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
모기에 물린 자리 왜 이리 크지?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 김주민 헬스조선 인턴기자
입력 2009/08/04 23:42
면역체계 제대로 대응 못해 외국가서 물리면 더 덧나기도
"벌에 쏘인 것도 아니에요. 아! 자다가 모기에 물린 적은 있네요."재미교포 K(33)씨는 최근 퉁퉁 부은 팔을 붙잡고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줄곧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잠깐 들어와서 생긴 일이었다. 원인은 모기였다. 미국에서는 모기에 물려도 살짝 부었다가 곧 나았는데 한국에서는 왜 문제가 생겼을까? 안효현 고대안암병원 피부과 교수의 설명은 이렇다.
모기는 사람의 피를 빨기 위해 인체에 침을 꽂는다. 이때 모기의 타액이 우리 몸에 들어와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염증을 만든다. 모기에 계속 물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동종 항원(K씨의 경우 미국 모기의 타액)에 대한 면역 체계가 몸 안에 생겨 작은 뾰루지처럼 부었다가 금방 가라앉는다. 하지만 평소에 겪지 못한 항원(한국 모기의 타액)이 침투하면 면역 체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물린 곳이 크게 덧나는 것이다.
안 교수는 "외국에 바캉스를 갔다가 모기에 물리면 부기와 가려움증을 평소보다 심하게 겪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유아가 모기에 물렸다가 심하게 부어 응급실에 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똑같은 모기에 물려도 면역력이 약한 유아가 훨씬 위험한 것이다. 이 밖에, 비염·천식·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사람도 발진이 생긴 상태에서 모기에 물리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오재원 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알레르기 질환 환자들이 발진을 겪을 때는 몸의 면역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