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
부부젤라 불다가 전신마비 올 수도 있다?
조성진 순천향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입력 2010/06/25 08:32
"우우웅~ 우우웅"
남아공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장을 가득 메우는 부부젤라 소리. 남아공의 전통악기인 부부젤라는 1m 남짓의 플라스틱 나팔처럼 생겼지만 발생되는 소음은 기차소리(110dB)보다 더 큰 120dB 정도 된다.
최근 국내에서도 부부젤라의 인기가 뜨겁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부부젤라 판매가 급증하고 있고, 부부젤라 애플리케이션이 출시되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부는 법은 트럼펫 불듯이 입술을 입 안쪽으로 오므린 후 작은 구멍에 입술을 맞춰 바람을 불면 부부젤라 소리가 나온다. 응원을 할 때는 입에 대고 힘껏 바람을 불어야 고음의 소리가 크게 난다.
그러나 응원하느라 흥에 겨워 부부젤라를 너무 힘껏 불다가는 모야모야병으로 마비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모야모야병은 뇌의 혈관 중 가장 중요한 혈관인 내경동맥이 서서히 막히면서 정상혈관이 아닌 가느다란 이상 혈관이 생기고, 이 혈관이 뇌에 혈액을 공급하게 돼 뇌허혈증, 뇌경색, 뇌출혈이 잘 발생되는 병이다.
특히 뇌 혈관에 피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은 뇌허혈증은 과호흡을 하게 되면 혈관확장을 일으키는 혈중의 이산화탄소의 양이 줄어들어 뇌혈관이 수축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쪽 팔다리의 마비 혹은 언어장애 등의 다양한 증상이 발생될 수 있다. 만약 부부젤라 같은 나팔을 심하게 불거나, 혹은 뜨거운 라면을 식히려고 후후 불거나 해도 혈관수축이 발생되어 뇌허혈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부부젤라나 풍선 등에다 바람을 불다가 마비증상이 나타나면 모야모야병일 수 있으니 신경외과 전문의에게 바로 진찰받는 것이 영구적인 신체 마비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처음엔 일시적으로 나타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심각한 영구적 마비와 언어장애가 발생될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일단 모야모야병이 진단되면, 두피에 있는 혈관을 뇌혈관과 연결해주는 혈관 문합술로 치료한다.
최근 부부젤라가 유행하면서 모야모야병을 일찍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치명적인 뇌경색이 발생될 수도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치면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는 말이 생각나게 하는 월드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