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자다 돌아다니는 건 다 몽유병?‥'헉'
이미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2/05/18 09:14
미국 스탠포드의대 정신건강의학과 모라이스 오아욘 교수는 미국 15개 주의 18세 이상 1만5929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수면 습관과 건강 상태, 복용 약물, 동반 장애 등을 전화로 설문조사했다. 또, 몽유병을 진단받았던 경험이나 가족력 등도 조사했다. 그 결과, 3.6%가 지난 1년간 한 번 이상 밤에 의식 없는 상태에서 돌아다니는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모라이스 오아욘 교수는 “이 수치는 생각보다 매우 큰 수치”라며 “수면 중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돌아다니면 부상 위험이 커서 평소 적절한 예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영섭 교수는 “밤에 자기도 모른 채 돌아다니는 증상이 있다고 해서 다 몽유병(수면 중 보행장애)은 아니다”라며 “이러한 증상이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나타난다든가, 이 때문에 평소 심각한 고통을 받아야 병이라고 진단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몽유병 환자의 수치를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아이의 경우, 약 15% 정도가 한 번쯤 수면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걷는 일이 있다고 한다. 이는 소아 청소년기에 뇌가 덜 성숙해 뇌의 각 부분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면서 증상은 사라진다.
몽유병은 뇌에서 각성과 수면의 작용이 구분되지 않아서 생긴다. 의식을 담당하는 대뇌에 각성을 조절하는 ‘뇌간’이 있는데, 몽유병 환자들은 뇌간이 각성상태이지만 대뇌는 수면상태로 돼 있다. 유전적인 문제로 몽유병이 생기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우용섭 교수는 “몽유병이 위험한 이유는 자기도 모르게 돌아다니다 다치기 때문”이라며 “가족 중 몽유병이 있다는 걸 발견하면, 억지로 깨우지 말고 달래듯이 침실로 유도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증상이 심하면 창문에 걸쇠를 달아놓거나, 주변에 깨지기 쉬운 물건을 치운다. 평소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도 필수다. 이런 방법으로도 해결이 안 되면, 수면 구조를 조절하는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연구는 ‘신경학저널(the journal Neurology)’ 5월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