은 비즈왁스알코올, 혈액 속 혈소판을 늘리는 트로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