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개봉했던 영화 ‘간첩’ 주인공 김과장(김명민 분)은 북에서 남파된 22년차 간첩이다. 그는 남과 북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중국에서 밀수한 비아그라를 팔면서 “서기만 하면 장땡”이라고 표현한다. 불법 발기부전 치료제를 권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발기부전증은 모든 연령층에서 나타날 수 있는 흔한 질병이다. 일반적으로 성인 남성의 경우 5~10%가 발기부전증을 앓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는 1억 5천여 만 명이 발기부전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병의 특성상 잠재적인 환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며 노년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현재의 추세라면 2025년에는 3억 2천여 만 명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즉 성인 남성의 약 20%가 발기부전을 겪는다는 얘기다.
과거 남성 발기부전에 대한 치료는 초기에 수술적이고 침습적인 치료가 주를 이뤘지만 이후 화학약물요법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경구 치료제가 이용되고 있다.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표주자인 비아그라의 특허가 지난 해 5월 17일 만료되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저렴하고 다양한 제형의 복제약을 출시하고 있다. 국내 발기부전 경구 치료제 시장규모는 2011년 1000억원, 올해 1500억원 가량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의사의 처방에 의해 사용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하지만 최근 발기부전 치료제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수요는 많은데 의약품으로서 구입하기 번거로워 중국에서 밀수된 불법제품 등이 시중에 범람하고 있다.
일례로 얼마 전 본인의 진료실을 찾은 72세의 김 모 씨는 술자리에서 지인이 준 발기부전 치료제를 먹은 후, 온몸이 화끈거리고 혈압이 떨어지는 등 의식이 혼미함을 경험했다. 평소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던 김 씨는 ‘나이 먹어 성생활을 한다’는 주변의 시선이 부끄러워 불법 유통된 발기부전 치료제를 먹게 됐다며 자신의 섣부른 행동을 후회했다.
발기부전증은 결코 가벼운 질환이 아니다. 발기부전증은 노화로 인해 신체기능이 약해지거나 혈관계, 내분비계, 신경계 등의 이상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으며 스트레스, 긴장감, 초조, 성능력에 대한 열등의식, 자신감의 상실 등 다양한 정신심리적 원인에 의해서도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의사의 처방을 받지 않고 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부작용으로 두통, 안면홍조, 소화불량, 색조이상, 시야흐림, 비충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복용 전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현재 국내 의료정책에 따르면 비뇨기과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의사라면 누구나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할 수 있다. 발기부전증은 비뇨기과의 전문 진료분야이고 앞에서 설명한 부작용에서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비뇨기과에서 처방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들은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받았지만 약국에서 약을 받기가 매우 편치 않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발기부전증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대신 블랙마켓에서 불법복제약을 구매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질병 특성 상 타인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리기 불편한 발기부전증의 경우, 개인 프라이버시의 보호를 위해 치료제를 의약분업에서 제외해 비뇨기과에서 직접 처방하는 것을 제안한다.
이제 발기부전증은 환자 자신만의 고통이 아니라 국민 절반의 건강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뇨기과 전문의의 처방 없이 발기부전 치료제를 지금처럼 오남용 한다면 다가올 2025년, 3억 2천여 만 발기부전증 환자들에게 원치 않은 부작용의 재앙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