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와 철분 주사
임신 7개월인 박모(32·서울 서초구)씨는 임신 3개월경 약국에서 철분제를 사먹었지만, 철분제 부작용으로 변비가 생겨 2주 만에 끊었었다. 그러던 박씨가 최근 극심한 피로가 생겨 검사를 받은 결과, 당장 철분 공급이 필요한 심한 임신성 빈혈이었다. 의사는 부작용을 걱정하는 박씨에게 "변비는 먹는 철분제가 소화기관을 통과하면서 일으키니까, 먹는 약 대신 철분주사를 맞으면 된다"고 말했다.
임신하면 이전보다 3~6배의 철분이 필요하다. 태아에게 철분을 보내야 하는 동시에, 엄마 자신의 빈혈을 막기 위해서다. 임신부가 혈색소 11g/dL 이하인 빈혈에 빠지면 태아 발육지연, 저체중아 출산, 조산 등 위험이 커진다. 하지만, 음식으로 섭취하는 철분은 흡수율이 5~10%에 불과해, 임신부 필요량을 채우려면 철분제가 꼭 필요하다. 그런데, 많은 임신부가 철분제 먹기를 중도에 포기한다. 비린 약 냄새 때문에 메스꺼움이 생기거나, 심한 변비 등의 부작용 때문이다. 혈색소가 8g/dL 이하인 중증 빈혈이 아니면 증상이 거의 없어 심각성을 자각하지 못하는 탓도 있다.
◇고용량 주사제로 한 번으로 충분
임신부의 사정에 맞춘 철분 보충법을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이정재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임신 전부터 빈혈=보통 임신 16주 이전에는 철분제 복용을 권하지 않는다. 철분 필요량이 크게 늘지 않으며, 철분제의 비릿함이 입덧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신 전부터 빈혈인 여성은 혈액검사를 해서 혈색소가 9.0~10.5g/dL이면 초기부터 철분제를 먹도록 처방한다. '4분의 1정'부터 차차 용량을 늘린다.
▷메스꺼워서 못 먹거나 변비 심하면=정맥에 철분을 바로 주입하는 정맥철분주사를 맞는다. 철분이 소화기관을 거치지 않고 혈액으로 바로 들어가므로 부작용이 덜하다.
▷철분제 먹어도 빈혈=철분제를 먹어도 체내에 제대로 흡수되지 않는 사람이다. 특히, 임신 7개월 이후에도 빈혈이면 출산에 대비해 혈색소 수치를 빨리 올려야 한다. 서너번에 걸쳐 당일 입원한 뒤 수액에 희석한 저용량(200㎎) 정맥철분주사를 맞아야 했으나, 최근 나온 고용량(1000㎎) 페린젝트는 외래에서 임신 기간 중 한 번만 맞으면 된다.
▷출산 후 혈색소 10g/dL 이하=출산과 모유수유, 자궁수축 등에 혈액과 철분이 많이 소모된 빈혈 상태다. 고용량 정맥철분주사제로 혈색소 수치를 빠르게 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