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장비
치아·어깨관절 속까지 들여다본다… 지금은 '초음파' 시대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09/07/07 16:23
초음파가 진화에 진화를 거듭, 의료 장비의 총아로 떠올랐다. 초음파는 심장, 유방, 전립선 등은 물론 치아, 어깨관절 속까지 들여다보는 쪽으로 발전했으며, 1차원이던 영상이 4차원으로 확대돼 정확도가 엄청나게 높아졌다. 또 영상도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고 있다. 초음파는 CT(컴퓨터 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검사 비용의 절반정도의 비용으로 이들 검사에 뒤떨어지지 않는 진단 실력을 자랑한다. 요즘 초음파는 진단은 물론 치료에도 폭넓게 쓰이고 있다.
◆초음파로 못 들여다보는 곳이 없다
초음파는 어느 부위든 검사가 가능하고 CT 등에서 문제가 되는 방사선 노출도 없어 임신부나 태아에게도 전혀 해롭지 않다. 초음파의 탐촉자(검사할 때 환자 몸에 대는 막대) 중 둥근 모양으로 된 것은 질(膣)이나 항문으로도 들어가 질 벽이나 항문 벽에 암이 있는지, 괄약근의 상태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치아 손상 여부를 확인하는 초음파도 개발됐다. 연세대 치과병원 보존과 박성호 교수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치아 깊숙한 곳인 '치수(齒髓)'에는 미세 혈관이 매우 풍부한데, 치아가 손상된 경우 초음파 검사를 해보면 치수의 혈류 속도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종전에는 치아 손상을 확인하려면 전기총처럼 생긴 전기 자극 검사를 주로 했다. 이는 검사할 때 찌릿찌릿한 통증이 있고 혈관의 손상 정도를 신경반응을 통해 간접적으로 측정하므로 정확도가 낮았다.
어깨나 무릎 관절을 진단할 때 근골격계 초음파도 많이 쓰인다. X선으로 어깨나 무릎을 찍으면 뼈의 모양이나 뼈에 생긴 돌가루(석회), 골절 정도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초음파 검사를 하면 골절은 물론 뼈를 둘러싼 근육과 인대의 파열, 염증 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다.
연세사랑병원 성창훈 원장은 "X선 검사와 달리 초음파 검사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환자가 움직일 때 근육, 인대의 변화를 볼 수 있으므로 기능상의 문제까지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만능 초음파도 아직 미지의 영역이 있다. 뼈와 위장관이다.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김승협 교수(대한초음파의학회 이사장)는 "초음파는 진동을 통해 영상을 얻으므로 음파가 다시 되돌아와야 하는데 밀도가 아주 높은 뼈나 속이 텅 빈 위, 장에 초음파가 닿으면 음파가 아예 흡수가 안되거나 산란되므로 영상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휴대폰만 한 초음파, 4차원 초음파
복부나 유방 초음파를 받을 때의 육중한 장비는 이제 잊어도 좋을 듯하다. 초음파 장비가 사람 몸체만 한 큰 덩어리에서 노트북만 한 크기로 줄었다가, 최근에는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로 점점 소형화되고 있다.
양산 부산대병원 순환기내과 박용현 교수는 "포켓용 초음파 장비는 일반 초음파보다 정확도는 약간 떨어지지만, 심근경색·협심증 등 응급환자를 진료할 때 매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사가 주머니에 포켓용 초음파를 넣고 다니다가 응급 환자를 곧바로 진단하면 환자를 옮기거나 장비를 갖고 오는 시간 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 병원들이 포켓용 초음파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초음파 영상도 변하고 있다. 과거 태아 초음파는 태아의 모습이 흑백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정도였지만, 요즘은 뱃속 아기가 아빠와 엄마 중 누구를 닮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다. 2~3년 후에는 태아의 전신을 한번에 볼 수 있는 장비도 나올 예정이다.
김승협 교수는 "종전의 3차원 초음파는 부위별로 찍은 영상을 합성해야 움직임을 알 수 있었지만 요즘 나온 4차원 초음파는 탐촉자를 대는 즉시 움직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