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로 요리하는 셰프가 있다. 스스무 요나구니와 임성균 셰프다.
녹음이 푸르른 텃밭에서 식재료에 대한 진솔한 생각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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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프의텃밭



‘하베스트 남산’ 옥상정원 by 임성균 셰프

요즘 핫 스트리트인 경리단길에서 프렌치 푸드를 한식으로 재해석해 인기를 모으다가 홀연히 문을 닫고 사라진 레스토랑 ‘식구’의 임성균 셰프가 ‘하베스트 남산’에 나타났다. 그간 ‘식구’에서 고수하던 인공감미료와 GMO(유전자 변형 식품), 환경호르몬 없는 요리를 이어간다. 달라진 게 있다면 옥상에 등장한 작은 텃밭이다. 로즈 민트, 플랫 파슬리, 바질, 라벤더 등 요리에 사용하는 채소류가 정원 한쪽을 장식한다.

아직 흙으로 덮인 몇몇 상자 속에는 미니 캐롯과 래디시, 총각무 등이 자라고 있다. 머루와 보리수,블루베리, 산수유, 앵두, 오미자, 토종배 등의 나무도 심었다. 이런 예쁜 정원이 탄생한데는 식생활 소통 연구가 안은금주 씨의 힘이 컸다. 오픈 당시 전국 방방곡곡에서 구한 좋은 식재료를 심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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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을 관리하고있는 ‘하베스트 남산’의 임성균 셰프.

“허브는 고기를 마리네이드하거나 플레이팅할 때 사용해요. 로즈 민트는 말차 푸딩 같은 디저트에 쓰고, 스피아 민트는 살짝 말려 차로 즐기죠.”
직접 키운 건강한 식재료로 요리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옥상 텃밭을 운영하는 주된 이직접 키워 조리한다!
유는 ‘보여 주기’ 위함이다. 사람들이 식재료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먹는 것이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의식을 갖기 바란다. 그는 식재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많다. 딸 라윤이(7)가 태어난 뒤부터다.

이 때문에 전국 방방곡곡에서 안정성이 보증된 건강 식재료를 배달 받는다. 육류는 자연방사해서 키운 농장에서 받아 사용한다. 마블링이 많은 고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마블링이 많다는 건,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자라 근육에 근 지방이 쌓인 것을 뜻한다. 이런 고기에는 몸에 나쁜 밀도(LDL)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 있다. 소에게 곡물을 먹여 기르는 것도 마블링을 위해서다. 본래 소는 곡물이 아닌 풀을 먹고 자라는 동물이다. 이런 고기를 먹으면 동맥경화, 하지정맥류 등 여러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
하지만 목초를 먹고 자란 소는 몸에 좋은 HDL 콜레스테롤이 많다. “국산 소도 목초를 먹여 키운 것이 있어요. 이렇게 건강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농장을 찾아 거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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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싹을 틔운 로메인. 로메인은 로마인이 즐겨 먹던 상추라 붙인 이름이다. 샐러드에 넣어 먹으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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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향의 스피아 민트.



조리법을 건강하게

그는 건강한 요리를 만들기 위해 약선요리와 사찰요리를 접목했다. 약선요리는 두 가지 책을 비교 분석한 뒤 공통되는 부분만 적용한다. 틀린 정보는 최대한 걸러내기 위해서다.
“약선요리를 응용해서 안심스테이크를 만들어요. 안심과 잘 어울리는 황기, 감초, 삼백초로 소스를 만들어 스테이크 조리에 사용하는 거죠.”
음식을 통해 인체의 치유력을 높이는 자연 치유법도 적용했다. 관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란 채소·과일류가 몸에 훨씬 좋다는 뉴스를 봤기 때문이다. 건강에 좋은 것이 있으면 최대한 흡수해 요리에 반영한다. 하나의 접시에 5대 영양소를 고루 담아 영양 밸런스를 맞추려 노력한다. 하지만 건강식은 대부분 맛이 없어, 프렌치 퀴진의 테크닉으로 맛을 더했다. 이런 인고의 노력 끝에 한 접시의 완벽한 요리가 탄생한다.

