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리셋 증후군…전자기기가 불러온 저주?
김련옥 헬스조선 인턴기자
입력 2014/03/05 14:34
살다 보면 컴퓨터 문서 작업을 할 때처럼 ctrl+z를 눌러 시간을 복구하거나 리셋 버튼을 눌러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이다. 하지만 리셋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은 다르다. 컴퓨터처럼 인생도 다시 간단히 되돌릴 수 있다고 착각한다.
리셋 증후군은 인터넷 중독의 한 유형이다. 컴퓨터를 초기화(리셋. reset)하듯 현실도 리셋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증상이다. 1997년 일본 고베시에서 컴퓨터 게임광인 중학생이 초등학생을 토막살인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리셋 증후군이라는 말이 퍼져나갔다. 리셋 증후군 환자들은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분하지 못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열심히 하던 일도 그만두고, 대인 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면 갈등을 풀지 않고 포기한다. 현실과 가상세계에 대한 구분이 모호하기 때문에 절도나 살인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자신의 삶의 리셋 버튼만 누르면 자신이 저지른 악행이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된다고 생각한다.
리셋 증후군을 부르는 인터넷 중독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전자기기의 사용이 급증하면서 그 비율이 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인터넷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2년 스마트폰에 중독된 10대 청소년의 비율은 18.4%로 이는 2011년(11.4%) 보다 크게 늘어났다. 이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타인과의 소통이 줄고, 유대관계 형성에 어려움이 겪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물질이나 특정 행위에 의존하는 성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인터넷 게임에 빠지게 되면 팝콘 브레인을 가질 확률이 높아진다. 팝콘 브레인은 빠르고 강한 정보에는 익숙하고 현실세계의 느리고 약한 자극에는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팝콘 브레인을 가진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폭력적이고 충동적이고 즉각적인 것을 찾는다. 이는 감정을 통제하는 힘을 약화시켜 강한 자극이 주어지지 않으면 금세 싫증을 내는 등 정서적인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업무의 목적이 아닌 유희의 목적으로 4시간 이상 인터넷을 하는 사람들은 가까운 사회복지관이나 시·구청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중독 상담센터를 찾아 상담해 볼 필요가 있다. 상담센터에서는 인터넷 중독의 원인을 찾은 뒤 인터넷 사용 일지 작성법이나 인터넷 사용 계획 등을 세워서 스스로를 통제하는 방법을 지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