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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이 아프고 피 나는 이들의 고민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 | 사진 조은선 기자

찬바람 불면 더 심해지는 ‘치질’ 관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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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은 알리는 게 좋다고 하지만 남에게 쉽게 알리기 힘든 질환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치질이다. 우리나라 국민 60~70%가 치질을 앓는 것으로 본다. 대표적인 3대 항문 질환인 치질은 치핵·치루·치열을 묶어서 말한다. 치질 증세가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덩어리가 항문 밖으로 돌출돼서 걸을 때나 앉을 때 통증을 느끼는 단계가 되어야 병원을 찾는다. 변에 피가 묻어 나오는 초기에 병원을 찾아야 한다. 찬바람이 불면 더 심해지는 겨울철 치질관리에 대해 알아본다.

날씨에 민감한 치핵, 저절로 안 들어가면?

보통 사람이 말하는 치질은 ‘치핵’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치핵이 치질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항문은 소화기관의 마지막 출구로 변을 피부손상 없이 내보내는 것이 주 기능인데, 혈관 덩어리로 된 큰 쿠션 3개와 작은 쿠션들로 이루어져 있다. 치핵은 이 쿠션이 손상된 피부로 밀려나와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다. 정맥이 늘어나 출혈을 일으키기도 하고, 덩어리가 생겨 붓거나 아래로 빠지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치핵은 날씨 변화에 민감하다. 특히 찬바람이 불면 치질 환자가 급증한다. 치핵은 항문의 혈관에 생기는 질병인데, 기온이 낮아지면 모세혈관이 수축돼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문제를 일으킨다. 몸이 움츠러들기 쉬워 운동량이 적어지는 것도 주요 요인이다.

을지대병원 김창남 외과 교수는 “찬 곳에 오래 앉아 있어 정맥혈관이 뭉치거나, 화장실에 오래 앉아 힘을 주면 압력에 의해 부풀어 오를 수 있다. 술이나 혈관의 노화 등으로 초래되기도 하므로 젊은층보다는 중장년층에서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치핵은 일명 암치질 또는 수치질로 구분되기도 한다. 위치에 따라 분류한 것인데 항문의 치상선(직장의 점막과 항문 피부가 만나는 곳) 안쪽에 발생한 것이 암치질(내치핵), 치상선 밖에 생긴 것이 수치질(외치핵)이다. 전체 치핵 환자 중 내치핵 20%, 외치핵 10%이며, 내치핵과 외치핵이 함께 나타나는 혼합치핵이 70%나 된다.

치핵은 증상에 따라 4기로 나뉜다. 1기는 치핵이 항문 안에서만 돌출돼 변을 볼 때 피가 어쩌다 한 번씩 화장지에 묻거나 변에 묻어 나오는 경우다. 2기는 변을 볼 때 치핵이 항문 밖으로 나왔다가 배변이 끝나면 저절로 들어가는 단계다. 3기는 배변 시 치핵이 항문 밖으로 나와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는 단계다. 4기는 배변 후 밖으로 나온 치핵이 손으로 밀어 넣어도 들어가지 않는 상태다. 치핵이 1기에서 4기로 진행되면 출혈과 통증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렵다.

김창남 교수는 “증상이 심하지 않은 1기와 2기는 주사제나 환상고무결찰술 등으로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하지만, 치핵 덩어리가 크고 배변 후 밀어 넣어야 하는 3기 이상인 경우 수술을 통해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혈변은 대장암의 주요 증상이기 때문에 으레 치질이라고 생각하기보다 40세 이상이면 병원을 찾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 본다.

악성 암 유발할 수 있는 ‘치루’ 조기치료 중요

치핵과 달리 치루와 치열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다. 특히 치루는 항문 점막의 미세한 점액분비샘에 균이 침범해 염증으로 농양이 생기고, 심해지면 항문 안과 밖을 연결하는 통로가 만들어지는 병이다. 항문 주위로 고름이 나오면서 항문 주위에 통증을 유발한다. 겉으로 보아서는 멀쩡할 수 있으나, 배변하는 게 두려울 정도로 항문 주위에 통증이 심하면 농양이 엉덩이에 상당 부분 퍼진 것이다.

평소 치루 증상을 느끼지 못한 환자가 과로나 과음, 심한 설사를 한 후에 염증이 생겨 항문이 곪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오래 두면 항문 주위에 개미굴처럼 복잡한 길이 뚫려 치료하기 어려워진다.

초기에 농양이 나오는 치루관을 절개 또는 절제 수술을 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치루를 오래 방치하면 치루암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금물이다. 서울항맥외과 박정연 원장은 “치질 중에 악성으로 진행되는 유일한 병이 치루다. 치루는 병의 특성상 재발확률이 높으므로 초기에 확실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비 예방하고 좌욕·운동해야

치열은 딱딱한 변이나 심한 설사로 배변 시 항문 입구가 찢어지는 것을 말한다. 치열은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배변 시 나타나는 찌르는 듯한 통증이 특징이다. 배변 후 피가 휴지나 변에 묻어 나오게 된다.급성과 만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급성치열은 변비를 개선시키고 좌욕을 자주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좋아진다. 그러나 만성이 된 치열은 항문 궤양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하면 항문 주위 농양이나 치루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치열이 만성이 되는 이유는 항문 내 괄약근이 비정상적으로 지나치게 수축하기 때문이다. 항문 내 괄약근을 이완시키는 연고나 수술로 치료한다.

치질은 유전적 요소 외에 변비, 설사,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는 배변습관, 섬유질 섭취가 적고 알코올 섭취가 많은 식생활, 과로, 임신 등으로 초래된다. 유전적 요소도 있지만 대부분 생활습관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생활 속에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섬유질이 많은 채소류 등의 음식과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 변비를 예방한다. 평소 맵고 짠 음식,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술을 줄이면 도움이 된다. 변의를 참는 것은 변비의 원인이 되므로 피한다.

배변 시 신문이나 잡지 등을 읽으며 10분 이상 앉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변기에 오래 앉아 있으면 복압이 상승해 치질 성장속도가 빨라지므로 삼간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력을 기르고 스트레스를 해소해 치질을 예방한다. 골프ㆍ유도 등의 운동은 하체에 힘을 주어 치질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치질 환자는 피한다. 김 교수는 “기온이 낮아지는 계절에는 치질 환자의 증상이 더 심해진다. 항문혈관의 혈액순환을 위해 하루 두세 차례 좌욕하고, 앉아서 일하는 사람은 수시로 자세를 바꿔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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