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신건강의학과 박용철 원장의 감정연습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려 울컥 화 내거나, 깊은 우울감에 빠지는 등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박정신건강의학과 박용철 원장은 감정을 다스리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감정 연습, 어떻게 하는 것일까?
POINT2좋은 감정을 만드는 감정연습법
우리나라 사람이 영국이나 일본에 가서 운전하면 운전석 방향이 다르고 통행 방향이 달라 모든 게 낯설다. 하지만 여러 차례 반복하면 어느새 익숙해지고, 일일이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 이렇듯 감정도 서서히 익숙해지는 과정을 통해 습관이 되어야 한다.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과거 상처와 별개로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동이나 생각을 반복하면 감정도 바뀌거든요. 다만 감정의 원인은 찾아낸 후 몇 번 조절해도 다시 예전 상태로 돌아가기 쉬워요. 감정 조절에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하고 꾸준히 연습해야만 비로소 새로운 감정에 익숙해집니다.” 감정연습을 하려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스스로 치유하는 감정연습법을 소개한다.
Self Therapy 1
감정일기를 쓰자
사람은 대부분 자신의 감정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감정은 능동적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생기는 것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감정 조절이 가능한지 의구심을 갖는 것도 그 이유다.
“감정은 분명 조절할 수 있습니다. 대신 감정을 조절하려면 자신의 감정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어떤 상황일때 어떤 감정이 드는지, 그 감정을 세분화하면서 이전에 비슷했던 때는 언제인지 알아보는 과정이 감정연습의 시작입니다. 감정을 알아 주는 습관을 키우려면 감정일기를 써 보세요.”
감정일기를 쓰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감정이 생겼을 때 감정일기를 쓰는 게 가장 좋지만 바로 기록하지 못하면 그날 감정을 되돌아보며 일기를 써도 된다.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잊어버리기 전에 기억해 둘 수 있고, 나쁜 감정이 들었다면 감정의 이력을 찾아낼 수 있다. “감정은 나뭇가지처럼 뻗어 나가요. 같은 감정을 느낀 경험을 좇으면 과거의 상처나 트라우마가 생긴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 감정일기 예
날짜 3월 23일
있었던 일 내 생일인데 식구들이 모르고 있었다.
그때의 감정 슬픔
정도 8점
감정이 들기 전에 한 생각 아침에 미역국이 끓여져 있기를 기대했다.
전에 비슷한 감정을 느낀 때의 상황 어릴 적에 시험을 잘 봐서 오빠처럼 칭찬해 주길 기대했는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부모님 모습이 떠올랐다.
감정 세분화 오빠와 다르게 취급받는다는 억울함인 것 같다.
Self Therapy 2

매일 두 번 복식호흡을 하자
화를 내면 심장이 빨리 뛰고 열이 오른다. 마음이 편안하면 몸도 편하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관찰하기 전 복식 호흡으로 몸을 편안하게 하면 마음이 안정되어 차분한 상태에서 마음을 관찰할 수 있다. 하루에 1~2번 복식호흡을 연습하자. 가슴은 움직이지 말고 천천히 코로 숨을 들이마셔 배를 부풀리고, 천천히 코로 숨을 내뱉는다. 복식호흡을 하면서 몸에 대한 감각과 반응에 집중하자. 공기가 코로 들어와서 배로 들어왔다 나가는 느낌, 배가 움직이는 느낌, 들리는 소리, 근육의 긴장도 등을 느낀다. 복식호흡이 익숙해지면 서서히 마음을 관찰하자. 떠오르는 감정이나 생각을 제3자가 보는 것처럼 관찰한다. 마음 흘러가는 과정을 관찰하는 명상이다. “마음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습관이 생기면 감정조절에 한 발짝 다가간 것입니다. 어떤 생각을 할 때 감정이 격해졌는지, 어떤 생각을 할 때 신체 감각과 느낌이 있었는지를 살피고 그것을 인식하면 큰 변화가 생깁니다.”
Self Therapy 3
나를 위로하는 말을 하자
감정을 세밀하게 알아볼 수 있게 됐다면 적절히 표현하자. 감정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수단은 말이다. 감정을 말로 잘 표현하면 가슴에 담아둔 감정의 응어리를 풀 수 있다. 마음을 살펴보니 남편이 날 인정해 주지 않아 속상했다고 가정해 보자. 어릴 때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때와 비슷한 서운함이었다. 이런 마음을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자신에게 읽어 준다.
“지영아, 남편이 대답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 버려서 속상했구나. 무시당한 것 같아 서운한 마음이 들었니? 어렸을 적 아버지가 너의 능력을 인정해 주지 않았을 때와 같은 느낌이 들어 더 슬픈가 보다.” 이때 마음속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입 밖으로 말을 내뱉는 것이 중요하다. 뇌는 말할 때와 들을 때 쓰는 기관이 다르다. 그래서 자신이 한말을 듣고도 마치 타인이 위로하는 것처럼 인식한다. “어릴 때 부모님이 감정을 읽어 줬을 때 큰 위로를 얻은 적이 있을 겁니다. 넘어져서 아프고 속상한 마음을 부모가 알아줘 위로받고 안심했던 것과 같습니다. 부모님같이 내 감정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낙담하지 마세요. 언어란 참 신기해서 내가 내 마음을 읽어 주고 말로 들려줄 때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참 신기하죠? 과도한 감정 때문에 고민하거나 힘들어하는 분들이 쉬운 감정연습으로 조금이나마 더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POINT3 감정연습으로 부부 갈등 푸는 법
부부 문제 중 상당수는 서로 마음을 오해하고 자신의 잣대로 해석해서 생긴다.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잘 모르니 내가 아닌 상대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기가 어렵다. 부부 갈등도 감정연습으로 풀 수 있다.
감정을 전달하는 일치형 대화법
부부가 대화하면서 상대에게 요구사항이 있을 때 상대편을 중심으로 말을 시작하기 마련이다. “당신 왜 약속 안 지켜?” 하는 식이다. 그러면 상대는 ‘또 나를 비난하는구나’라고 생각한다. 방어하려고 상대를 같이 비난하거나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핑계를 댄다. 결국 큰 싸움으로 번지기 일쑤다. 이때 자신의 마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일치형 대화법으로 바꿔 보자. 자신이 왜 화가 나고 속이 상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이야기하자.
“나는 당신이 날 사랑한다면 약속을 지켜줄 것으로 생각했어. 근데 자꾸 약속을 어기니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서 화가 나. 앞으로 약속을 잘 지켜 주면 좋겠어.”
자신의 감정이나 마음을 관찰하고 상대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말을 들을 때는 상대 마음을 잘 이해했다는 공감 표시를 하자.
“남자는 이야기를 들으면 해결책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자는 누군가가 자신의 감정을 들어 주고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도 안심하고 위안을 받죠. 대화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서 싸움이 생기는 겁니다. 이럴 때는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상대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먼저 이야기해 주세요.”
감정편지를 써보자
남편 또는 아내에게 감정편지를 쓰면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상대에게 잘 전달할 수 있다. 나쁜 감정에서 좋은 감정으로, 편지를 써내려 간다. 나쁜 감정이 격해져서 전면에 섰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끄집어낸다. 분노, 슬픔, 미안함,사랑 순으로 감정을 정리하다 보면 좋은 감정은 저절로 발견하게 된다. 감정편지는 상대에게 줘도 그만, 주지 않아도 그만이다. 편지를 쓰면서 자신의 마음을 알아채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