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술이 피부에 끼치는 악영향, 실제로 실험해보니…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0/12/09 08:57
중앙대용산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팀이 평균 나이 32.3세의 건강한 성인 남자 16명을 대상으로, 6명은 소주를 1병씩 마시게 하고, 나머지 6명은 생리식염수를 마시게 하여 피부 상태를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술을 마신 그룹은 식염수를 마신 그룹에 비해 30분 뒤 평균체온이 떨어지고 얼굴에 홍조를 띄며, 피부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는 수분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피부산도(pH)가 증가하고 피지량은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평균체온이 떨어지는 이유는 이렇다. 술을 마시면 얼굴은 붉어지고 혈액순환이 빨라지면서 덥게 느끼게 되는데, 실제로는 몸속의 따뜻한 열을 외부로 빼앗기게 된다. 즉, 술을 마시면 몸에서 열이 난다고 느끼지만 사실 열 손실이 증가해 실제 체온은 내려가는 것. 추운 겨울 과도한 음주로 인해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는 뉴스가 가끔 나오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술 마신 다음날 많은 사람들이 얼굴이 푸석푸석해진 느낌을 받는 이유도 술로 인해 경피수분손실량(피부를 통해 바깥으로 수분이 빠져나가는 정도)이 증가했기 때문. 김범준 교수는 “겨울철 술자리가 자주 반복되면 피부 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고 심하면 피부염증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술로 인해 피부가 입는 피해는 피부건조뿐만이 아니다. 실험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피부산도(pH)의 증가와 함께 땀 발생이 늘어나면서 피부는 점차 중성 혹은 알칼리화된다. 즉, 정상적인 약산성 상태가 소실되면서 피부의 산도가 깨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면역상태가 저하되면 작은 여드름이나 뾰루지가 커지거나 곪을 수 있다. 때론 헤르페스와 같은 바이러스가 입술 주변에 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우리 몸에 술이 들어가게 되면 알코올의 분해를 위해 몸 속에 남아있는 물을 소모하는데다가 설상가상으로 피부까지 수분배출을 늘려서 몸 속과 피부 모두 탈수상태가 된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 술로 인해 거칠어진 피부에 찬바람까지 쐬게 되면 피부를 더 약하게 만들어 잔주름이 늘어나게 되며 탄력은 떨어지게 만들어 결국 피부노화를 촉진하게 된다.
김범준 교수는 “겨울철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셔야 한다면 이뇨작용이 있는 카페인 함유음료(녹차나 우롱차 등)는 피하고, 가급적 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더불어 “비타민C는 알코올 분해와 피부재생에 조효소로 작용하므로 비타민이 많이 들어간 야채나 과일을 함께 먹는 것이 피부노화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논문은 대한피부과학회지 12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