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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온 건강 육류 '양고기'

글 유지상

양고기 누린내 사라진 이유 있다

양, 양, 양. 양(羊)고기 소리가 자주 들린다. 깊어 가는 가을밤을 그냥 보내기 아쉬운 청춘들이 구수한 냄새와 매콤함이 어우러지는 양꼬치에 소주 한잔을 즐기는 때다. 여기 저기 양고기집이 문을 열고, 이런 저런 양고기 메뉴가 등장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의아하기도 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양고기는 냄새가 난다고 해 기피 대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양타령으로 변한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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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부는 가을 저녁 양고기 굽는 냄새가 유혹한다. 양고기가 인기 메뉴가 되면서 ‘양꼬치 골목’도 들어섰다. 건대입구역 근처 양꼬치 골목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머튼 vs 램

답은 간단하다.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양고기가 다 같은 것은 아니다. 크게 머튼(mutton)과 램(lamb)으로 나뉜다. 머튼은 일명 ‘나이든 양고기’로 20개월 이상 자란 양이고, 램은 12개월 미만의 어린 양을 말한다. 머튼은 누린내가 강한 데 비해 어린 양고기 램은 누린내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육질이 부드럽고 연하다. 그 때문에 한번 램을 맛본 사람들은 그 맛에 반하기 일쑤다.

반면 양고기에 익숙한 사람들은 머튼을 좋아한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양고기=누린내’란 선입견은 예전에 수입하던 양 대부분이 머튼이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요즘 수입하는 양고기는 거의 모두 12개월령의 어린 양고기 램이다. 누린내 걱정이 싹 사라진것이다.

저칼로리·저지방 육류

양고기는 영양 측면에서 소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다른 육류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저칼로리·저지방·고단백의 대표 육류로, 특히 혈관계 질환의 원인으로 꼽히는 콜레스테롤 함량이 육류 중에서 가장 낮다. 반면에 칼슘·인·아연같은 무기질은 풍부하다. 양기 부족, 피로 해소, 장내 해독, 피부미용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유럽이나 중동 지역 등에서는 보양식 재료로 꼽힌다. 중국 고사에 ‘양두구육(羊頭狗肉: 양머리를 내놓고 개고기를판다)’이란 말이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양고기의 인기가 보통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양고기 요리

양고기 요리는 세계 어디를 가든 맛볼 수 있었다. 가격은 대략 소고기 수준인데, 그래도 소고기보다 비싸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해외로 음식 취재를 다니면서 맛을 본 양고기는 나라마다 먹는 방법이 무척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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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허르헉
몽골 허르헉

대표적인 양고기 요리는 단연 몽골의 전통음식 ‘허르헉’이다. 허르헉은 몽골의 유목민이 귀한 손님이 왔을 때나 집안의 대소사를 치를 때 내는 음식이다. 양을 통째로 잡아서 해체한 다음 커다란 냄비에 고기와 채소(감자나 당근),미리 뜨겁게 달군 돌덩어리를 번갈아 올린 뒤 1~2시간 익히면 끝. 맛에 대한 평가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리지만 몽골여행 중엔 빠뜨리지 말아야 할 음식경험이다. 양손을 동원해 고기 기름이 잔뜩 묻은 돌을 만지고(원적외선이 나와 몸에 좋다고 함), 통뼈에 붙은 살점을 날카로운 칼로 발라먹을 땐 원시 체험을 하는 기분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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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양고기볶음
에티오피아 양고기볶음

대표적인 양고기 요리는 단연 몽골의 전통음식 ‘허르헉’이다. 허르헉은 몽골의 유목민이 귀한 손님이 왔을 때나 집안의 대소사를 치를 때 내는 음식이다. 양을 통째로 잡아서 해체한 다음 커다란 냄비에 고기와 채소(감자나 당근),미리 뜨겁게 달군 돌덩어리를 번갈아 올린 뒤 1~2시간 익히면 끝. 맛에 대한 평가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리지만 몽골여행 중엔 빠뜨리지 말아야 할 음식경험이다. 양손을 동원해 고기 기름이 잔뜩 묻은 돌을 만지고(원적외선이 나와 몸에 좋다고 함), 통뼈에 붙은 살점을 날카로운 칼로 발라먹을 땐 원시 체험을 하는 기분까지 든다.

