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학 전 아동을 둔 부모들의 마음이 바빠질 때다. 마냥 어리게만 보였던 아이가 학교에서 잘 생활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성태정 교수는 "입학을 앞둔 아이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은 아이에게도 전해져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만들게 되므로 아이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 다음 중요한 것이 아이의 신체발육 상태와 건강상태를 꼼꼼하게 살피고,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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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학교생활의 첫 걸음을 건강하게 지켜주기 위해 어떠한 것들을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지 하나씩 확인하고 대비해보자.

1. 눈 - 멀리 있는 잔글씨 잘 읽을 수 있나

난시가 있거나 원시, 근시가 심한 아이는 눈을 찡그리고 잘 안 보인다고 호소하기 때문에 일찍 발견된다. 그러나 문제는 -3디옵터 미만의 경도 근시다. 2~3미터 이내의 가까운 사물은 잘 보이고, 평소에는 시력이 나빠 보이지 않아 방심하기 쉽다. 이 상태에서 입학하면 멀리 있는 칠판의 잔글씨가 잘 안보이게 된다.

또 원시가 있는 아이들도 수정체 조절력이 좋아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지만 작은 글씨를 보는 해상도가 떨어지므로 학교공부를 하게 되면 눈피곤증이나 조절내사시가 심해질 수 있다. 따라서 입학 전 반드시 안과검사를 받고, 필요하다면 안경을 착용해 안경에 익숙해 진 후 입학하는 것이 좋다.

굴절이상으로 안경을 착용해도 교정시력이 0.8이상을 보지 못한다면 약시다. 약시는 만 6세전 치료해야 효과적이므로 빨리 발견할수록 좋다. 만 10세 이전이라도 전문적 치료를 받으면 치유가능성이 높다. 어른과 달리 어린이의 눈은 근시나 원시 안경의 도수가 잘못 처방될 우려가 있으므로 처음 안경을 착용할 때는 반드시 전문의의 세심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2. 코 - 코를 자주 만지거나 킁킁거리지는 않은가

코를 자꾸 후비고 만지작거리거나 이유 없이 킁킁거리는 경우 비염과 축농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잦은 콧물과 재채기, 코나 눈의 가려움을 자주 호소하는 아이들도 알레르기 비염  검사가 필요하다.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고 학교에 입학하는 경우 아이들은 계속 코를 훌쩍거리게 되고 수업시간에 집중을 할 수 없어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게 된다.

알레르기 비염 및 축농증은 병력과 임상증상으로도 진단할 수 있으며, 간단한 방사선 검사와 알레르기 검사로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어린이의 축농증은 약물치료가 원칙이며, 그 외에 비강 내 식염수 소독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평소 입을 벌리고 코를 많이 골면서 자는 아이는 만성 편도 또는 아데노이드 비대증의 가능성이 있다. 잠을 충분히 자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는 계속 피곤해 하고 집중을 잘 못한다.

특별히 코 질환이 없는데도 평소에 항상 코가 막혀 입으로 숨을 쉬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심한 경우 자다가 잠깐 잠깐씩 숨을 멈추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수면무호흡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3. 입 - 자연스러운 의사표현이 가능한가

언어는 의사소통뿐 아니라 학습 및 인지능력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말이 늦는 경우 또래 관계가 위축되고 학습의 능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지능의 많은 부분이 언어적 발달과 관련이 있기에 의미 있는 언어발달의 지체는 초등학교 부적응과 직결된다.

일반적으로 만 6세 정도라면 발음이나 문법 면에서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부모가 아닌 주변사람들이 아이의 말을 알아듣기 쉽지 않을 정도로 언어발달이 늦어지기도 한다. 언어발달의 지체를 보이는 아이들 중에 일부는 언어표현과 관련된 제한된 영역의 문제로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회복돼 별다른 후유증을 남기지 않지만, 상당수는 겉으로 드러나는 언어 외에도 지능, 학습의 문제를 동시에 보이면서 대인관계와 성격까지 심각한 장애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언어 외에도 지능저하와 자신감 저하까지 이어져서 회복이 쉽지 않은 경우를 볼 수 있다. 취학 전 아이가 언어발달이 늦다고 판단된다면 전문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 좋다. 언어발달은 적절한 환경적 자극의 정도에 따라 많이 차이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 및 맞춤치료는 필수적이다.

4. 치아- 충치상태, 치열 고르기 확인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들은 식이섭취가 잦아지며 군것질도 늘어 충치가 생기기 쉽고 비정상적으로 자리 잡은 치아나 턱을 자각하기 시작한다. 충치를 방치하면 썩는 것이 신경에 가까워져서 통증을 유발하고, 염증이 치근(치아뿌리)까지 가서 치아 주위 뼈가 녹고 잇몸에 고름주머니가 생기게 된다. 이렇게 염증이 심하면 그 염증이 아래에 있는 영구치의 싹으로 이환돼 영구치의 모양이나 형태가 이상해 질 수 있다.

