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애물단지 사랑니, 뽑지 말고 어금니 예비軍으로 활용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3/12/04 13:49
철사 등 교정장치로 당겨서 주변 치아 빠진 자리로 이동
임플란트 부작용 전혀 없어
잇몸이 망가지거나 이가 썩어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할 경우, 보통 그 자리에 인공 치아(임플란트)를 심는다. 하지만 임플란트는 깨지거나 풀리기도 하고, 잇몸과 밀착되지 않기도 하며, 음식물이 끼는 등 불편한 게 많다. 사랑니를 쓰면 이런 문제가 거의 해결된다. 임플란트 대신 사랑니를 심는 이식 방법은 1990년대부터 국내에서 시도되고 있다. 최근에는 교정을 통해 사랑니를 옆으로 밀어서 주변 치아 역할을 하게 해주는 교정까지 이뤄지고 있다.
◇임플란트 전에 사랑니부터 활용
사랑니를 이용하면 임플란트보다 장점이 많다. 나이가 들면 잇몸뼈가 주는데, 사랑니는 뼈를 차오르게 하는 기능도 하기 때문에 임플란트보다 잇몸뼈가 덜 줄도록 만든다. 음식물이 덜 끼고 미용 효과도 좋다. 신경이 살아 있기 때문에 임플란트와 달리 씹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치아를 얇게 싼 치근막은 음식을 씹을 때의 충격을 덜어주기도 한다. 비용도 임플란트 이식보다 비싸지 않다. 서울대치과병원 교정과 김태우 교수는 "사랑니를 활용한 교정 성공률은 80~90% 수준"이라며 "임플란트 시술 비용으로 전체 치아를 교정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교정으로 주변치아 기능 대체
치아 교정은 치아를 한두 개 뺐을 때 고무줄, 철사, 교정용 나사 같은 교정 장치를 이용해 주변 치아를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사랑니를 포함한 치아 교정은 30~40여년 전부터 시도됐는데, 교정 장치가 양 방향으로 움직이는 탓에 교정 효과가 떨어졌다. 그 때문에 사랑니를 활용한 교정 성공률이 아주 낮아서 잘 시도되지 않았다.
최근 사랑니를 포함한 교정이 가능해진 것은 치아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도록 해주는 교정용 나사가 개발되고, 이를 활용한 교정 기술이 크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스마일위드치과 백운봉 원장(가톨릭의대·이대의대 외래교수)은 "사랑니를 똑바로 세워서 윗니와 아랫니가 맞물리게 이동시켜야 한다"며 "교정용 나사의 개수와 심는 위치를 정하고, 고무줄 등으로 치아를 당기는 힘의 세기, 방향을 상황에 맞게 결정하는 등 치과의사의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 원장의 사랑니를 활용한 치아 교정 사례는 세계 최고 권위의 잡지인 '미국교정학회지' 2012년 6월호에 이달의 주목할 만한 교정 사례(case of the month)'로 선정됐다. 사랑니 앞쪽 1~3번째 치아(어금니)가 빠졌을 경우 교정을 통해 사랑니로 대체할 수 있다. 교정기간이 1년 6개월에서 3년이 걸린다.
◇교정 불가능한 경우도 있어
사랑니를 활용한 교정이 아무 때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잇몸뼈가 적은 고령자, 이를 뽑은 지 오래 돼 잇몸뼈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경우는 교정 성공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분당서울대병원 치과 최용훈 교수는 "이를 빼기 전에 사랑니를 활용한 치료가 가능한지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며 "교정이 어렵다면 사랑니를 이식하는 방법을 쓰면 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사랑니는 임플란트보다 훨씬 좋은 치료제이므로 평소 철저한 칫솔질로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