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통증의학과
아픈 것, 참지 마세요 만성통증 올 가이드
취재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 | 사진 조은선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1/12/15 09:07
만성통증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사람이 약 250만 명에 달한다. 성인 10명 중 1명꼴이다. 보통 나이 들수록 만성통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 노화로 신체 기능이 퇴화되는데다 각종 병에 걸리기 쉬워 통증이 나타나는데, 이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만성통증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반면, 젊은층에겐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통증이 상대적으로 많다. 그런데도 젊다는 이유로 통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만성통증에 대해 알아본다.
Part 1 난치성 통증, 젊은층 비율 1.4배 높아
대한통증학회는 최근 4개 대학병원의 통증클리닉을 찾은 통증 환자 1만2654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40대 이전의 젊은 환자 중 치료가 쉬운 통각수용통증을 앓는 비율은 41.5%며, 치료가 어려운 신경병증통증과 복합통증(통각수용통증+신경병증통증)을 앓는 비율은 57.3%다. 40대 이후는 그 반대다. 통각수용통증이 59.6%고, 신경병증통증과 복합통증이 있는 환자가 38%로, 비교적 치료가 쉬운 통증질환의 비율이 높았다.
통증질환, 특징과 치료법 다양
통각수용통증은 수술 후 통증, 다치거나 삔 후의 통증, 분만 통증, 관절염 통증 등 비교적 치료가 쉬운 통증질환이다. 그러나, 신경병증통증은 신체의 손상이 아닌 신경세포의 손상이나 신경계의 기능 이상으로 통증의 신호를 뇌에 보내면서 나타나는 통증질환이다. 자극이 없는데도 감전된 것과 같은 통증을 느끼거나, 약간 불편한 느낌을 줄 정도의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통각과민(痛覺過敏)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당뇨병신경병증통증, 대상포진후신경통, 삼차신경통 등이 있다. 복합통증은 통각수용통증과 신경병증통증 요소를 모두 포함한 통증질환으로 척추 수술 후 통증, 심한 척추관협착증, 손목터널증후군 등이 대표적이다. 신경병증통증은 마취통증의학과 외에 여러 진료과가 참여해 진료해야한다. 수면장애, 기력 감소, 집중력 감퇴, 우울증 등의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문동언 교수는 “복합통증의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대부분 통각수용통증으로 진단돼 적절한 치료시기가 늦어지기 때문”이라며 “젊은층에게 진단과 치료가 까다로운 통증질환이 많은 이유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사회활동이 많아 외상 등에 노출될 확률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해다. 문 교수는 “외상으로 인한 손상이 치유됐는데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통증치료 전문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경계 변화 유발하는 신경병증통증
신경병증통증이나 복합통증은 통각수용통증보다 일반적으로 치료가 쉽지 않다. 각 통증의 특성을 알아본다.
통각수용통증
화상이나 칼에 베이는 것과 같은 외상, 종양과 같은 몸 내부의 압력 증가 등 몸에 실제적인 손상이 생겨 나타나는 통증이다. 손상된 조직에 있는 신경이 활성화되면서 통증신호를 뇌로 보내기 때문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간 등 복부 내 장기의 통증은 통증 부위가 모호하고, 지속적으로 조이거나 욱신거리는 양상을 보이며, 구역, 구토, 발한 등을 동반하는 내장통증 형태로 나타난다. 피부, 근육, 뼈의 통증은 날카로우면서 쑤시거나 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통증 부위가 국한되고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체성통증으로 나타난다. 모두 마약성 진통제나 소염진통제로 치료하면 효과가 높다.
신경병증통증
통각수용통증이 오래 지속되거나 반복되면 신경계에 변화를 초래해 만성 신경병증통증이 된다. 부상이나 신체 내외 조직의 손상이 없는데도 생기는 통증으로, 신경계의 기능 이상으로 통증 신호를 뇌에 보내기 때문에 일어난다. 신경손상을 주는 원인은 외상, 수술 후 통증, 당뇨병성 신경병증, 뇌졸중 후 중추성통증, 우울증 등 다양하다. 이러한 신경병증통증은 평상시 만지거나 자극을 주는 등의 경미한 자극에도 민감하게 통증이 나타난다. 삼차신경통같이 얼굴 안면에 생기는 이질통, 자극을 주었을 때 작은 불편감에도 자극이 극심한 통각과민, 전기에 감전된 것 같은 발작적 통증도 나타난다. 항경련제와 항우울제를 1차적으로 투여하며, 필요하면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한다.
복합통증
척추 수술 후 통증, 심한 척추관협착증, 손목터널증후군, 교통사고 후 목을 다쳐 생기는 채찍질증후군 등 신경병증통증과 통각수용통증 요소가 들어 있다. 신경병증통증이 포함돼 있어 항경련제와 항우울제를 반드시 써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암성통증
암 자체에 의한 통증, 암치료 중 발생하는 통증, 암으로 전신 쇠약이 초래돼 2차적으로 발생하는 통증, 암과 관계없이 환자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두통이나 류머티즘질환 등에 의해 생기는 모든 통증을 말한다.
