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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치료, 어떤 질환 치료에 효과 있나?
취재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 | 사진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1/06/09 09:04
세계적으로 최면치료를 적용하는 질환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보편적으로는 우울증, 조울증, 공황장애, 강박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기억상실, 불면증, 언어장애, 대인공포, 흥분증, 피해망상증, 과거집착증, 결벽증 등 정신신경계통 질환을 치료하는 데 적용한다. 과거 마취약이 개발되기 전에는 수술 시 마취법으로도 사용했다.
최근에는 만성 통증·기능성 위장장애·두통의 치료, 금연 및 비만 프로그램, 학습능력 향상 등에도 쓰인다. 분만 시 약물사용으로 인한 태아의 생리적 기능 손상을 피하면서 산모의 고통을 완화하거나 치과치료에 대한 공포를 줄이는 데 최면요법이 쓰인다. 약물반응을 향상시킬 때, 필요한 약물 투여량을 줄여야 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유용하다. 알레르기질환, 관절염, 고혈압, 탈모 등에도 최면치료에 대한 연구를 시도한다.
우리나라는 주로 정신신경계통 질환의 치료에 적용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비만과 금연 프로그램에 최면치료를 많이 쓴다. 최면치료가 적용되는 정신신경계통 질환은 공황장애·공포장애·강박장애 등의 불안장애, 우울증이나 조울증 등의 기분장애, 신체 구조나 기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못 걷거나 전혀 보지 못하는 등의 신체적 이상이 나타나는 전환장애, 정신분열병, 틱장애, 기억상실증, 귀신들림(빙의) 등이 대표적이다. 변영돈 원장은 “특히 기억상실증, 전환장애, 대인공포증 환자는 다른 치료법이 거의 효과가 없기 때문에 최면치료를 일차적 치료법으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 탈모, 신경성 위장질환 등에 효과
최면치료가 정신의학과 관련된 신체질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복부팽만, 오심, 구토 등이 주로 나타나는 만성적인 소화불량으로 일반인 4명 중 1명이 경험한다.
영국 와이센스하우병원 피터 훠어웰 박사팀은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 126명을 대상으로 최면치료, 전문의 조언을 받는 지원요법, 제산제 치료 등 3가지 치료 효과를 비교했다. 최면치료와 지원요법 그룹은 1회 30분씩 모두 12회 치료했으며, 약물 투여 그룹은 16주간 제산제를 복용했다. 연구팀이 40주간 치료경과를 분석한 결과, 증세가 호전된 환자는 최면 그룹 73%, 지원 그룹 34%, 약물 그룹 43%다. 또 영국 로열병원 연구팀이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 100명에게 최면치료를 한 결과 90%에서 증상이 개선됐다.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 40%는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고, 50%는 증상이 줄어들었다.
벨기에 연구팀의 탈모환자에 대한 최면치료 효과에 관한 연구결과도 흥미롭다. 벨기에 연구팀은 전체 두피에 모발이 70%만 남은 원형탈모증 환자 21명을 대상으로 약물치료와 함께 3주에 한 번씩 3~4회 최면요법을 병행한 결과, 57%는 전체 두피에 모발이 75% 이상으로 늘었고, 이 중 43%는 전체 두피에 모발이 났다. 연구팀은 원형탈모증이 스트레스와 관련 깊은 질환이기 때문에 최면치료가 효과적있었던 것으로 분석한다.
>> 우울증, 강박장애 환자 70~80% 치료
최면치료는 일반적으로 1주일에 1회 30~50분, 10~12회 치료한다. 최면치료 효과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단 1회 치료로 좋아지는 경우도 있으며, 수십 번 치료하는 경우도 있다. 시험 불안증 등은 대개 3~4회 최면치료로 호전된다. 시험 불안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은 보통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기 때문에 최면이 잘 되는 특성이있어 치료효과가 높다. 간혹 효과를 유지하기 위한 추가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강박장애는 대개 3회 정도 치료로 호전을 보이며, 10회 정도로 치료 효과의 유지와 재발 방지가 가능하다.
대개 한 번 좋아지면 증상이 재발하지 않는다. 이들의 경우 80% 정도에서 치료효과가 나타난다. 우울증은 최면치료 기간을 단정할 수 없지만 대개 10회 내외로 치료하며 약물치료와 병행한다. 수년간 약물치료를 해도 효과를 못 보다가 몇 주 만에 거의 정상으로 회복하는 경우도 있고, 치료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는 20~30%다. 정신분열병은 장기간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최면치료 효과가 다른 질환보다 적다. 대개 3~5회 치료하는 동안 증상의 호전이 느껴지면 장기간 유지 치료로 근본적 호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 정신분열병 환자 10명 중 3~4명에서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
성격장애는 종류에 따라 최면치료 기간에 많은 차이가 난다. 대개 6개월 1년 치료가 필요한데, 환각(환청·환시 등)이 있으면 좀더 오래 걸린다. 원인 불명의 만성 통증이나 암으로 인한 통증 등은 대개 1회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통증 자체를 전부 없앨 수 없으며, 통증을 낮추거나 저린 감각으로 바꾸어 느끼게 하는 정도로 치료된다. 비만은 1회 치료에도 효과를 보이는 경우가 있지만, 보통 10회 내외 치료한다. 금연 프로그램은 1회 최면치료 후 자기최면 기술을 배워 치료를 계속하면 효과가 지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