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 융합치료의 현장] ①간암
항암·방사선 치료 동시 진행… 연세암병원 처음 개발
소화기내과·외과 등 3~4개 科, 진료·치료 공동 참여
암 치료에 있어 ‘수퍼스타’는 없다. 최첨단 암 치료 장비가 개발되고 암세포만 골라 죽인다는 신약이 나와도 암은 정복되지 못했다. 연세암병원은 1990년대 중반부터 내과·외과·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진단검사의학과 등의 여러 진료과가 치료 전 과정에서 참여해 협력하는 ‘융합치료’를 하고 있다. 융합치료를 통해 암 생존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간암을 시작으로 위암, 대장암의 융합치료 전략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95년부터 간암 팀 꾸려 치료
간암은 치료가 어렵고 복잡한 암이다. 환자의 5년 생존율이 28.6%에 불과하다. 간암의 80~90%는 간경화가 발전한 것이다. 간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간 절제 수술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또 간에는 큰 혈관이 많이 지나가기 때문에 전이의 위험도 높다. 이 때문에 김씨처럼 항암치료·방사선치료·수술 같은 '연합 전략(협진)'을 펼쳐야 치료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연세암병원은 1995년 국내 최초로 소화기내과·외과·영상의학과·방사선종양학과 등의 의료진을 모아 간암 팀을 꾸렸다. 한광협 교수는 "내과 의사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치료 방향을 결정하고, 영상의학과는 정확한 진단과 카테터(도관) 삽입과 같은 중재시술을 하고, 외과는 수술, 방사선종양학과는 방사선 치료를 맡아 최선의 치료 결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 못하는 환자 생존율 높여
연세암병원의 협진은 치료법을 결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치료 과정에 관련 과(科)가 동시다발적으로 참여한다. 대표적인 치료법이 국소적항암방사선동시요법(CCRT)이다. 이 치료법은 암이 너무 크고 혈관에 침범한 간암 환자에게 유용하다. 영상의학과 의료진이 옆구리 쪽에 구멍을 뚫어 얇은 관(케모포트)을 간까지 삽입하면, 내과 의료진은 관을 통해 항암제를 투여한다. 방사선종양학과는 방사선 치료를 담당한다. 이렇게 해서 암 크기가 줄면 외과에서 수술을 한다.

◇암 상태에 따라 다른 치료법 적용
'연합 전략'의 장점은 암의 크기·모양·분포, 그리고 치료에 따른 신체 부담 등을 고려해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절제술 혹은 간이식 수술은 간암의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다. 그러나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전체 환자의 25%에 불과하다. 수술을 해도 재발률이 40~50%나 되므로 관련 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치료 예후를 잘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