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40대 이상 남성 50% 정도가 발기부전을 겪는 탓에, 가짜 발기부전치료제가 기승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가짜 발기부전치료제 밀수입국 2위로 꼽힌다. 밀수입량도 크게 늘었는데, 지난해 가짜 명품백을 제치고 밀수입 품목 1위를 차지했다. 이런 까닭에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로 국내 남성들이 겪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실제 대한남성과학회가 올해 발기부전 관련 진료를 보는 비뇨기과, 내과, 가정의학과 전문의 141명을 대상으로 가짜 발기부전치료제에 대한 설문을 했더니, 의사 38%가 가짜 발기부전치료제 부작용이 있는 환자를 진료했다고 답했다. 부작용을 겪은 환자의 연령층은 50대가 55%, 40대 22%, 60대 이상 17%, 20~30대 6% 순이었다. 건국대충주병원 비뇨기과 양상국 교수는 “2010년 학회 조사에서도 가짜약을 먹은 남성 75%가 부작용을 경험한 것으로 나왔다”며 “이번 조사에서 가짜약 부작용은 심계항진, 두통, 홍조, 눈이 침침한 증상 등을 비롯해 지속발기, 부정맥 등 심각한 증상을 동반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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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선일보DB
보라매병원 비뇨기과 손환철 교수는 “식약청과 함께 가짜약을 조사했더니 26%에서 중금속이 발견됐고, 37%는 발기부전을 치료하는 성분이 없었다”며 “특히 가짜약 58%는 성분 함량이 과해 부작용을 유발할 위험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손 교수는 “또 지난 2009년 싱가포르에서 가짜 성기능향상제를 복용한 150명 가운데 7명이 혼수상태에 빠졌고 이중 4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며 “가짜약을 만들기 전 가짜 혈당치료제를 만든 기계를 썼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기계로 다양한 가짜약을 제조하기 때문에, 앞서 어떤 약을 만들었느냐에 따라 다른 약성분이 섞여 들어가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급성으로 문제가 생기는 것은 금방 확인이 가능한 편이다. 문제는 그 너머에 있다. 중금속이 몸에 서서히 쌓여 발생하는 만성 질환은 아직 빙산 아래 깊게 묻혀 있고, 심장마비 등 응급질환으로 사망하거나 했을 때는 아예 가짜약이 원인인 것이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이 약을 복용하는 주요 연령층인 30대 이상 성인들이 가짜약의 위험성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대한남성과학회가 올해 30세 이상 성인 450명을 대상으로 가짜 발기부전치료제에 대한 인식 조사를 했더니, 72%가 가짜약에 대한 위험성을 잘 모른다고 답했다. 심지어 남성 32%는 가짜약을 복용해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양상국 교수는 “특히 가짜약이 위험하다고 답한 남성일수록 가짜약이 효과가 더 높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며 “또 성인 남성 절반가량은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이 모두 가짜약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 교수(대한남성과학회장)는 “발기부전 환자 10~15%는 환자가 앓고 있는 다른 질환의 치료제 복용 때문에 발기부전치료제를 절대 먹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며 “이런 사람들이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를 먹었을 때의 유해성이 사망을 초래하는 등 심각하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와 상담한 후 발기부전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