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건강
60대 이상, 혈액·소변 검사할 때 단백수치도 확인해요
취재 김현정 헬스조선 기자 | 일러스트 조영주
입력 2012/11/20 15:07
노인에게 많은 혈액암 ‘다발성골수종’ 주의보
최근 60대 이상에서 ‘다발성골수종’이라는 혈액암이 증가하고 있다. 이 병은 예상하기 어렵고, 잘못 진단하기 쉬운 대표적인 ‘반전(反轉) 질환’이다. 혈액암인데도 노인에게 흔한 뼈 통증, 관절 통증, 만성 피로감 정도가 초기 주요 증상이다. 그러다보니 정형외과나 한방치료 등을 받느라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다발성골수종은 완치되지는 않아도, 제때 치료받으면 생존기간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다발성골수종이 무엇인지, 어떻게 진단하는지 알아보자.
PART 01 다발성골수종이란?
20년새 환자수 10배 급증, 사망자도 크게 늘어
다발성골수종은 외부 병원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면역세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변형되면서 종양(암)으로 자라는 증상이다. 변형된 종양 세포는 ‘M단백질’이라는 비정상 항체를 과도하게 많이 만들어 내면서 혈액, 신장, 골수 등을 공격한다. 다발성골수종의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고령화와 함께 공해·방사선 노출, 다이옥신 등 환경적 영향 때문인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65세 이상 노년층에서 잘 생긴다.
빠른 증가 추세 보이는 다발성골수종
한국다발성골수종 연구회에 따르면 1990년 이후 다발성골수종 환자는 지난 20년간 10배 이상 증가했다. 혈액암 가운데 가장 빠른 증가 속도다. 이동순 교수는 “같은 기간 동안 백혈병이 1.5형질세포배, 림프종이 5배 늘어난 것과 비교할 때 매우 빠른 증가 추세”라며 “백혈병과 림프종에 이어 세 번째 다빈도 혈액암으로 현재 국내에 5000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전체 암 중에서는 21위여서 다빈도 암 20위권 진입을 앞두고 있다. 다발성골수종으로 인한 사망자는 지난 30년새 50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전체 암 사망률이 2.3배 증가한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뼈 통증과 어지러움 함께 생기면 의심해 봐야
다발성골수종은 진단이 쉽지 않다. 김병수 교수는 “다발성골수종은 혈액암이지만 병변이 뼈나 신장 등에 나타나고, 일반인은 물론 의사조차 병에 대한 인식이 낮아 병이 한참 진행될 때까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며 “처음에는 허리나 갈비뼈에 통증이 오기 때문에 단순 관절염이나 오십견 등으로 오인해 최적의 치료시기를 놓치고 병을 키우는 환자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증상이 악화되면 생존 기간이 단축되는 것은 물론, 척추가 골절돼 척수마비가 되거나, 뼈가 부서지는 등 심각한 상황을 일으킨다.
PART 02 다발성골수종 주요 증상
다른 질환으로 착각하기 쉬워 정확한 검사 필요
다발성골수종 진단에서 중요한 것은 초기에 자신의 증상을 잘 인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주요 증상들 때문에 다발성골수종임을 쉽게 자각하기 어렵다.
01 뼈 통증(골절과 고칼슘혈증)
다발성골수종의 흔하고 대표적인 증상이다. 10명 중 6~7명은 뼈 통증을 첫 증상으로 호소한다. 대부분 골절과 골다공증이 동시에 나타나는데, 뼈가 약해져 있기 때문에 척추나 골반 등 무게가 많이 가해지는 부분이 눌려 골절되는 경우가 흔하다. 구토나 구역질, 잦은 소변, 변비 등과 함께 무기력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고칼슘혈증이다. 뼈가 녹으면서 뼛속 칼슘이 혈액 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혈액 칼슘 양이 많아지는 것이다. 심하면 의식장애와 혼수상태 등 응급상황이 생길 수 있다.
02 골수기능 저하(빈혈과 출혈)
골수종 세포가 골수를 침범하기 때문에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을 잘 만들어내지 못한다. 따라서 빈혈 증상이 생기고, 혈액이 잘 응고되지 못하면서 출혈이 늘어난다. 멍이 생겨도 잘 없어지지 않는다. 이 증상은 다발성골수종 환자 80% 이상에서 나타난다.
03 신부전
10명 중 4명은 신부전 증상을 동반한다. 소변량이 줄고, 부종과 단백뇨가 생긴다. 골수종 세포가 뼈를 녹일 때 혈액 속으로 흘러 들어간 많은 양의 칼슘이 소변을 통해 신장에서 걸러지면서 신장 기능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골수종 세포가 직접 신장을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04 대상포진, 결핵 등 감염 질환
다발성골수종은 우리 몸속에서 싸워야 할 면역세포가 이상 반응을 일으킨 것이므로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폐렴, 요로감염 등 박테리아로 인한 감염이 자주 발생하며, 대상포진, 결핵 등도 주요 동반 질환이다. 하지만, 면역력 저하로 인한 이런 증상은 나이 들면서 생기는 주요 증상 중 하나이기 때문에 구분이 쉽지 않다.
