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새로 나온 발기부전약‥약과 '독'의 경계
취재 한미영 헬스조선 기자 | 도움말 최준호(늘푸른비뇨기과 원장)
입력 2012/07/22 11:18
발기부전치료제 춘추전국시대 개막!
‘오리지널’은 신약, ‘제네릭’은 신약을 본떠 만든 복제약을 말한다. 발기부전치료제 탄생은 고개 숙인 중년 남성 사이에 ‘희망’의 출현이었다. 세상에 처음 나온 발기부전치료제의 물질특허 기간이 끝나면서 제네릭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야흐로 발기부전치료제 춘추전국시대 개막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까다로운 신약 승인절차 거쳐야 효능과 안전성 인정
신약을 출시하려면 제약사가 임상 과정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에서 시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제약사는 기초 연구와 동물시험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다.
임상시험은 3단계로 나뉜다. 1상 시험 대상은 건강한 소수 지원자다. 약물에 대한 부작용이 없는지, 약물이 체내에 들어가 독성물질로 변하지 않는지 등의 안전성을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약효를 발휘하는 적정 투여량과 용법을 평가한다. 2상은 소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단기투약에 따른 유효성과 부작용을 확인한다. 3상은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효능·효과, 용법·용량, 사용 시 주의사항, 장기복용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등을 확인하고 결정한다. 임상시험을 거친 후 식약청 허가를 받고 판매하는데, 신약은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어야만 출시할 수 있다.
미국 FDA나 우리나라 식약청 등 정부 기관에서 신약 승인절차를 거치면 ‘오리지널’ 의약품에 속한다. 미국과 국내 기관 모두 신약 승인을 위한 엄격한 기준이 있기 때문에 임상을 통해 약효와 부작용을 검증받지 않으면 출시할 수 없다. 다국적 제약사 의약품이 미국 FDA에서 신약 승인절차를 거친 후 국내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3상에 해당하는 가교 시험을 거쳐야 한다. 인종별 차이를 고려한 것으로, 외국에서 허가받은 신약이 국내 환자에게 효과 있는지 알아보는 절차다.
기초연구와 임상 거치지 않는 ‘제네릭’
신약의 특허기간이 끝나면 다른 제약사가 같은 물질의 약을 복제해서 판매할 수 있다. 이복제약을 ‘제네릭’이라 통용해 부른다. 약국에서 진통제를 살 때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 등 같은 효과를 내는 다른 브랜드 의약품으로 이해하면 쉽다. 제네릭은 화학물질이나 제조방법이 오리지널 신약과 다르더라도 최종 결과물이 생물학적으로 같다면 판매를 허가한다.
승인절차 또한 간단하다. 기초연구와 여러 단계 임상시험을 생략하고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하 생동성 시험)’을 거친다. 생동성 시험은 복제약 판매 허가를 받기 전에 사람에게 투여해 오리지널 약과 동등한 약효를 나타내는지 통계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시험 대상자에게 제네릭을 투여한 후 약물이 몸에 흡수되는 속도와 농도를 오리지널 의약품과 비교한다. 약효가 80~125% 범위이면 적합 판정을 받아 출시할 수 있다.
발기부전치료제 제네릭 등장, 약인가 독인가
제약업계에서는 ‘비아그라’ 같은 약을 ‘돈이 되는 신약’이라고 말한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에서 만든 비아그라는 출시 이후 지금까지 승승장구했다. 1999년 국내에 처음 선보인 이후 13년 동안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8년까지 120개국 3500만 명 이상의 남성이 비아그라를 복용했다. 비아그라는 10년간 총 18억 정, 1초당 6정이 판매된 ‘슈퍼 신약’이다.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에 대한 물질특허가 지난 5월 17일 풀렸다. 성분이 비슷한 또 다른 이름의 ‘비아그라’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됐다. 복제약 제조 기술이 뛰어난 국내 제약사들은 비아그라 제네릭 의약품 개발과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식약청에 시판 허가를 받은 제네릭은 16개사 28개 품목이다. 복제약을 만들기 위해 생동성 시험을 신청한 곳도 19개사에 달한다. 이 중 CJ제일제당 ‘헤라그라’, 일양약품 ‘일양실데나필’, 비씨월드제약 ‘실비에’, 한미약품 ‘팔팔정’, 대웅제약 ‘누리그라’, 삼진제약 ‘해피그라’ 등은 이미 시장에 출시됐다.
시장이 확대되고 제품 수가 증가하면서 제약업체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졌다. 비아그라 제네릭을 생산하는 제약사는 소비자 이목을 끌기 위해 마케팅 공세를 펼치고 있다. ‘자하자’, ‘스그라’, ‘쎄지그라’, ‘오르그라’, ‘오르맥스’, ‘불티스’, ‘헤라크라’ 등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제품명을 쏟아냈다가 이름을 바꾸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비아그라 제네릭이 쏟아지면서 펼치는 제약업체의 지나친 마케팅 공세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가짜약이 반을 차지는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소비자의 약물 오남용을 더 부추기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제네릭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
비슷한 성분과 효과가 있는 제네릭은 오리지널 약보다 싸다. 오리지널 약이 독과점하던 시장을 나누기 위한 무기로 가격 경쟁력을 장착한 것이다. 실제 비아그라 제네릭을 만드는 제약사 간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비아그라(100mg) 오리지널 가격은 1정당 1만5000원 내외다. 반면 현재 출시된 비아그라 제네릭 가격은 50mg 기준 2500~4000원 선이다. 한미약품의 ‘팔팔정’은 ‘비아그라’와 가격 차이가 무려 4배 이상이다.
같은 성분과 효과가 있는 의약품간 가격이 이렇게 차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연구개발 비용을 들 수 있다. 약의 효능과 부작용 여부 등을 알아내는 연구 과정을 거친 후에는 식약청이나 FDA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 투입된 연구개발 비용은 시판 의약품 가격에 반영된다.
또 다른 이유는 원료 선택이다. 까다로운 신약 승인절차를 통과하려면 약품 안전성을 높여야 하므로 신약을 개발할 때는 제품 원료 역시 엄격한 기준으로 선택한다. 반면 제네릭은 연구개발 비용을 절약하고, 안전성이 입증된 성분의 원료를 싸게 사는 경로를 개척해 원가를 절감한다. 화이자 제약은 연구개발을 통해 비아그라 주성분인 ‘실데나필’이 발기부전 치료에 효과 있다는 것을 입증했고, 또 FDA 승인까지 받았다. 비아그라 제네릭 의약품 제조사는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실데나필을 싸게 살 수 있는 인도나 파키스탄, 캐나다 등에서 원료를 수입해 원가를 절감하는 방식이다. 싼 가격으로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소비자에게 좋은 일이지만, 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된 약물은 원료와 완제품의 품질을 의심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