암성통증은 통각수용통증인 체성통증과 내장통증, 신경병증통증으로 분류된다. 통각수용통증은 암 자체가 뼈나 내장, 혈관, 신경 등의 연부조직을 침범해 나타난다. 신경병증통증은 말초신경이나 척수조직에 염증세포가 침윤해 나타나는 증상으로 수술, 항암요법, 방사선치료 등에 의한 신경조직 손상에 의해 나타난다.
Part 2 만성통증 유발질환 다양
만성통증질환은 두통, 요통, 어깨 통증, 근근막통증증후군, 대상포진후신경통, 삼차신경통 등이 대표적이다.
두통
편두통이 있으면 스트레스, 피로, 수면장애나 수면과다, 생리, 술, 햇빛 등에도 비정상적으로 신경흥분이 생긴다. 편두통은 보통 머리 한쪽에서 나타나는 두통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한쪽 머리만 아픈 경우는 40% 정도에 불과하다. 40% 정도는 양쪽 머리가 아프고, 나머지 20%는 한쪽 머리가 아프다가 나중에 양쪽 머리가 모두 아픈 증상을 보인다. 긴장성두통은 스트레스나 정신적 긴장에 의해 유발된다. 만성두통의 종류는 만성편두통, 만성 긴장성두통, 일상성지속성두통 등인데 이런 만성두통의 원인은 진통제의 과다복용이 가장 흔하고, 스트레스도 원인으로 꼽힌다.
요통
요통은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 변형성척추증, 추간관절증, 근근막성요통, 척추관협착증, 척추전방전이증, 골다공증 등 허리뼈에 관련돼 주로 발생한다. 이 외에 요관결석이나 신장결석, 근육 염좌 등도 요통의 원인이 된다. 추간판탈출증은 디스크의 수핵이 삐져나와 척수가 지나는 신경을 압박해 생기므로, 허리와 다리가 아프거나 저리다. 시간이 지나면 다리 힘이 약해지거나 허리의 움직임이 좋지 않게 되며,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는 것조차 어렵게 된다. 척추관이 좁아지는 척추관협착증은 척수와 다리로 가는 신경이 압박을 받아 일시적으로 걸을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 허리뼈 뒤쪽의 관절이 변형되거나 염증이 생기면 관절에 분포하는 신경이 자극돼 허리를 뒤쪽으로 젖힐 때 통증이 심해진다. 그 밖에 허리 뼈가 약하면 압박골절이 잘 돼, 요통을 유발한다.
어깨 통증
어깨 통증은 부상이나 노화 가 원인인데, 대부분 어깨 운동도 제한받게 된다. 발병 연령은 30대 이상으로 다양하지만 특히 50대 이후 잘 생겨 흔히 ‘오십견’이라 부른다. 장기간에 걸친 손상으로 근육이나 인대가 굳어져 어깨를 움직이지 못하고 움직일 때 통증이 생긴다. 어깨가 굳었다고 해서 ‘동결견’이라 부르기도 한다. 가만히 있을 때는 괜찮지만 팔을 위로 올리거나 뒤로 돌릴 때 어깨의 한 부위가 깨지는 것처럼 아프거나, 어깨가 아파서 머리를 감거나 옷을 입고 벗을 수 없는 것이 오십견의 특징적 증상이다.
근근막통증증후군
한 개 혹은 여러 개의 근육에서 초래되는 통증으로 골격근과 근육막 등 근육이나 근막에서 국소적으로 발생되는 급만성통증이다. 잘못된 자세로 오래 일하거나 잠잘 때, 디스크나 다른 원인들에 의해 목이나 등, 팔에 있는 근육들이 긴장하거나 손상을 받으면 근육에 통증유발점이 생겨 근근막통증증후군의 증상들이 나타난다. 일이나 운동 등 반복적인 움직임에 의한 손상, 사고로 인한 척수신경 손상, 갑상선호르몬이나 에스트로겐 생성 저하 등 내분비장애 등도 원인이 된다.
근근막통증증후군은 통증유발점을 누르면 심한 통증이 생기며, 그 지점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부위에도 통증(연관통)을 초래한다. 머리, 목, 어깨, 팔, 가슴, 허리, 골반, 다리 등 통증유발점이 생긴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때로는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 마비감, 시린 느낌, 눈물, 콧물, 코막힘, 현기증 같은 증상도 나타난다. 통증으로 인해 운동 범위가 감소하기도 한다.