그가 갑자기 영상 하나를 보여 준다. 유기농 식품에 관한 것으로, 최근 방송된 뉴스다.
내용은 유기농을 먹는 것과 일반 제품을 깨끗이 세척해 먹는 것이 큰 차이 없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연구 결과 중 어떤 것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했다.
“그래도 농약 없이 유기농으로 키운 것이 훨씬 좋겠죠? 표면뿐 아니라, 채소 속 엽록소에도 농약이 들어갈 테니까요. 하지만 혼란스러운 건 사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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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더와 바질



그는 시간 날 때마다 식품 관련 뉴스, 다큐멘터리, 서적 등을 챙겨 보며 공부한다. 외장하드 속 다큐멘터리 용량이 400GB를 넘는다. 그간 본 다큐멘터리 중 좋은 것을 추천해달라 했다.

“<마블링의 음모>, <육식 반란>…. 아, <고기 랩소디>도 좋아요. <옥수수의 습격>이나 <내 몸의 음식 혁명>도 괜찮고. 많아서 고르기가 힘드네요.(웃음)”
여유가 된다면 아이들에게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셰프이자 한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그는 아이들이 마음껏 먹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꿈꾸고 있다.

Tip 셰프의 식재료 구매처
임성균 셰프가 직접 거래하는, 믿을 만한 식재료 구매처를 추천했다.
1 그래스페드18 보리새싹과 풀만 먹여 키운 소를 18개월 후 도축하며, 4만 평의 넓은 방목장에서 스트레스 없이 키웠다. 풀을 먹여 키운 소는 지방이 없고 오메가3가 풍부하다. 문의 www.grassfed18.com
2 허브다섯메 허브, 식용 꽃 등을 판매하는 허브 농장. 국내 유통되는 180종 이상의 허브를 판매한다. 인터넷 주문도 할 수 있다.
문의 www.herb5.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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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한편에 마련한 텃밭 상자.



‘오키친’ OK농장 by 스스무 요나구니 셰프

초록이 무성한 도봉산 밑 주말농장. 펜넬, 래디시, 루바브 등 이색 작물로 가득한 구역이 눈에 띈다. 바로 레스토랑 ‘오키친’에서 운영하는 OK농장이다. 7년 전 바질, 루콜라로 시작한 게 지금은 30가지가 넘는다. 씨앗은 모두 미국에서 공수한 것으로, 처음 보는 작물이 곳곳에 널렸다. 일본에서 태어나 영국, 미국 등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다 서울에 정착한 스스무 셰프는 농사를 지어 본 적이 없다. ‘까짓 거, 죽으면 다시 키우면 되
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농장을 갖춘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주된 이유는 비용 절감이었다.
“바질파스타 한 그릇에 1만5000원 받는데, 바질 한 통에 2000원이에요. 그런데 한 그릇에 다섯 통은 필요해요. 남는 게 있겠어요? 그래서 농장을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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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수확해 온 작물을 보며 해맑게 미소짓는 스스무 셰프.
유창한 한국말로 설명했듯 처음엔 비용 절감을 위해 시작했지만, 건강과 신선함이 덩달아 따랐다. 농약 없이 자연 농법으로 키우기 때문이다. 자연 농법이라도 별것 없고 그냥 물만 준다. 허브는 본래 야생에서 자라던 것이라 공들이지 않아도 잘 자란다.
그는 농장에 가면 자연 속에 있는 것이 좋다 했다. 레스토랑에서 요리만 하는 것보다 훨씬 좋아한다.

