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가지 말아야 할 곳과 가기 싫은 곳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치과’가 아닐까. 이러한 치과를 과연 언제 방문해야 옳은가에 대해 정답은 없다. 정기적인 스케일링과 치아 관리를 위해 연 2회 정도 방문하는 것이 적당하긴 하지만 양치질 중 자신의 잇몸 등 치아 주변에 예전에 보지 못했던 ‘작은 증상’이라도 나타났다면 바로 치과로 가는 것이 좋다. 마치 맹장염이 걸렸을 때 결국 수술을 하게 되는 경우와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치의학은 다른 의학 분야와 달리 스스로 관찰이 가능하고 관리를 할 수 있다는 데 그 중요성이 있다. 즉 치주질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고 치료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뱃속의 질병은 아프다는 증상만 갖고 어떤 병인지 알 수 없다. 내과 전문의에게 가야만 그 질환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주 질환은 치아가 전부 보이고, 스스로 잘 관찰하면 누구나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것들과 다르다. 실제 자신의 치아가 이상하다며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치과의 3대 질환으로는 △치아가 까맣게 썩어 들어가는 충치와 △잇몸이 붓고 피가 나며 심하면 이가 흔들리기까지 하는 이른바 잇몸병인 풍치, △흐트러진 치열 혹은 주걱턱으로 불리는 부정교합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질환 모두 누구나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다른 말로 하면 치주 질환의 책임은 거의 100% 환자에게 있다는 말로도 해석 가능하다. 왜냐하면 치아는 하루아침에 푹하고 꺼지는 것이 아니며 성인의 경우 1년 이상 충치가 그대로 유지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치과에 가야 할 시기는 언제일까. 우선 충치의 상태에 대해 알아야 한다. 어금니의 윗면이나 바깥쪽 혹은 안쪽에 새까만 점(직경 1mm 정도)이나 혹은 까맣게 비쳐 보이는 부분이 있지만 전혀 통증이 없고 찬물이나 뜨거운 국물에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충치 초기 상태라 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 치과를 방문해야 한다. 썩은 부위를 갈아내고 어떤 재로로 갈아낸 부위를 메워야 한다.
중기 단계에는 어금니에 구멍이 크게 나 있고 찬물을 먹으면 이가 시리고 통증이 생기지만 음식물을 먹지 않을 때 아프진 않다. 그러나 이는 썩은 부위가 이미 치아의 치수를 침범하고 있으므로 치료 과정을 거쳐 치아를 금속으로 덮어주거나 보철을 해야 한다.
위의 두 단계를 거쳐 끈질기게 참고 견뎠으나 찬 음식을 먹고 얼음을 먹어도 전혀 반응이 생기지 않고 음식이 썩은 부위에 끼어 들어가긴 해도 별 이상이 없는 듯 하다 말기 단계라 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마치 응급환자가 응급실에 실려 온 경우와 같다. 의식은 있어도 치아는 거의 응급환자 수준인 셈이다. 치료 방법은 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치수 치료를 해야 하지만 살아날 확률은 50% 정도다.
이를 넘어서 치아의 뿌리는 물론 염증이 뼈 속으로 진행한 경우에는 가만히 있어도 치통으로 고생하게 된다. 통증이 심하고 썩은 이의 잇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이미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가 의식도 없고 살아날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면 맞다. 해당 치아는 이미 죽었으며 발치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뼈 속으로 염증이 진행돼 곪아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충치가 이렇게 진행된 환자의 경우 발치해도 거기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2~3개월의 치유 과정을 거쳐 잇몸이 정상적으로 아물었을 때 발치한 부위에 자연치근을 대체할 인공치근을 심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과, 언제 가야할까?
류창현 거제미르치과병원 원장
입력 2009/09/21 1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