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메디컬 - 섹스앤더시티 2
영화 ‘섹스 앤 더 시티2’가 큰 관심 속에 지난 10일 개봉했다. 하지만 흥행몰이에는 실패했다는 것이 이제까지의 중간평가다. 화려한 싱글들의 유쾌한 이야기를 기대했던 섹스앤더시티2의 젊은 여성팬들에게 폐경기를 맞은 사만다의 에피소드는 어쩌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너무 ‘먼 미래의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배울 점은 있다. 영화 속 폐경기를 맞은 사만다가 보여주는 각종 증상은 언젠가는 곧 자신들에게도 폐경이 닥치게 될 ‘젊고 어린’여성들과, 폐경이라는 숙명을 짊어진 여성들의 배우자로 살아가야 하는 남성들에게 폐경기가 얼마나 견디기 힘든 것이며, 정신적 상실감을 가져다주는지 잘 설명해 준다.
◆ 사만다, 얼굴이 자꾸 붉어지고 땀이 나다
영화 속에서 사만다는 내내 얼굴이 자꾸 붉어지고 덥다며 안절부절해 한다. 급기야 민망한 상황에서 옷을 훌러덩 벗어버리기도 한다.
이런 안면홍조 현상은 폐경기의 전형적인 현상이다. 여성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사이에 매달 겪던 ‘월경’이 끊기는 폐경을 맞는다. 이는 나이가 들어서 난소의 기능이 약해져서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얼굴이 붉어지는‘안면홍조’로,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분비량이 불규칙해지면서 뇌와 혈관에 영향을 미쳐 몸의 상반신, 특히 얼굴 부위가 갑자기 '후끈' 달아오르는 현상이다. 안면홍조가 사라진 후에는 몸이 식으면서 땀이 난다. 이런 증상이 특히 야간에 반복되면 쉽게 잠을 깨어 숙면을 취하지 못해 만성피로가 계속된다. 폐경이 되기 수개월 전부터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폐경여성의 25%는 안면홍조가 거의 나타나지 않거나 약하게 나타난다고 보고돼 있고, 또 다른 25%는 안면홍조 때문에 일상생활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답한 바 있어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보통 50% 정도는 2~3년 정도 나타나다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나 25% 정도는 5년 이상 나타나고 70대 노인 여성에게서도 나타날 때도 있다. 간혹 정신질환이나 갑상선질환으로 오진받고 약을 잘못 복용하는 사례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치료는 여성호르몬 제제로 한다. 의사와 상담하여 적절한 분량의 여성호르몬 제제를 복용하면 증상완화에 도움이 된다. 이 같은 호르몬요법을 받으면 안면홍조 증상이 많이 가라앉으며, 열이나 식은땀이 나는 현상도 줄어든다.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기가 부담스럽다면 의사와 상담 후 식물성 에스트로겐 제제(아마씨, 달맞이꽃, 석류, 대두 등에서 추출해 만든 제제) 등을 구입해 꾸준히 복용해 보는 것도 좋다.
◆ 사만다, ‘그곳’에 반응이 없다는 뜻은?
폐경기의 또 다른 대표 증상으로 질 건조증과 성욕 감퇴가 있다. 영화에서 사만다와 그의 친구들이 최고급 호텔 수영장에서 휴식을 즐기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다 남성 스포츠 선수단이 우르르 몰려 나와 사만다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그런데 순간 사만다는 아래를 가리키며 ‘그곳’에 반응이 오지 않는다며 울상을 짓는다. 이것도 모두 폐경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폐경이 되면 줄어드는 에스트로겐은 질 조직과 요도, 방광 등 여성 비뇨기계 조직에도 영향을 준다. 폐경 후 호르몬요법을 받지 않는 여성의 경우 1/3 정도가 4~5년 안에 생식계와 비뇨기계의 이상 증상들을 느낀다. 질건조증이 가장 먼저 나타나며, 이 때문에 성관계 시 통증이 나타난다. 또 성관계 후 질 속에 염증도 잘 나타난다.
비뇨기계 증상으로는 소변이 잘 나오는 않는 배뇨곤란, 재발성 요도염 등이 있다. 또 재채기를 할 때, 계단을 오르거나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릴 때 배의 압력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소변이 나오는 ‘긴장성 요실금’도 잘 나타난다.
◆ 그 밖의 폐경 증상들, 어떤게 있나
그 밖에 폐경기가 되면 평소와는 다른 각종 증상들이 나타난다. 심리적 증상으로는 무력감, 우울감, 불안, 초조감이 나타난다. 두통과 기억력 감퇴 등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또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지방분해 호르몬도 줄어들어 뱃살과 군살도 잘 생기고 가슴과 피부 탄력이 줄어든다. 또 근육과 관절이 굳어져 통증이 빈번하게 나타나며 골다공증도 급격히 진행된다. 머리가 많이 빠지는 현상이 나타나며 목소리도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동맥경화 등의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도 더 높아진다. 이 모든 것은 에스트로겐의 분비 감소 때문이다.
◆ 어떻게 치료, 예방할까?
안면홍조증은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큰 효과가 있다. 운동을 하면 근력도 강화시키므로 골밀도를 증가시켜 골밀도 감소에 의한 골절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또 생식기 위축증 및 질 건조증으로 인한 성교통이나 비뇨생식기 감염 등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호르몬 제제를 투여해 예방할 수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무조건 상실감을 느끼기보다는 폐경은 여성이 살아가면서 누구나 거쳐가는 신체적 변화의 한 과정이며, 질병이 아닌 자연 현상으로 인식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갱년기 증상의 조절에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많이 든 음식물의 섭취가 도움 될 수 있다. 하지만 약효를 얻기 위해 섭취해야 하는 음식의 양이 과도하게 많아질 수 있고, 채식 위주의 식단에 지나치게 집착할 경우 영양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다. 또한 과도한 식물성 에스트로겐 섭취는 유방이 자극돼 유방암으로의 이어질 수 있는 소지가 아주 미미하지만 존재한다.
따라서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많이 든 음식으로만 식단을 구성해 먹기보다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 적절한 용량의 식물성 에스트로겐 제제를 구입해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