05 과다점성증후군
M단백 농도가 높아지면서 혈액점도 또한 높아져 생기는 증상이다. 피로·쇠약감·체중감소·시력장애 등이 나타나는데, 일반 노화 증상과 비슷해 자각하기가 쉽지 않다. 잇몸이나 코·목 등에서 출혈이 생길 수 있으며, 두통·의식장애·경련 등이 일어날 수 있다. 정상 혈액의 점성은 1.8g/dL인데, 과다점성증후군은 4g/dL 이상이다.
PART 03 단백수치 확인 가능한 혈액검사 받아야
정확한 검사로 확인 후 치료
검사가 필요한지 여부를 판별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증상은 골절이나 뼈를 옮겨 다니는 ‘뼈 통증’과 어지럼증, 심장 두근거림과 같은 ‘빈혈 증상’이다. 이동순 교수는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일찍 시작된 일본은 60대부터 혈액·소변 검사 시 단백수치를 반드시 의무적으로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발성골수종은 다른 노화증상과 유사해 구별이 어렵기 때문에, 60대 이상이면서 뼈 통증과 빈혈이 함께 생겼다면 정기 건강검진 시 반드시 단백수치 확인이 가능한 혈액·소변 검사를 받아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다발성골수종이 의심되면 다음과 같은 검사를 받아야 한다.
01 혈액·소변 검사 시 단백수치 확인
다발성골수종 진단을 위해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가장 먼저 받는다. 백혈구, 혈소판, 적혈구 수치 등을 확인하는 일반적인 혈액검사나 소변검사로는 다발성골수종을 진단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혈액 속 단백질을 확인할 수 있는 ‘혈청·소변 단백 전기영동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는 단백질의 전기적 성질 차이를 이용해 단백질을 분리하는 검사법인데 비정상 항체인 M단백질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검사 결과 3g/dL 이상이면 일단 ‘다발성골수종 1차 의심군’으로,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이동순 교수는 “혈액검사에서 M단백질이 높게 나온 사람의 10~20%는 다발성골수증으로 진단된다”고 말했다.
02 골수검사
혈액·소변검사 결과 1차 의심군으로 진단된 환자에게는 골수검사를 실시한다. 엉덩이뼈에서 골수 조직 일부를 채취해 골수종 세포가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다. 골수에서 골수종 세포가 차지하는 정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03 뼈 촬영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시행해 뼈가 녹은 정도와 종양의 크기, 침범 정도를 확인한다. 통증이 있는 부위 뿐 아니라 전신 뼈를 모두 촬영해야 한다
PART 04 발성골수종 치료법
적절한 치료 통해 통증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
다발성골수종은 완치는 어렵지만 적절한 치료를 통해 통증을 조절하면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과거에는 평균 3년 정도 생존했으나, 최근에는 치료 기술과 치료제가 발달해 4~7년까지 생존 기간이 연장되었다. 김기현 교수는 “완치는 안 되지만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통증을 줄인 후 직장생활을 할 정도까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며 “최근에는 10년 넘게 생존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발성골수종 치료를 받을 때는 무거운 것을 들거나, 골프나 역기처럼 뼈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운동을 삼가한다. 뼈가 약해져 있기 때문에 골절 위험이 크다. 치료법은 다음과 같다.
01 대증요법
초기 단계에서는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는다. 정기적인 외래검사로 증상을 관찰하면서 증상만 조절한다. 골절을 막기 위해서는 비스포스포네이트 등 뼈가 녹는 것을 막는 약을 쓴다. 이 약은 뼈를 파괴하는 세포가 만들어지는 것을 막아 혈액 속으로 칼슘이 빠져나오는 양을 줄인다. 심한 빈혈이 있을 때는 철분을 만들어 주는 조혈제를 주입해 치료한다. 뼈 통증이 있을 때는 아세트아미노펜 등 신장 기능에 부담이 적은 진통제나 코데인, 메타돈 등 마약성 진통제를 쓰기도 한다.
02 항암화학요법
다양한 약제로 M단백수치를 줄이는 치료방법이다. 최근 종양세포만 공격해 없애는 표적치료제가 등장하면서 다발성골수종의 치료 성적이 많이 높아졌다. 30년 전만 해도 항암화학요법으로 5% 이하 환자만 증상이 모두 없어졌다면, 최근에는 이 비율이 30~50%에 달한다.
03 조혈모세포 이식
고용량 항암제로 종양을 최대한 줄인 후, 이 치료에 타격을 입은 정상세포를 회복시키기 위해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방법이다. 파괴된 혈구의 회복시간을 단축시키고, 모든 증상이 없어지는 시간을 줄여 생존기간을 연장시킨다. 단, 고용량 항암제를 쓰기 어려운 체력을 가진 환자는 치료가 어렵다.
04 방사선 요법
고에너지 방사선을 이용해서 골수종 세포를 파괴하는 방법이다. 주로 종양이 척수를 눌러 손발이 저리는 등 신경 문제가 생겼을 때 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