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
근육 굳는 현상 잦아지면 '다발성 경화증' 의심하라
심재훈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09/05/26 16:09
과로하거나 몸이 너무 피곤하면 근육이 굳어지거나 눈이 침침해지는 듯한 경험을 누구나 한다. 대개 일과성으로 지나간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24시간 이상 지속되고 여러 부위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다발성 경화증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다발성 경화증은 몸의 여러 부위가 점점 굳어가는 병. 피로감과 신경성 통증, 마비, 시야 혼탁 등이 갈수록 심해져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하게 될 수 있다. 이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엉뚱하게 외부의 적이 아니라 스스로를 공격해서 생기는 자가면역 질환의 하나다. 병이 진행되면 뇌에서 팔과 다리 등 신체 말단으로 연결되는 신경망이 손상돼 뇌의 신호가 잘 전달되지 않아 마비가 나타난다.
다발성 경화증은 전 세계적으로 250만명, 국내에는 2300여 명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 연령대에 걸쳐 나타나지만 젊은층이 유난히 많은 점이 특징. 환자의 40~50%가 20~30대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광국 교수팀이 다발성 경화증 환자 170명을 조사한 결과, 28%는 시야가 뿌옇게 되거나 일시적으로 안보이는 경험을 했다고 답했다. 또 팔다리에 갑작스런 마비가 오거나 심하게 떨렸다(25%), 팔다리에 통증을 느꼈다(12%), 대·소변 기능에 장애를 느꼈다(6%), 사지가 뻣뻣해지는 것을 경험했다(2%), 전신 피로감을 심하게 느꼈다(1%), 평소보다 발음이 불분명해지거나 말의 리듬이 이상해졌다(1%) 등의 답변도 나왔다.
다발성 경화증도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단순 허리디스크나 신경성 통증, 시력 이상으로만 생각해 발견 시기가 늦다. 김광국 교수는 "환자의 96%가 진단될 때까지 다발성 경화증이란 병명을 처음 들어봤다고 한다"고 말했다.
자기공명영상(MRI), 뇌척수액 검사, 시각·청각·체성감각 유발 전위 검사 등을 통해 다발성 경화증으로 진단되면 베타 인터페론 등 면역 조절 제제를 투여하면 증상 악화를 늦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