프랑스 가니시

프랑스 파리의 레스토랑에선 가니시(한식의 고명에 해당하는 요리의 장식)와 함께 화려하게 변신한 양고기 스테이크가 식탁에 올랐다. 이 양고기 음식을 현지인과 함께 경험하면서 ‘양고기가 인간을 위한 태초의 가축이었을 것’이란 확신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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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항아리 케밥

터키 항아리 케밥

기다란 쇠꼬챙이에 이런 저런 식재료를 끼워 화덕에 구워내는 터키의 케밥. 이스탄불이나 카파도키아에서 만난 케밥 중에는 양고기 케밥이 중심에 있었다. 닭고기나 소고기로 특별히 지정하지 않는 한 양고기가 나왔다. 카파도키아에선 특이하게 항아리(항아리보단 호리병을 닮음) 속에 채소와 함께 양고기를 채워 넣어 만든 ‘항아리 케밥’이 있었다. 겉모습은 몽골의 허르헉을 흉내낸 듯한데, 맛은 서양식 스튜와 비슷했다. 밥 위에 얹어 접시를 깨끗하게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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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징기스칸
일본 징기스칸

일본 홋카이도에선 양고기를 즐겨 먹는다. 메뉴명은 ‘징기스칸’. 배가 불룩 나온 우리네 불고기판과 비슷한 불판을 숯불에 올려 생고기를 굽는다. 양파나 숙주나물을 함께 올려 간장 베이스 소스에 찍어 먹는다.

러시아 샤슬릭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맛본 샤슬릭(Shashlik)도 터키의 꼬치구이 케밥과 비슷했는데 고기 토막은 샤슬릭이 훨씬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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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훠궈
중국 훠궈

‘책상 다리와 잠수함을 빼놓곤 다 먹는다’는 중국. 이곳 식탁에 양고기가 빠질 리 없다. 베이징에서 중국식 샤브샤브라고 말하는 ‘훠궈(火鍋)’의 식재료로 얇게 썬 양고기가 나왔다. 소고기보다 맛이 뛰어나 양고기만 추가해 더 먹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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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볜 양꼬치
옌볜 양꼬치

15년 전 백두산 가는 길에 들른 옌지와 옌볜 지방에서 현지 동포들과 양꼬치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면서, “국내에 들여오면 대박 아이템”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기억이 난다. 양꼬치는 쯔란(孜然·커민)이란 특별한 향신료를 찍어 먹는데, 고춧가루·소금·깨 등과 혼합한 것으로 집집마다 그 맛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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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고기


유지상의 추천 양고기 맛집

지구촌 곳곳에서 굽고 지지고 볶고 데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 양고기. 양고기 요리 전문점이 5~6년 새 서울의 유명 ‘먹자골목’에 포진하게 된 것도 국내 양고기 확산에 큰 역할을 했다. 양꼬치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지하철 건대입구역 주변으로 30여 곳, 가리봉동에 20여 곳이 성업 중이다. 중국식 훠궈나 홋카이도 징기스칸 전문점도 홍대나 강남역 근처에 여러 곳이 정착했다. 누린내도 안 나는 부드러운 맛의 양고기. 이제는 비행기 대신 지하철이나 버스로도 충분히 맛볼 수 있는 ‘양고기 맛집’ 몇 곳을 골라 봤다.

