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 사는 여모(38)씨는 얼마 전 집근처 찜질방의 뜨거운 불가마 앞에 앉아 20여 분간을 보냈다. 그런데 이튿날 눈이 너무 따갑고 눈물이 하염없이 나왔다. 안과를 찾은 여씨는 '각막 화상'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여씨처럼 찜질방에서 각막 손상을 입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안과 전문의들은 말한다. 눈에도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말이다. 눈의 겉면(각막)은 피부보다 열 손상에 훨씬 더 취약하다. 피부는 비교적 단단한 보호 조직으로 덮여 있으나, 눈의 각막에는 매우 얇은 상피조직밖에 없기 때문이다.
찜질방에서 가장 뜨거운 곳인 불가마는 온도가 100℃가 넘는 경우도 있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 정도의 온도에서 눈을 뜨고 있으면 약 5분, 눈을 감고 있어도 약 30분 정도만 지나면 각막이 열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최재호 누네병원 원장은 "쉬지 않고 30분 이상 불가마를 이용하거나, 짧게 있더라도 충분한 휴식시간 없이 계속 들락거리면 각막 화상이나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각막 화상은 화상을 입는 순간에는 별로 불편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각막이 화상을 입은 뒤 약 8~12시간 이후 눈물이 나고 통증이 나타난다.
각막이 화상을 입으면 붓고 상처가 생기며, 심하게 열을 받으면 각막 상피가 벗겨지기도 한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눈꺼풀 마찰 등에 의해 각막 찰과상이 생길 수 있으며, 2차 세균 감염이 일어나면 각막 궤양으로 진행해 시력저하까지 초래할 수 있다.
주천기 강남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선글라스 없이 장시간 햇빛에 노출되거나, 고글 없이 스키나 스노보드를 탈 때, 심지어 캠프 파이어의 장작불을 가까이서 오랫동안 바라봐도 각막화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각막이 화상을 입으면 냉찜질, 항생제, 진통 소염제 투여 등을 통해 1차 치료를 하게 되며 심하면 치료용 콘택트렌즈나 압박 안대를 사용해 치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