“제일 좋을 때가 언젠지 아세요? 텃밭으로 나비가 날아올 때예요. 대부분 농약 쳐서 키우는데 우리 농장만 유기농이거든. 와서 우리 것만 먹고 있어요. 저번에는 루콜라 잎을 모조리 먹어치웠다니까?(웃음) 그래도 좋아요. 곤충이나 사람이나 다 같이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안 그런가요?”
사람들은 벌레 먹은 잎을 싫어 한다. 못 먹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유기농 채소가 완벽할 수 있느냐고 되묻는다. 그 때문에 벌레 먹은 잎을 그대로 요리에 활용한다. 가끔 불평하는 손님도 있지만, ‘벌레가 먹을 정도로 좋은 것이니 그냥 먹으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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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 구획을 정해 파종 계획을 세운다. 씨앗을 심기 전부터 철저하게 계획한다. 아티초크, 보라지 꽃, 엔다이브, 세이지, 방아잎, 시소 등 종류만 30가지가 넘는다.

 




식재료는 요리의 기본

오키친은 식재료에 민감한 레스토랑이다. 제철 재료를 기반으로 한 요리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계절에 맞춰 요리하다 보니, 한 주에도 수시로 메뉴가 바뀐다. 셰프는 그 과정을 즐긴다.

“생선 사러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노량진에 가요. 쑥이나 냉이 같은 제철 나물을 사러 농산물 시장도 가고요. 그런 건 농장에서 키울 수 없으니까요.”
스스무 요나구니 셰프는 음식은 계절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떤 사람은 1년 내내 고정된 메뉴만 만드는데, 이런 사람은 요리사라 생각하지 않는다. 강한 어조로 ‘로봇’이라 표현하면서 식재료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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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캐온 붉은색 래디시. 동그란 뿌리의 국내 품종과 달리, 더 길고 뾰족한 것이 특징이다. 잎사귀 곳곳 벌레 먹은 자국이 눈에 띈다.
“요리의 기본은 식재료예요. 나쁜 식재료에서는 나쁜 음식밖에 안 나와요. 냄새 나는 생선에 식초를 넣어 냄새를 없앤다? 이건 나쁜 요리사나 하는 짓이에요. 어떻게 하면 되냐고요? 그냥 버리고, 안 만들면 돼.”

좋은 요리사는 식재료를 100%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당근뿐 아니라 당근 잎까지, 콩뿐 아니라 콩깍지까지 사용하는 식이다. 그는 농장에서 키운 호박잎과 래디시 잎사귀 등까지 모두 사용한다. 버리고 낭비하는 식재료는 없다. 자연이 준 선물을 소중히 여기고 알뜰살뜰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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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넬과 오레가노
농사를 지으며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묻자, 그는 안 그래도 까만 얼굴이 더 까매지는 게 싫다고 했다. “처음 1~2년은 아내가 농장 일을 도와줬거든요. 그런데 농사짓다가 생긴 기미·잡티를 없애려고 레이저 시술을 받더라고요. 얼마 들었는지 물어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웃음). 그래서 그만두라고 했어요.”

지금은 혈기왕성한 오키친의 스태프들이 농장 일을 돕는다. 농장에서 두런두런 셰프와 이야기 나누며, 고민 상담도 하고 서로를 알아간다. 그래서인지 농장일은 지원자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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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한 작물
More Info 외국의 팜투테이블 레스토랑
외국에는 직접 기른 작물로 요리하는 팜투테이블 레스토랑(Farm-to-table Restaurant)이 있다. 그중 주목할 두 곳을 소개한다.
1 아티카(Attica)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레스토랑이다. 세계 50위 레스토랑 중 21위를 기록했다. 뉴질랜드 출신의 벤쇼리 셰프가 어린 시절의 경험과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요리를 선보인다. 레스토랑 소유 텃밭뿐 아니라 출퇴근 길 근처에 있는 농장, 공원, 골목길, 바닷가에서 당일 사용할 식재료를 채집한다. ‘모모푸쿠’의 데이비드 장 셰프가 그의 트위터에 ‘올해 맛본 가장 훌륭한 요리’라며 극찬했다.

2 블루힐(Blue Hill) 미국 뉴욕에 위치한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이다.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식재료는 블루힐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다. 농장에서 당일 구해온 재료로 요리하는 만큼 메뉴를 미리 알 수 없다.





문은정 기자 | 사진 임성필(St.HELLo), 임성균(하베스트 남산), 스스무 요나구니(오키친), 헬스조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