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9일)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올겨울 첫 한파주의보가 내려지며 연이은 칼바람이 불고 있다. 북쪽으로부터 남하한 찬 공기로 인해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진 탓인데, 같은 영향을 받은 미국 역시 지난 6일 체감온도가 영하 60도까지 떨어지는 냉동고 한파가 지속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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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선일보 DB

이처럼 기록적인 한파가 찾아올 무렵엔 동사자 수도 급증한다. 동사(凍死)란 저온에 의해 몸에 적응 능력의 한계를 넘는 자극이 가해져 체온 저하와 대사·호흡·순환기능의 장애가 생겨 죽음에 이르는 상태를 말한다. 이번 한파로 미국에선 13명의 동사자가 발생했고 러시아에서도 56명이 사망했다. 이는 추위가 강해질수록 증가하는 동사의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렇다면 동사는 과연 영하 10도 이하의 강력한 한파 중에만 발생하는 현상인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동사는 영상의 기온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인도의 사례가 대표적인데, 기후가 아열대와 온대에 속하는 인도의 겨울철 최저 기온은 영상 10도 안팎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에서 역시 동사자는 발생한다. 지난 2006년 이상기온이 발생해 기온이 영상 3-5도로 떨어졌을 때는 1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동사했다는 기록도 있다. 보온을 안 한 상태에서 추위에 장시간 노출돼 있으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영하의 온도만이 아니라 영상 10도라도 보온이 안되면 체온이 계속 떨어질 수 있다.

동사 여부는 추위의 강도보다 우리 몸의 체온조절시스템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즉, 기온이 영상이어도 몸의 체온조절시스템이 체온 저하를 막을 수 없다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건강한 성인은 한파가 몰아치는 극한 상황이 와도 36~37.5도 사이로 체온을 잘 유지하지만 마른 노인이나 심혈관질환·갑상선질환·뇌졸중 등을 앓는 사람들은 정상 체온을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자신의 건강 상태에 따라 체온을 적절히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놓는 것이 중요하다.

근력이 떨어진 노인들의 경우, 열을 만드는 공장이 일부 폐쇄된 상태나 마찬가지여서 저체온증이 잘 온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노인들도 근력만 잘 키우면 추위가 와도 체온 유지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단백질 섭취를 충분히 하고 근력 운동을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동맥경화증이나 고혈압 같은 혈관질환을 앓는 사람은 혈관이 이완과 수축을 통해서 열을 내보내고 보호하는 기능을 잘 못한다. 따라서 추운 날 외출할 때 장갑, 목도리, 모자로 보온을 해야 하며 실내에 있을 때도 온도를 일반인 기준(19~20도)보다 높은 24~25도 가량으로 맞춰야 한다.

혈액을 온몸에 공급하면서 열도 생산하는 심장 기능에 이상이 있는 사람도 체온이 낮을 가능성이 있다.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면 열 생산을 위해서 평소보다 심장이 과하게 뛰기 때문에 부정맥이 올 수도 있다. 따라서 심장질환자도 추위를 최대한 피해야 한다. 시상하부가 멀쩡해도 뇌의 운동 중추가 망가져 있으면 체온이 떨어져도 근육에 열을 내라는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뇌의 운동 중추까지 망가진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환자는 추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환자들은 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몸을 보호하는 게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