◇ 오키친
주소 서울 종로구 중학동 19 더게이트트윈타워 지하
전화 02-722-6420 l 가격 양고기 스테이크(200g) 4만원

◇ 마라샹궈
주소
서울 종로구 통인동 147-15
전화 02-723-8653 l 가격 훠거 정식(양고기 주문) 1만6500원

◇ 램랜드
주소
서울 마포구 용강동 494-32
전화 02-704-0223 l 가격 삼각갈비(200g) 2만5000원, 전골 1만3000원

◇ 이치류(一流)
주소
서울 마포구 서교동 395-124
전화 02-3144-1312 l 가격 징기스칸(살치살 150g) 2만2000원

◇ 강가
주소
서울 중구 태평로1가 84 파이넨스빌딩 지하
전화 02-3783-0610 l 가격 양고기 커리 2만1500원

◇ 파샤
주소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17-31
전화 02-593-8484 l 가격 양갈비 케밥 3만8000원

◇ 호가양꼬치(옛 경성양꼬치)
주소 서울 광진구 자양4동 11-12
전화 02-467-688 l 가격 양꼬치(10개) 1만2000원

◇ 송화양꼬치
주소 서울 광진구 자양4동 11-24
전화 02-462-7826 l 가격 양꼬치(10개) 1만2000원

◇ 불이아
주소
서울 강남구 논현동 71-2
전화 02-517-6689 l 가격 양고기 정식 1만8500원





이런 이유로 추천합니다

◇ 이치류(一流)
일본 홋카이도 스타일의 양고기 로스구이 ‘징기스칸’을 경험할 수 있다. 삿포로에서 직접 가져온 두꺼운 불판과 질 좋은 백탄(참숯)만을 사용하기 때문인지 구운 양고기의 풍미가 훌륭하다.

◇ 송화양꼬치
건대입구역 골목에서 ‘호가양꼬치’와 쌍벽을 겨루는 곳. 도톰한 양고기를 밖에서 초벌구이 한 뒤 식탁에 올린다. 굽는 번거로움이 덜한 점이 매력이면 매력.

◇ 파샤
‘서울 속에 터키’로 통하는 곳. 터키문화원이 추천할 정도로 터키 전통적인 분위기와 본연의 음식 맛을 자랑한다. 현지에서 온 조리사들이 현란한 칼솜씨로 양고기 케밥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흥미롭다.

◇ 램랜드
양고기를 한국적으로 해석해 낸 곳이다. 양파와 마늘을 함께 굽는 삼각갈비(갈비구이)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독창적인 양고기 요리다. 칼칼한 양념으로 맛을 낸 양고기 전골도 있다.

◇ 오키친
TV ‘먹방’ 프로그램에서 음식 평론가로 활동하는 일본인 오너셰프가 운영하는 곳. 소고기를 직접 드라이 에이징해 스테이크를 굽는 실력으로 양고기도 스테이크로 만들어 낸다. 흠 잡을 데 없는 맛이다.

◇ 마라샹궈
혀가 아리는 매운맛의 ‘마라’로 사천요리를 내놓는 곳. 육수 속에 통째로 들어간 산초가 가끔 양고기나 채소 속에 숨었다가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깜짝쇼를 펼친다.

◇ 호가양꼬치(옛 경성양꼬치)
건대입구역 양꼬치 골목의 원조집. 다른 집에 비해 양고기가 작아 숯불에서 바로 익혀 먹는다. 양꼬치와 같이 내오는 통마늘을 꼬치에 끼워 구워 먹는 맛도 별미다.

◇ 강가
에스닉 푸드의 대명사 격인 인도 음식점을 대표하는 브랜드. ‘마살라’라는 인도 전통향신료를 사용한 커리의 내용물로 들어간양고기 맛을 경험할 수 있다.

◇ 불이아
중국식 샤브샤브 ‘훠거’를 통해 양고기를 소개하는 집. 홍대 앞 본점에서 인기를 얻자 강남의 논현동에도 점포를 냈다. 매운 국물에 데쳐 먹는 양고기의 맛이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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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상
유지상
음식전문기자 출신의 음식 칼럼리스트다. 고려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해태제과와 한국소비자원에서 근무한 현장 중심 전문가다. 저서로 《유지상의 테마맛집》, 《내 남자의 앞치마》 등이 있다. 한국음식평론가협회 회장, DMZ 10경 10미 심사위원장, 2012 ZAGAT 서울레스토랑 선정위원장을 역임했다. 경기대 외식조리학과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월간헬스조선 10월호(198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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