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시 치아에 80㎏하중
경기력 향상에 중요 역할 마우스 가드 착용 많아져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1년여를 앞두고 조선일보 취재팀이 프랑스를 찾아갔다. 프랑스는 월드컵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들은 취재팀을 실망시켰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어 따로 하는 게 없다. 단 한 가지, 축구 선수들의 치아를 철저히 검사해 문제가 있는 선수들은 말끔하게 치료했다."

그들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국가 대표급 선수들은 모든 부분에서 탁월하다. 단 치아 건강은 별개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치아에 문제가 있으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고, 부상 위험도 높다."

작년 연말 한 TV 프로그램에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출현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그 다음날부터 치과에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 박찬호가 방송 때 착용했던 '마우스 가드'가 경기력 향상의 비밀 병기라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마우스 가드는 윗니와 아랫니 교합이 맞지 않을 때 빈 부분을 채워넣어 치아를 보호하는 장비. 권투 선수들이 끼는 구강 보호장치(일명 마우스 피스)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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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서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예선에 참가했던 각국 야구 대표선수들이 마우스 가드를 착용한 모습도 TV 중계에서 종종 보였다.

아주대병원 치과 송승일 교수는 "박찬호 선수 외에도 박세리, 박지성 선수 등 많은 프로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마우스 가드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경희대 치과병원 보철과 최대균 교수는 "전문 운동선수들은 순간적인 힘을 내기 위해 치아를 악무는 습관 때문에 치아가 상한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치아 교정 시술이나 마우스 가드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아 건강은 운동 능력과 직결된다. 투수가 공을 던질 때 치아에 작용하는 무게는 평균 약 80㎏, 타자의 경우 한번 스윙 할 때마다 약 100㎏의 무게가 치아에 작용한다. 쌀 한 가마니의 무게가 보통 80㎏이다.

송승일 교수는 "치아와 턱관절 부위는 근력과 평형 감각을 담당하는 근육은 물론 뇌신경과도 직접 있어 신경조절계의 중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운동할 때 순간적인 파워는 치아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경희대 최대균 교수팀이 20~22세 사이 남학생 10명을 대상으로 치아에 가하는 힘을 다르게 하고 어깨, 다리 등 전신의 근력 운동 능력을 시험해보았다. 그 결과 치아에 최대한 힘을 줄 때 무릎근력은 57%나 더 강한 힘을 낸 것을 비롯, 발목(42%), 엉덩이(31%), 허리(20%), 어깨(17%) 모두 강한 힘을 냈다. 서울대 치과병원 보철과 임영준 교수는 "치아 교합이 바르지 않으면 이를 악물 수 없어 운동 능력이 저하된다"고 말했다.

또한 치아는 평형 감각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대균 교수팀의 '교합 균형이 자세 중심(重心)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실험 대상자들을 치아 교합 상태를 다르게 한 뒤 FSCAN(체중계처럼 생긴 평형능력 측정계) 위에 올라가게 한 뒤 좌우 발바닥의 압력 분포와 몸체의 흔들림 등을 측정했다. 그 결과 치아 교합 상태가 안정적인 경우 몸의 흔들림이 4배 이상 적은 반면, 양측 발바닥의 평형 수치는 5배 이상 높았다.

최대균 교수는 "피겨 스케이팅, 스키, 스노보드, 승마, 포환 던지기 등에서 치아 교합이 바른 선수들이 균형 감각이 더 좋아 경기 능력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치아 상태는 집중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희대 치과병원이 성인들을 대상으로 치아 교합 교정 전후 운동할 때 α파(주의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나오는 뇌파)와 β파(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뇌파)의 방출량을 비교해 봤더니, 치아 교합이 바를 때 α파의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최대균 교수는 "골프나 양궁 등 고도의 순간 집중력을 요하는 운동을 할 때 마우스 가드를 착용해 치아 상태를 바르게 해주면 경기 결과가 확실히 좋아진다"고 말했다.

마우스가드를 착용하기 위해서는 보철과 전문의가 있는 대학치과병원이나 개원가를 찾아가면 된다. 치아의 모양을 본떠 개별 제작하며 20만~30만원의 비용이 든다. 일반 의료기상사에서도 팔지만 재질과 착용감이 떨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