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름을 펴고, 피부를 하얗게 하며, 자외선까지 막아준다는 '기능성 화장품'이 화장품 시장의 주류(主流)로 자리잡고 있다. 기능성 화장품이란 주름 개선과 미백, 자외선 차단 등 3가지에 대해 각각 일정 수준 이상의 효과가 있음을 정부로부터 공식 인정 받은 화장품이다.
김한곤 아모레퍼시픽연구소 연구원은 "기능성 인증 제도가 시행된 이후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선호도와 인지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능성 화장품 인기가 올라가자 기능성 물질을 찾기 위한 화장품 업계의 경쟁도 치열하다. 김영실 참존화장품 연구소 연구원은 "기능성 화장품의 성공 여부는 신소재 개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하나의 기능성 소재를 개발하려면 짧게는 2~3년, 길게는 8~10년이란 시간과 최소 2000만~3000만원부터 많게는 10억~20억 원의 엄청난 비용이 든다. 기능성 화장품 성공의 열쇠인 뛰어난 소재 개발에 업체들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기능성 화장품,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반응은 '효과가 있다'와 '일반 화장품과 다를 게 없다'는 것으로 크게 나뉜다. 지난 2005년 20세 이상 여성 328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능성 화장품을 사용해 본 사람은 86%가 '매우 효과 있다'고 답한 반면, 기능성 화장품을 사용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약 25%가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박세윤 소망화장품 과장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화장품 협회나 업체에서 기능성 심사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기능성 효과를 검증, 일정 수준 이상의 효과가 나타나야만 '기능성 화장품'이라는 용어를 쓸 수 있게 한다. 기능성을 보건당국이 인정하는 만큼 신뢰도가 있다"고 말했다.
식약청의 기능성 검증은 무척 까다롭다. 하나의 소재에 대해 실험실에서 화학 반응과 피부 세포 반응, 쥐 실험 등을 거친 뒤 실제 사람 피부에서 임상시험을 한다. 그 뒤 소비자들로 구성된 모니터링 그룹에서 테스트를 실시, 일정한 숫자 이상의 사람들에게 눈으로 보이는 효과가 나타나야 비로소 기능 인증서가 발급된다.
이처럼 까다로운 기능 심사를 거쳐 나온 기능성 화장품도 효과가 없다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 서동혜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은 "현재 식약청으로부터 미백 기능성 인증을 받은 성분은 6종, 주름 개선 성분은 4종이다. 사람에 따라 어떤 것은 효과가 있고 어떤 것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피부 조직의 치밀함의 정도, 표피와 진피층의 두께, 색소의 분포, 지질 성분의 함유 정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서 원장은 "기능성 화장품의 효과를 보려면 수고스럽더라도 다양한 제품을 직접 발라보고 고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람에 따라 기능성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기능성 성분의 서열도 매길 수 없다. 손경훈 식약청 화장품평가팀 연구관은 "소비자들 중에 기능성 인증을 할 때 어느 제품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서열을 매겨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개인의 피부 특성에 따라 누구에겐 효과가 좋고, 누구에겐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모두 동일하게 인증해준다"고 말했다.
한 가지 기능성화장품 집중적으로 써야 효과 볼 수 있어
전문가들은 기능성 화장품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개 여성들은 '주름'과 '미백'을 동시에 해결하려고 한다. 이 때문에 주름 개선이 좋다는 A사 화장품과 미백에 좋다는 B사의 화장품을 섞어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주름과 미백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 있다.
김영실 참존화장품 연구원은 "여러 가지 기능성 화장품을 동시에 사용하면 피부 전달 체계에 혼란을 초래해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기능성 화장품은 한 가지만 집중적으로 써야 피부가 신호를 감지해 효과를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한 회사의 한 가지 기능성 화장품을 골라 최소 3개월 가량 집중적으로 사용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정민석 한국화장품 연구소 연구원은 "화장품 회사마다 고유하게 쓰는 기본 원료나 성분 등이 차이가 있어 다른 회사 제품을 섞어 쓰면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화장품의 기능성 효과를 감소시키거나 심하면 피부 트러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기능성 화장품을 기본으로 스킨, 로션, 영양크림 등도 동일한 회사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고 정 연구원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