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

울퉁불퉁 음낭, 불임 부른다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hj@chosun.com

정맥 꼬부라지고 뒤틀려
키 크는 사춘기 때부터 발생
누우면 고환 통증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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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 걱정을 하던 박모(32·경기 김포시)씨는 최근 음낭에서 울퉁불퉁한 것이 만져져서 아내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정계정맥류'라는 진단을 받았다.

정계정맥류는 고환에서 음낭까지 연결된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음낭 안에서 꼬부라지고 뒤틀리는 것으로, 한국 남성의 약 15%에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정계정맥류가 생기는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왼쪽 신장과 연결되는 정맥의 압력이 높거나, 혈액 역류를 막는 신체 기능의 저하가 원인일 것이라고 의료계는 추정하고 있다. 정계정맥류는 키가 갑자기 크는 사춘기 때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계정맥류가 있어도 별 다른 증상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는 고환에서 통증·불쾌감을 느낀다. 가장 큰 문제는 남성 불임의 원인이 된다는 것. 1차성 불임(한 번도 임신이 되지 않은 경우) 남성의 30~35%, 2차성 불임(둘째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경우) 남성의 70~80%에서 정계정맥류가 나타난다. 서 있을 때 음낭에서 포도송이처럼 울퉁불퉁한 정맥류가 보이거나 만져지면 정계정맥류를 의심해봐야 한다. 강남차병원 비뇨기과 송승훈 교수는 "정계정맥류 때문에 생긴 고환의 통증은 누우면 대부분 사라진다"며 "이런 증상이 있다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계정맥류는 자연적으로 없어지지 않는다. 척추 마취를 한 뒤 서혜부(아랫배와 허벅지 사이 접히는 부분)를 2~3㎝ 정도 절개하고 늘어난 정맥을 묶는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을 받으면 10명 중 4명은 1년 안에 임신에 성공한다. 송승훈 교수는 "정계정맥류가 있다고 해서 모두 수술을 받을 필요는 없다"며 "정계정맥류 때문에 임신이 안 되거나 통증이 심해서 생활에 지장이 있을 때 수술을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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