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위암

위암 조직서 유전자 채취·분석·진단… 항암치료 여부·적합한 약물 결정해
연세암병원 '분자 진단법' 연내 개발

암은 수술·약물 치료·방사선 치료 등 전통적인 치료법만으로는 정복하기 쉽지 않다. 최근 암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 분야에 유전체학(遺傳體學), 분자생물학 등 기초학 분야를 적용하는 '융합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암 진단 방법과 치료 약물이 개발돼 환자별 맞춤 치료가 적극 시도되고 있다. -편집자


암 환자에게 항암치료는 '양날의 검(劍)'이다. 암 크기를 줄이고 재발·전이를 막는 효과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이 적지 않다. 게다가 항암치료 효과가 암 종류별로, 환자별로 다르다. 최근 위암 분야에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항암치료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항암치료 효과가 있을 환자만 족집게처럼 골라내는 '분자 진단법'이다. 암 전문의와 분자생물학 등 기초학 연구자가 '융합 연구'를 통해 이뤄낸 성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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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 분야와 기초학 분야의 융합 연구를 통해 위암 환자 유전형에 따른 맞춤형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사진은 소화기내과와 외과의 협의를 통해 내시경으로 위암 절제 시술을 하는 모습.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연세암병원 위암센터 정재호 교수팀은 수술로 떼낸 위암 조직에서 유전자를 채취·분석, 항암제가 들을지 여부와 항암치료가 필요하다면 가장 적합한 약물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는 '분자 진단법'을 개발하고 있다. 정 교수팀은 약 1000건의 위암 환자의 조직 샘플을 통해 유전자 분석, 항암제 감수성과 치료 예후를 예측한 데이터를 축적했다.

정재호 교수는 "분자 진단법은 미국·유럽에 많은 유방암·대장암에서는 환자 치료에 이미 적용하고 있다"며 "위암은 연구가 부족해 개발이 늦었지만, 연말쯤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분자 진단법이 위암 환자에게 적용되면 개인의 유전형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하는 진정한 의미의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진다. 정 교수는 "1기, 2기, 3기 등 암의 병기를 기준으로 하는 천편일률적인 치료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항암치료가 필요 없는 환자에 대한 '과잉치료'는 물론 항암치료의 효과가 좋은데도 하지 않는 '과소치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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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 필요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위암 조직에서 유전자를 채취하는 모습.
위암 환자의 '융합 치료'도 활발하다. 2011년 연세암병원 위암센터 주도로 중국·대만 등 16개 병원이 참여한 다국적 임상연구(CLASSIC) 결과, 위암 2·3기 환자에게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하면 생존율이 약 15% 향상됐다는 결과를 얻은 게 대표적이다. 연세암병원 위암센터 라선영 교수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는 2·3기 위암 환자도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하는 것이 세계의 표준 치료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2·3기 위암 환자의 수술 후 항암치료가 효과를 내는지 불명확했다. 라 교수는 "최근 10년 간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큰 위암 치료 약물이 많이 나와 효과와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 위암에 쓰이는 '내시경점막하박리절제술(ESD)'은 소화기내과와 외과의 '융합 치료' 사례다. ESD는 내시경을 위에 넣어 암을 절제하는 시술로, 출혈 등 부작용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연세암병원 위암센터 이상길 교수는 "조기 위암이라고 해도 암을 확실히 잘라내야 하기 때문에 개복 수술과 내시경 절제술 중 어느 것이 좋은지 판단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우리 병원은 여러 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ESD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치료 성적도 좋다"고 말했다. 이상길 교수팀이 암의 분화도가 나쁜(암세포의 공격성이 큰) 조기 위암에서 209건의 내시경 절제술을 시행한 결과, 약 3년 동안 재발이 한 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