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일반
국수 먹다 응급실 직행?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09/03/31 21:54
밀가루·메밀 알레르기 한국·일본인에 많아
김모(21)씨는 얼마 전 유명한 서울의 한 메밀 음식 전문점을 찾았다. 메밀 국수를 먹고 식당 문을 나서다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면서 머리가 핑 돌고 숨이 차올라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갔다. 의사는 "메밀 알레르기로 인한 쇼크"라고 했다.달걀, 우유, 복숭아, 게 등은 알레르기를 잘 일으키는 대표적인 식품이다. 하지만 정작 심각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품은 밀가루와 메밀 등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장윤석 교수팀이 2000~2006년 병원을 찾은 97만8146명 중 가장 심한 알레르기인 '아나필락시스'를 보인 138명을 분석한 결과, 원인으로는 식품이 21.3%로 가장 많았다. 식품 중에서는 밀가루가 가장 흔했고, 이어 메밀, 해산물(새우·게 등) 순이었다.
식품 알레르기는 단백질 때문에 생긴다. 식품에는 일정량의 단백질이 들어 있으므로 육류·과일·해산물 등 모든 식품이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식품 알레르기가 처음부터 생기지는 않는다. 원인 물질에 일정 수준 이상 노출돼 면역체계가 매우 민감해진 상태에서 원인 물질이 다시 들어오면 이상 반응이 나타난다. 그 이후로는 해당 식품을 먹으면 알레르기가 생긴다.
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김세훈 교수는 "식품 알레르기는 나라마다 차이가 크다. 서양에서는 땅콩 알레르기가 많은 편이지만 한국과 일본은 밀가루나 메밀 알레르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식품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이 다르다. 사과·복숭아 등 과일 알레르기는 대개 입과 목이 가려운 정도에서 그친다. 하지만 밀가루·메밀 알레르기는 쇼크를 일으켜 응급실까지 가게 하는 사례가 꽤 많다"고 말했다.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원인에 약간만 노출돼도 심한 반응을 일으킨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민경업 교수는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여성 중에 땅콩을 먹은 남자 친구와 키스를 한 뒤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특정 단백질 알레르기를 가진 여성이 남성과 성관계를 한 뒤 정액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쇼크를 일으켰다는 사례도 보고돼 있다.
식품 알레르기가 있으면 원인 물질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피부에 두드러기 등의 반응이 나타나면 가려움증을 덜어주는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제제를 사용할 수도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알레르기의 가장 심한 단계인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식품을 섭취한 뒤 한 시간 안에 급성 두드러기가 나고 어지러우며, 숨을 쉬기 어려운 쇼크 반응까지 나타난다. 이런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병원에서 휴대용 '에피네프린'을 처방받아 한국희귀의약품센터 등에서 구입해 갖고 다니는 것이 좋다. 이는 펜 모양의 주사기로 식품을 섭취한 뒤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 허벅지에 주사하면 쇼크 반응을 늦출 수 있다.
어떤 식품에 알레르기가 있는지는 병원 알레르기내과에서 피부반응 검사나 혈액 검사를 해보면 알 수 있다. 다만, 한국인에게 흔한 식품 알레르기 60여종만 검사가 가능해 아주 드문 알레르기는 정확한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