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젤라, 선수들에게 어떤 영향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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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남아공월드컵 응원의 상징인 부부젤라(vuvuzela)가 퇴출 위기에 놓였다. 부부젤라가 내는 굉음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지장을 준다는 이의제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 부부젤라는 남아공 최대부족인 줄루족에서 유래됐다는 나팔모양의 전통악기로, 코끼리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를 낸다.

부부젤라의 소음도는 120~140데시벨(dB)로 사격장 소음(115), 기차소음(110), 전기톱(100보다 훨씬 심하다. 이에 인터넷에서는 부부젤라 응원 찬반을 조사하는 사이트(www.banvuvuzela.com)까지 등장했다. 설문 응답자 9만8817명 중 약 89%(7만4745명)가 "부부젤라를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에게 2대 0의 완패를 당한 그리스도 패인(敗因)이 부부젤라로 인한 소음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 전날 그리스 선수팀이 묶었던 남아공 더반의 움스랑가 해변 호텔 주변에 부부젤라를 부는 현지 축구팬들이 무척 많았다는 것.

의학적으로는 대개 90dB 이상의 소리가 귀에 부담을 준다고 보고 있는데, 부부젤라와 같은 120dB 이상의 고주파를 오랜 시간동안 반복적으로 들은 그리스팀의 경우에는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한 채 큰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즉,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만 하는 선수들이 수면부족으로 신경이 날카로워져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명 현상에 시달려 경기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에게는 이와 같은 소음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

변재용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오랫동안 소음에 노출될 경우, 불쾌감으로 인해 감정의 기복이 심해질 뿐만 아니라 매우 예민해져 정서적으로 안정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또, 위산분비가 떨어져 음식 섭취시 소화기능이 떨어지고 입맛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고주파의 소음을 주의해야 할 사람들은 비단 선수들뿐만이 아니다. 시청 거리를 가득 메우며 한국의 승리를 외쳤던 붉은 악마 역시 경기가 끝난 다음 날이면 청력에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월드컵 응원 현장의 소음 정도 역시 110dB 이상의 고주파다. 이처럼 강한 소음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귀가 먹먹하고 소리가 잘 안 들리는 일시적인 ‘소음성 난청’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달팽이관 내의 청각세포가 손상을 입어 발생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일반적으로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청각세포가 회복되지 않을 정도로 손상이 되면 자칫 영구적인 난청이 될 수도 있다. 또, 소음에 의한 난청은 축적 효과가 있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그런 소음에 노출되면 청력이 영구적으로 손상되며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귀가 멍멍하거나 울리는 현상이 1~2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면, 이비인후과에서 전문가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개인마다 소음성 난청의 진행정도는 차이가 있지만, 100dB의 소음에서 귀마개 등의 보호 장치 없이 15분 이상 노출되거나, 90dB이상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청력 감퇴와 이명이 동반될 수 있다. 심지어 140dB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난청이 일어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영명 소리이비인후과 원장은 “청력 보호 장비 없이도 귀를 보호할 수 있는 한계수준은 15분(115dB 기준)이기 때문에 응원 현장에서는 귀마개를 착용하거나 15분에 한번 씩 귀가 쉴 수 있는 곳으로 가주는 것이 좋다”며, “한번 훼손된 청력은 회복이 어렵지만, 소음성 난청은 사전에 예방이 가능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거리응원을 나갔을 땐 대형 스피커 바로 앞에 서는 것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미리 귀마개를 준비하는 것이 좋겠지만, 귀마개가 없더라도 휴지나, 이어폰으로 귀를 막아 보호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

변재용 교수는 “나팔이나 호각류의 응원도구를 장난삼아 귀에 직접 대고 부는 행동은 청력을 해칠 수 있으므로 절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