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써도 엄마·태아 안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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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화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최근 원인불명의 급성폐렴으로 임신부가 숨지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아기를 가진 여성들이 조금만 열이 나도 "혹시 나도?"라며 두려워하고 있다. 이번의 경우처럼 치명적인 원인불명 폐렴은 드문 일이지만, 폐렴은 임신부가 조심해야 하는 질병이다.

폐렴은 모든 임신부의 0.15%에게 나타난다. 임신시 폐렴이 발생하면 예후가 나빠질 가능성이 증가한다. 임신하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데다가, 임신이 진행될수록 자궁이 커져 폐가 눌리는 등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폐렴은 아직까지 임신부 사망원인 중 세 번째를 차지한다. 또, 조산과 저체중아 출산과도 관련이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원인불명의 폐렴을 '신종 전염병'이라 속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원인을 찾지 못하는 폐렴 때문에 임신부가 숨지는 일은 흔치는 않으나 예전부터 있던 일이다. 모든 폐렴은 의학적인 검사를 아무리 해도 약 30~50% 정도는 원인균을 발견할 수 없다. 임신 중 폐렴은 원인균이 나타나지 않는 비율이 61%로 더 늘어난다. 하지만 원인균을 찾지 못한 경우에도 광범위한 항생제 치료와 적극적인 보충 요법(필요시 즉시 중환자실 입원, 인공 호흡기 사용 등)을 시행하면, 환자의 상태는 대부분 호전된다.

하지만 폐렴이 심한 임신부는 항생제를 사용하기 전에 3분의 1이 사망하며, 항생제를 써도 0.8%는 숨진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진찰받는 것이 중요하다. 폐렴의 대표적인 증상은 열이 나고 기침·가래가 생기거나 호흡이 곤란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임신부가 이런 증상이 생겨도 "몸이 무거워져서 숨쉬기가 힘들겠지"하거나, "약을 먹으면 무조건 태아에게 나쁘다"면서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틴다. 인터넷 임신부 카페에는 "약을 먹지 않고 버텼다"는 글이 자랑스럽게 올라온다.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이다. 폐렴은 물론, 단순한 감기로 인한 고열도 방치하면 태아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주게 된다. 따라서 호흡기 질환, 특히 폐렴이 의심되는 임신부는 바로 산부인과의원이나 병원을 방문해 엄마와 태아가 안전한지 검사받고 필요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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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 폐렴은 태아 건강에도 나쁘므로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 / 연합뉴스
폐렴이 의심되면 객담(가래)검사와 흉부 엑스레이 촬영을 한다. 흉부 엑스레이는 그 자체로도 사람에게 큰 위험이 되지 않을 정도의 방사선량으로 시행하며, 여기에 엄마와 태아의 건강에 위해 자궁을 가린 채 진행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폐렴에 쓰는 항생제 역시 엄마와 태아에게 안전성이 검증된 약을 쓴다. 치명적인 폐렴은 드물기 때문에 모든 임신부가 걱정할 이유는 없지만, 호흡기 질환 증상이 생긴다면 바로 진찰받도록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