젖니가 너무 많이 썩어서 그리고 외상 등에 의해서 젖니를 미리 뽑게 되는 경우가 있다. 젖니를 미리 뽑게 되면 영구치가 나올 공간이 없어져 덧니가 생기는 등의 부정교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앞니에 오래된 충치가 있는 경우에는 충치 부분이 검게 보이므로 가능한 취학 전에 치료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고 치열이나 턱이 바르지 못하다면 조기에 교정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젖니가 영구치로 교환되는 이갈이도 이 시기에 많이 진행된다. 대개 초등학교 입학 시기를 전후한 만 6세 경에 앞니가 나기 시작하면서 젖니 맨 뒤쪽에서 평생 써야 할 어금니가 나온다. 어금니는 울퉁불퉁한 홈을 미리 플라스틱 레진으로 메워주면 충치를 예방 할 수 있다.

5. 귀- TV와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들에게 감기 다음으로 흔한 질환이 중이염이다. 감기나 홍역을 앓고 난 뒤 중이염이 잘 생긴다. 청력은 진행성 장애도 있고 정상적인 어린이가 중이염을 앓고 난 후 장애가 생기는 경우도 있으므로 정기 검사가 중요하다. 중이염 때문에 청력에 이상이 생기면 학교생활에 큰 지장을 주게 된다.

아이는 스스로 자신의 청력 상태에 대해 호소하고 자각하기 어려우므로 아이의 생활습관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이 좋다. 그러지 않던 아이가 갑자기 TV 소리를 높여서 보거나 가까이 다가가서 본다면, 여러 번 불렀을 경우 반응이 없다면 전문의를 찾아 청력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6. 배변 - 굳은 변을 보고 있지는 않은지

아이들 변비는 잘못된 배변습관이 가장 큰 문제이다. 입학 전 아이들의 경우 놀이에 집중하다보면 화장실에 가는 것을 잊어버리거나 참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입학 후에는 학교 화장실이 익숙하지 않아 변을 참는 아이들이 일시적으로 많이 발생한다. 입학 전에 규칙적인 배변습관과 올바른 화장실 사용법을 교육시켜야 한다. 그 외 뛰어놀지 않는 생활습관과 패스트푸드를 선호하는 식습관 등도 변비의 원인 될 수 있다.

굳은 변은 배변 시 통증을 유발하고, 간혹 혈변도 보게해 아이들이 더욱 변을 참게 되는 변비의 악순환을 부른다. 심해지면 결국 변을 참지 못하고 속옷에 지리는 경우(변실금)도 생긴다. 이런 경우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원 해지는 등 대인관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변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장운동을 활성화시켜 주는 적당한 신체활동과 배변을 참지 않은 습관 및 올바른 식습관을 생활화해야 한다.

7. 무릎 - 성장통인줄 알았는데, 낮에도 아프지는 않은가

성장기 아이들은 종종, 혹은 자주 다리가 아프다거나 관절이 쑤신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어른들은 ‘크려고 그런다’거나 ‘성장통’이라고 가볍게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취학 전 이런 증상을 자주 호소한다면 아이의 상태를 보다 자세히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성장통은 가장 급격한 성장이 이뤄지는 3~8세에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데, 잠자는 동안에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낮에도 통증이 없어지지 않고 계속 아파한다면, 한쪽 다리만 아프다거나 통증 부위의 색이 변한다면 염증에 의한 증상일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 척추나 골반 등이 휘거나 틀어지지 않도록 항상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것도 이 시기에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체크포인트다. 

8. 피부 - 충분한 보습·영양 교육 이뤄졌나

요즘에는 친환경학교가 많이 생기고 있지만 새로 지어진 학교 혹은 너무 오래된 학교의 경우 새집증후군과 헌집증후군 등이 발생될 수 있으므로 평소 아토피피부염 등 알레르기질환이 있었던 아이라면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신학기기 때문에 새가방, 새책, 새문구류 등에 포함되는 표백제, 접착제, 잉크 등에서 나오는 유해 화학물질은 아토피피부염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책이나 문구류 등을 새로 구입한 뒤 며칠 동안은 바람이 잘 드는 곳에 두거나, 책을 읽을 때 책과 눈과의 거리를 최소 30cm 이상 유지해 냄새를 직접 맡지 않도록 한다. 또 부모의 손을 떠나있고, 유치원 등과 같은 세심한 보육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아이에게 충분한 보습법을 알려주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급식할 때 피해야 할 음식을 아이가 먼저 숙지하게 하고, 이와 관련한 내용은 입학 후 담임교사에게 알려 적절한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