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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접착제를 밟았어요” 황당응급사고 탈출기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0/07/01 08:47
남자같은 선머슴 딸, 점점 마초 근성이 드러나는 네 살배기 두 아이를 키우다보면 가끔 아찔한 순간들이 더러 있다. 작년 이맘때를 떠올릴 때마다 기자는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학교 특기적성교실에서 종이접기를 하던 딸이 미처 완성하지 못한 과제물 만들기에 열중하던 중, 모르고 바닥에 흘린 순간접착제를 밟아버리고 말았다. 쩍! 하고 발 앞꿈치와 발가락이 내 몸무게의 하중으로 인해 바닥과 단단하게 밀착된 것을 느끼는 순간, ‘화장실은 어떻게 가지?’ ‘119를 불러야 하나?’ ‘장판을 발가락 모양으로 칼로 도려내고 응급실을 갈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순간접착제 간수 소홀 죄’로 엄마에게 혼날 생각에 애써 웃음을 삼키면서 잘못한 표정을 짓고 있는 딸 아이에게 일단 아세톤부터 가지고 오라고 시켰다. 하지만 아세톤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고작 이런 일로 와달라고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119에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집에 식용유 있으시죠? 그걸 장판과 발바닥 사이에 부으세요. 제법 흥건하게. 그런 다음에 손가락으로 장판과 발바닥 사이를 살살 밀어보세요.”
“그렇게 해서 떨어지나요?”
“가끔 이런 전화 걸려오는데요, 대개 이 방법을 알려드리면 효과보시는 것 같더라구요.”
아니나 다를까 행여나 살점이라도 떨어져나갈까 싶어 조심스럽게 밀었더니 살가죽과 바닥 사이로 미끌한 기름이 스며들면서 한 30여분간의 ‘사투’ 끝에 드디어 장판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이 일이 있은 후 며칠 뒤(2009년 8월쯤) 실제로 미국에서 순간접착제와 관련된 ‘엽기적인 사고’가 있었다. 미국 위스콘신州에 사는 도니사 데이비스씨가 5명의 여성과 바람을 피우다가 부인에게 들켰는데, 화가 난 부인이 남편의 ‘중요부위’에 순간접착제를 발라 배에 붙여버린 것이다. 다행히 호텔 직원의 도움으로 응급실에 후송 돼 큰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김정수 한양대구리병원 피부과 교수는 “보통 이런 일이 생겼을 땐 다른 어떠한 방법보다 물을 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피부에 묻은 본드 때문에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들을 치료할 때도 식염수를 쓴다. 김 교수는 “접착제가 묻은 직후에는 흐르는 식염수나 물에 피부를 살살 문질러가며 본드를 제거하고, 눈에 본드가 묻었을 때도 식염수 2L정도를 방울 떨어뜨리듯이 천천히 흘려서 치료한다”고 말한다.
이제 곧 여름방학이다. 아이들과 엎치락뒤치락 하다 보면 이런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가 생기기 마련. 고영관 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집 안팎에서 도사리고 있는 몇 가지 응급사고 대처요령을 알아봤다.
▲ 귀에 벌레가 들어갔을 때
귀에 플래시나 불을 비추어도 벌레는 기어 나오지 않는다. 올바른 응급처치는 참기름이나 식용유 또는 베이비오일을 몇 방울 귀에 떨어뜨리는 것. 이렇게 하면 벌레가 나오거나 죽는다. 이물감이 있더라도 특별한 문제가 없기 때문에 밤에는 조금 참았다가 다음날 이비인후과에서 제거하는 것이 좋다. 면봉이나 핀셋으로 귀를 후비면 더욱 깊게 들어갈 수 있고, 외이도에 염증을 일으킬뿐더러 심한 경우 구멍나 중이염도 발생할 수 있어 염증으로 장기간 고생할 수 있다.
▲ 독극물을 삼킨 경우
아이가 먹지 말아야 할 것을 삼켰을 때 부모는 일단 무조건 토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무엇을 삼켰느냐에 따라 토해내야 하는 것, 상태를 지켜봐야 하는 것, 토해서는 안되는 것들이 있다.
- 바로 토해야 하는 물질 : 담배, 약, 향수, 화장품스킨, 나프탈렌, 바퀴제거제
(나프탈렌․장뇌와 같은 좀약, 팰러디클로로벤젠계 화장실용 탈취제는 우유를 먹여 토하게 하면 안됨)
- 상태를 지켜봐야 하는 물질 : 크레파스, 샴푸, 린스, 비누, 실리카겔, 로션, 영양크림, 성냥, 커피
- 토하게 해서는 안되는 물질 : 살충제, 곰팡이제거제, 부식제, 휘발유, 화장실 세정제, 바닥 광택제, 돌기있는 물체 등
▲ 열이 날 때는 찬물이나 알코올로 닦아준다?
38.5도 이상 고열이 지속될 경우 옷을 다 벗기고 찬물로 닦아줘야 하는데, 이때 찬물로 닦게 되면 피부 혈관이 수축돼 열 발산이 안 될 수 있고, 추위로 인해 떨게 되면 오히려 열이 올라갈 수 있다. 간혹 알코올을 물에 섞어 닦아주곤 하는데 이것은 일사병(열사병)으로 인한 고열에서만 쓰는 방법. 알코올의 경우 아이의 몸속으로 흡수되어 중독현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금해야 한다. 따라서 30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로 지속적으로 닦아주어 열이 서서히 내리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