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결핵, 볼거리, A형 간염… 후진국형 전염병 급증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0/06/17 08:43
최근 결핵 볼거리 A형 간염 등 사라진 줄 알았던 후진국형 전염병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 병은 손씻기 등 개인위생이 불량하고 영양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할 때 생기는 병이다. 그래서 흔히 ‘후진국형 질병’이라고 부른다. 이런 병은 모두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크게 위세를 떨쳤으나 경제개발로 국민소득이 올라가고 생활이 나아지면서 1980년대 이후 급격히 줄었다.
하지만 이런 전형적인 후진국형 질병들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2009년 결핵 감염이 확인된 국내 환자는 3만5845명으로 1993년 이후 최대 규모였다. 결핵 증가 추세는 올해 들어서도 꺾이지 않아 올 초부터 5월 1일까지 1만3635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가량 증가했다. 이는 이웃 일본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치다.
볼거리도 최근 다시 늘어난 전염병 중 하나다. 볼거리 환자는 2000년대 초반까지 1000명대를 유지했지만 2006년 이후 해마다 2000명씩 환자가 폭증해 작년에는 6399명을 기록했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을 먹었을 때 감염되는 A형 간염도 지난해 환자 수가 1만 5000명으로 10년 새 150배나 증가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이런 전염병이 최근에는 계절에도 상관없이 출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가을철에만 발생하는 쯔쯔가무시증이다. 쯔쯔가무시증이란 숲이나 관목지역을 지날 때 다람쥐 등 설치류에 붙어있던 털진드기의 유충이 사람의 피부에 붙어 생기는 병인데, 털진드기는 원래 추운 날씨에는 살지 못해 가을에만 기승을 부리는데 지구온난화로 날이 따뜻해지면서 털진드기의 생존 기간이 길어져 여름부터 출현하고 있다. 그제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001년 1~9월까지 발생한 쯔쯔가무시증은 20여건에 불과했지만 2008년도에는 9월에만 38건을 차지했으며 5월에는 22건, 1월에는 14건을 차지했다.
위생과 영양 상태가 날로 좋아지는데 이 같은 ‘후진국형 전염병’들이 다시 증가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 우선 전문가들은 예방접종 부족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예를 들어 볼거리는 보건소 등에서 저렴한 가격에 예방주사를 맞을 수 있는 필수예방접종 질병인데도 인식부족 등으로 실제 접종률이 70%대 밖에 안 된다. 여기에 A형 간염은 아예 필수 예방 접종에서 빠져 있다. 필수예방접종에 빠져있으면 훨씬 비용도 비싸고 아예 접종을 하지 않는 보건소들도 많아 상대적으로 덜 접종하게 된다. 결핵의 경우에는 1990년대 들어 환자가 급속도로 줄자 정부차원의 예방대책이 소홀해졌고 시민들도 예방접종을 게을리 했다는 것이 의료계의 분석이다. 그밖에 대다수 국민이 도시에서 살고 학교급식 어린이집 등 단체 생활이 많아졌으며 세계 곳곳에서 과거 사람이 살지 않던 곳까지 개발되면서 전염병을 가진 동물·곤충과의 접촉이 는 것 등도 이유로 꼽힌다.
이런 후진국형 질병의 가장 위험한 타겟은 체력이 가장 왕성한 나이인 20~30대다. A형 간염의 경우 80% 가량이 20~30대에서 일어나고 있다.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이 젊은 층에서 낮기 때문인데, 40대 이상은 80~100% 정도지만 20~30대는 낮게는 5%에서 높아야 20%정도에 불과하다. A형 간염은 소아에게 감염되었을 때에는 감기 몸살 앓고 회복 하듯 쉽게 회복되지만, 성인의 경우 70%에서 황달을 동반하는 급성 간염이 생기고 심할 경우에는 간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기도 한다. 결핵도 마찬가지다. 전체 결핵환자의 5명 중 1명이 20대로, 불규칙적인 생활과 다이어트 등으로 인한 젊은층의 체력저하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근 유행하는 후진국형 전염병 예방법
1. A형 간염: 물을 끓여 먹지 않고 마시거나 날 음식을 많이 먹는 요즘 같은 여름철에 많이
생기는데, 이를 예방하려면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삶거나 익히면 죽기 때문에 어패류 등 날 음식을 피하고 물도 끓여 먹어야 한다. A형 간염은 감염자의 대변에서 나온 바이러스를 먹어 생기므로 손을 잘 씻고 씻지 않은 손은 입에 가져가지 말아야 한다. 또 A형 간염 예방 접종을 하면 90% 이상 항체가 생겨 최소 20~30년간은 안전하다.
2. 결핵: 공기로 전염되는 병이므로 주변에 감염된 환자가 있다면 대화하는 것을 피하고 악수를 했다면 손을 반드시 씻어야 한다. 하지만 감염된 사람이 주변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면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결핵균이 몸 안에서 활동하지 못하게 평소 운동 등으로 면역력을 키워두는 것이 좋다.
3. 쯔쯔가무시병: 아직 개발된 백신이 없으므로 진드기에 안 물리는 것이 최선이다. 요즘 같은 유행 시기에는 숲 등에 가는 것을 피하고 이런 곳에 갈 때에는 진드기가 몸에 붙지 않도록 긴소매 옷과 바지를 입고 바지 끝, 소매 끝, 허리띠에 곤충기피제를 뿌리는 것이 도움 된다. 또 야외에서 사용한 돗자리는 깨끗이 세척해 햇볕에 말려 사용하고 야외활동 후 두통, 고열, 오한과 같은 심한 감기증상이 있거나 벌레에 물린 곳이 있으면 즉시 병원에 가야한다.
4. 볼거리: 소아기 때 많이 걸리는 볼거리를 예방하려면 만 12~15개월과 만 4~6세에 2차 접종을 잊지 않고 받아야 한다. 국내 영유아 예방접종률은 70~80%지만 추가접종률은 40~50%밖에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