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윙팁 슈즈와 로퍼 신발이 발 건강에 좋은 이유
헬스조선 편집팀
입력 2012/11/06 09:21
2012년 가을과 겨울, 여자의 신발이 달라졌다. 좁은 앞코에 높은 힐로 여성스러움을 한껏 강조했던 트렌드는 지나갔다. 남성적인 매력을 여성의 패션에 접목할 때 흔히 쓰이는 ‘매니쉬’는 여성의 구두도 바꿔놓았다. 남성 구두의 장식으로 쓰였던 날개 모양의 구두코 장식인 ‘윙팁’은 이젠 여성들도 즐겨 신는 신발의 디자인이다. ‘모카신’이라고 불리는 로퍼는 노르웨이의 농부들이 신던 신발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어졌다고 한다. 활동성과 편의성이 강조된 신발로, 끈이나 단추가 없어 신고 벗기가 편하며 굽이 매우 낮다. 남성적인 무드를 강조한 이런 트렌디한 신발을 신으면, ‘당당하고 멋있는 여자’의 이미지와 함께 발 건강도 지킬 수 있어 일석이조이다.
- 올 겨울 트렌드인 윙팁 슈즈와 로퍼와 같은 매니시한 신발이 발 건강에 좋은 이유는?
폭이 좁은 신발은 발이 작아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좁은 구두 속에서 발가락 사이에 마찰이 생기고, 구두에 밀착되면서 굳은살이 생기거나 뼈가 변형되기도 한다. 때로는 엄지발가락에 과한 압력이 가해져 발톱이 파고들 수도 있다. 그러나 폭이 넓은 윙팁 슈즈를 신으면 이를 피할 수 있다. 윙팁 슈즈는 일반적인 여성 구두보다 폭이 넓은 편이다. 보통 여성의 신발은 발 길이에 따라 수치가 분류된다. 자신의 발 폭을 고려한 신발을 선택하기가 힘든 구조이다. 하지만 윙팁 슈즈와 같이 본래 남성용 구두 디자인에 쓰였던 신발은 보통 여성의 발 폭 길이보다 넓은 편이다.
높은 굽의 하이힐은 항상 무릎을 구부린 상태로 만들기 때문에 고관절에 힘이 들어가게 되고, 그 상태에서 허리를 지탱하기 때문에 허리가 앞쪽으로 휘어지며 역시 통증이 생긴다. 또한 발가락에 엄청난 하중이 부하되어 심각한 발가락 통증과 두꺼운 굳은살을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힐은 아름다운 각선미를 돋보이게 하는 아이템으로 오랫동안 여성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시즌만큼은 예외이다. 로퍼는 소재가 가볍고 부드러우며, 굽이 거의 없다. 발의 앞쪽과 뒷쪽의 경사가 거의 없는 로퍼의 모양은 무릎과 발에 부담을 주지 않아 건강한 발을 지킬 수 있다.
- 좁은 코의 높은 힐을 고집하다가는 심각한 족부 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데?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 유종민 소장은 “좁은 코의 높은 힐을 습관적으로 착용하는 것은 무지외반증이나 소건막류, 자간신경종과 같은 심각한 족부 질환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인 ‘무지’가 바깥쪽으로 휘어지는 것을 이르는 ‘외반’과 합쳐진 말이다.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돌아가면 엄지발가락이 돌출되는데, 발바닥의 굳은살도 함께 생긴다. 돌출된 엄지발가락 안쪽이 빨갛게 변하면서 통증이 지속되면 다른 발가락으로 체중의 대부분이 쏠리게 된다. 이 때 발바닥 앞부분의 신경이 뭉치게 되고 극심한 통증이 동반된다. 무지외반증은 유전적인 요인이나 잘못된 생활습관에 의해 발병하는데, 젊은 여성 중 3분의 1이 앓고 있을 정도로 후천적으로 발병하기 쉬운 질환 중 하나이다. 발병 초기에는 볼이 넓은 신발이나 보조기를 통해 교정할 수 있지만, 다른 질병과는 달리 수술적인 치료가 중심이다.
소건막류 역시 선천적으로 새끼발가락이 기형인 경우에도 발생하지만, 오랜 시간 자신에게 맞지 않는 신발을 착용했을 때 발병하는 비율이 높다. 좁은 앞코의 신발은 새끼발가락에도 과한 마찰과 압력을 주게 되는데, 지속되면 새끼발가락 바깥쪽이 튀어나오고 빨갛게 변한다. 초기에는 큰 신발이나 깔창을 신어 증세의 호전을 살펴본 후, 자극이 반복된다면 역시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자간신경종은 발가락 사이의 신경에 혹이 생기는 것이다. 초기 증상은 바닥이 딱딱하거나 높은 굽을 가진 신발을 신을 때만 발가락 앞쪽에 찌릿한 통증이 느껴지지만, 질환이 진행되면 신발을 신지 않은 상태에서도 발가락이 저리거나 때로는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증세를 보인다. 주로 세 번째와 네 번째 발가락 사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무지외반증이나 소건막류와는 달리 수술치료보다는 보존치료가 우선이다. 먼저 볼이 넓고 굽이 낮은 신발과 보조기를 착용한다. 증세가 지속될 시에는 신경종 부위에 스테로이드를 부분적으로 주사하는 치료를 하는데, 치유율이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