대상포진후신경통
어릴 때 수두를 앓은 사람의 몸에 남아 있는 바이러스가 수십 년 동안 잠복해 있다 노화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지면 발병해 피부 물집과 함께 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병성통증질환이다. 신경섬유를 따라 바이러스가 이동하면서 신경이 분포하는 피부에 물집을 일으키는데 신경이 띠처럼 분포하기 때문에 물집도 띠모양으로 생긴다. 보통 물집이 발생하기 며칠 전부터 심한 통증이 생기므로, 다른 질환으로 착각하기 쉽다. 대부분 감기몸살처럼 통증, 이상감각, 미열 등으로 시작된다. 통증과 이상 감각이 오른쪽이나 왼쪽 중 한쪽에만 생기며 얼굴, 팔, 다리, 몸통 어느 부위에나 생길 수 있다. 피부가 붉어지면서 주위에 작은 물집이 띠 모양으로 발생해 2~3주간 지속된다. 통증이 심해지면 옷깃이 스치기만 해도 통증을 느끼고, 개미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삼차신경통
2개의 뇌신경 중 하나인 삼차신경이 뇌혈관과 맞닿아 만성적으로 자극을 받아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발성경화증 등 퇴행성신경질환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삼차신경은 눈·위턱·아래턱 세 줄기로 나뉘어 뻗어 있는데, 삼차신경이 지나가는 곳에 염증·종양·외상이 있거나, 감기·혈액순환장애·물질대사 장애가 있을 때 나타난다. 갑자기 칼로 찌르는 듯한 심한 통증이 얼굴에 생긴다. 흔히 입 주위나 잇몸 근처 그리고 눈 주위에 통증이 나타나며, 세수나 면도를 하거나 음식을 먹을 때 혹은 바람이 얼굴을 스쳐도 통증이 수초 혹은 수분간 지속된다. 간혹 치통으로 오인해 치과에서 발치를 하고 신경치료를 하는데,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칼로 베는 것 같거나 불로 지지거나, 전기에 감전된 것 같은 통증으로 얼굴 근육이 일그러지고 경련, 눈충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Part 3 다양한 선택 가능한 만성통증 치료
모든 만성통증은 약물이나 물리치료, 심리치료, 신경치료(신경차단술이나 신경절제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한다.
약물치료
약물치료는 기본 치료법이다. 먼저 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 비스테로이드 소염제 등의 소염진통약을 복용한다. 이런 진통제로 효과가 없으면 마약성 진통제를 쓴다. 코데인 같은 약한 마약성 진통제뿐 아니라 모르핀 혹은 펜타닐 같은 강한 마약성 진통제도 먹는 약이 있고, 피부에 붙이는 패치나 좌약 등과 같이 다양한 통증치료제가 있다. 진통제와 완전히 다른 약물이 함께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런 약제로는 스테로이드제, 항경련제, 항우울제가 있다.
물리치료
물리치료는 아픈 신체 부위에 마사지 등 물리적 힘이나 열·냉기를 이용해 통증을 줄여 주고, 통증으로 줄어든 신체의 운동 범위를 늘려 주는 치료이다. 통증을 줄여 주는 치료는 첫 2~4주에만 효과가 있다. 근육통은 찜질·저주파요법 등을 한 달쯤 받아도 증상이 70~80% 개선된다. 또 운동이나 자세교정 같은 치료도 하는데, 보통 12주 정도 해야 치료효과가 있다.
심리치료
심리치료는 스트레스 같은 만성통증을 유발하는 문제를 제거해줄 뿐만 아니라, 만성통증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도 치료한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코티졸 등 스트레스호르몬이 만성적으로 분비된다. 그러면 우리 몸을 방어하는 체계가 붕괴돼 통증에 취약해진다. 이 때문에 평소에는 느끼지 못할 미세한 통증까지 느끼게 된다. 심리상담을 해서 스트레스 대응법, 일상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 촉박한 상황에 대한 대처법 등을 익히면 통증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신경치료
신경치료는 과다하게 흥분한 신경이나 통증 유발 부위에 신경치료제를 직접 투여해 신경기능을 정상화한다.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축적된 노폐물을 제거하고, 단축되거나 경직된 근육을 이완시키고, 탄력을 회복시켜 전신의 균형 상태가 유지되도록 한다. 또 우리 몸의 각종 기능을 제어하는 자율신경계의 평형 상태를 회복시키고, 자율신경 치료를 통해 통증을 완화하며 통증 자체도 치료한다.
난치성 통증은 신경의 기능을 정지시키는 신경파괴술을 하기도 한다. 또 뇌에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경로인 신경을 파괴하는 신경절제술도 있다. 다른 치료법이 실패했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쓰며, 통증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을 절단하기 위해 열을 이용한다. 신경절제술은 이런 신경의 파괴를 의미하며, 결과는 영구적이거나 시간 경과 후 신경이 다시 자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