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하는 서울의 모 대학을 졸업했지만, 2년 가까이 직장을 잡지 못한 취업 재수생 장모(29)씨. 장씨는 요즘 하루 12시간 이상을 잔다. 많이 잘 때는 20시간 가까이 자기도 한다. 비단 잠만 많이 자는 게 아니라 매사 의욕도 없다. 친구를 만나는 것도 귀찮다. 부모님 뵐 면목이 없다는 느낌도 이제 무뎌졌다. 내는 원서마다 고배를 마시고 절망에 빠져야 했던 장씨는 잠이 유일한 도피처였지만, 이제는 잠이 그냥 습관이 됐다. 더이상 안되겠다 싶은 장씨는 결국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과수면증이었다.

과수면증은 지나치게 많은 잠과 낮에도 졸리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질환은 수면발작(Narcolepsy)으로, 특히 낮에 깨어 있다가도 잠이 쏟아지거나 순간적으로 잠에 빠지는 ‘기면’(somnolence)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말을 하거나, 음식을 먹거나, 운전 중에도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수면발작은 단순히 잠이 모자라 낮에 졸게 되는 증상이 아닌 병적인 상태이다. 심한 경우에는 잠자리에 드는 순간 움직일 수 없는 마비가 나타나거나 수면에 들어가면 나타나는 환각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원인은 유전성향이 있는 특발성인 경우가 많으며, 뇌종양이나 뇌염, 뇌졸중, 뇌외상 등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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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세란병원 제공
그러나 과수면증이 모두 병적 질환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심한 스트레스가 과수면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괴로운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심정이 강할 때 오히려 잠을 많이 자게 되는 것이다. 흔히 스트레스나 우울증이 불면증을 일으킨다고 알고 있지만, 반대로 과수면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과수면증은 주로 10~20세 사이의 남자에게 발생하는 데, 밤에 아무리 잠을 많이 자도 낮에 졸립고 평소보다 많이 먹을 뿐 아니라 우울증과 기억력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경우에는 월경을 시작할 때나 월경 직전에 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평상시 하루 8시간 이상을 자도 잠이 부족하다면 과수면증을 의심하고 서둘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 밖에 과수면증은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경우나 잠의 질이 좋지 못한 경우, 야간 업무를 하는 경우, 안정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또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거나 간질환, 만성폐질환, 심한 당뇨 등 특정 질환이 있을 때도 자주 나타난다.




헬스조선 편집팀 | 도움말=세란병원 신경과 채승희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