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분당서울대병원] 원 터치로 수십개 처방 1초만에 낸다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3/04/23 08:33
응급처방일 땐 검사·치료 최우선 배치
검사결과 이상 시 주치의에게 자동 통보
약 처방 용량도 시스템이 알아서 결정
분당서울대병원의 병원정보시스템은 클릭 한 번으로 환자 맞춤식 처방이 가능하다. 표준진료지침(CP) 처방이 145개나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응급조치가 요구되는 뇌졸중은 환자 상태에 따라 CP가 10개나 된다. 환자 상태에 맞춰 그 중 하나의 CP를 클릭하면, 검사·치료에 관련한 수십가지 처방이 한번에 뜬다. 특히 뇌졸중 같은 응급질환 CP일 때는 병원정보시스템이 자동으로 검사·치료를 최우선 순위에 배치한다.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배희준 교수는 "실시간 환자 상태를 뇌졸중 검사·치료와 관련된 의료진에게 문자로 전송해서 준비가 사전에 이뤄지게 한다"며 "뇌졸중 CP 도입 후 우리 병원의 2시간 내 뇌졸중 치료률이 100%에 달하는데, 국내 종합병원 평균이 76.9%인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라고 말했다.
CP일 땐 치료의 질도 올라간다. 배희준 교수는 "병원정보시스템에서 '환자의 상태가 이 정도는 유지돼야 한다'는 목표를 정해놓고 있기 때문에 의료진이 철저히 모니터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병원의 입원 환자 33%에 대해 CP에 따른 치료가 이뤄졌다. 배 교수는 "이 시스템은 국내 의료의 질 실태 파악을 위해 방문한 OECD 의료 질 리뷰팀에서 비중 있게 보고할 만큼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이상 검사 결과는 의료진에게 자동 통보
CT(컴퓨터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 등 검사를 받은 뒤, 문제가 있는데 치료가 늦을까 고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검사 결과에 이상이 있으면, 주치의에게 자동 알림 메시지를 보내는 이상검사자동알림시스템(CVR)을 갖췄기 때문에 이런 걱정이 필요 없다.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 황희 센터장은 "검사 뒤 결과 수치가 비정상이면 CVR이 검사를 처방한 주치의에게 문자로 결과를 보낸다"고 말했다. 두통으로 병원에 온 아이의 MRI에서 '뇌종양'이 발견되면, CVR이 주치의 휴대폰에 "000 환자. MRI 판독 결과 뇌종양 체크되었습니다. 확인하세요"라는 문자를 보내는 것이다.
황희 센터장은 "예전엔 주치의가 검사 결과를 2주 뒤 외래 진료를 볼 때 확인했지만 CVR로 곧바로 주치의가 보호자에게 연락해 빠른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현재 25가지 검사에 CVR을 적용하고 있으며, 연내에 80가지까지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약물 사고도 제로 수준으로 줄여
병원의료정보시스템은 약물 사고도 줄인다. 한 병동에 동명이인이 입원하면 약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데, 분당서울대병원에는 그럴 일이 없다. 간호사가 환자에게 약을 줄 때 손목밴드와 처방받은 약물의 바코드가 일치하는지 마트에서처럼 바코드를 찍어 확인 후 투약하기 때문이다.
약 용량을 신중히 조절해야 할 때도 임상의사결정시스템(CDSS)이라는 병원의료정보시스템이 도와준다. 백 진료부원장은 "항생제를 처방할 때 신부전 환자는 용량 조절이 필요한데, CDSS가 신장기능 검사 수치를 확인해서 자동으로 항생제 권고 용량을 팝업으로 띄워준다"며 "이를 참고하면 처방하는 의사가 더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환자도 안심하고 투약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에 따라 처방하면 안되는 약이나 용량이 잘못되거나 같이 쓰면 안되는 약물 처방, 다른 의사에게 중복 처방받은 약도 CDSS가 걸러준다. 백롱민 진료부원장은 "의료에 IT를 더하면 약물 사고 확률을 거의 제로에 가깝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