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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다 버리고 싶은 사춘기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

취재 홍유미 기자 | 사진 신지호 기자

[Special Report]
똑같이 그 시간을 겪었지만 우리 아이는 또 다르다?
갖다 버리고 싶은 사춘기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춘기 때는 으레 그렇다지만 아이를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더 많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것, 사소한 말대답 등 정말 작은 일들로 거의 매일 싸운다, 착하던 우리 아이가 갑자기 왜 이렇게 변했는지 정말 모르겠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아이가 때로는 밉고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등 그 동안 <월간 헬스조선>에 애독자 엽서나 이메일을 통해 도움을 요청한 부모들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많았다.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멀어지고, 관계를 풀려고 노력하면 오히려 더 꼬여버리는 것이 사춘기 자녀와 부모의 관계가 아닐까. 정말 갖다 버리고 싶은 생각마저 드는 사춘기 자녀, 어떻게 해야 할까?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는 이 긴 싸움은 어떻게 해쳐나가야 할지 전문가들의 풍부한 경험 속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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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대표적인 사춘기 증상, 이렇게 대처하라
“아이와의 대화,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까요?”

부모가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사춘기 자녀의 행동 유형 5가지에 대한 각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보자. 아동청소년상담센터의 이주희 전문 상담원, 전국보건교사회 부회장이자 현재 초등학교 보건교사로 재직중인 이춘희 선생님, 와이즈멘토의 대표로 여러 사춘기 아이들의 멘토 역할을 해주고 있는 조진표 대표가 답을 전해주었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먼저 이해하고 사춘기 아이와의 올바른 대화법을 익혀야 한다.


Q1. 순하던 우리 아이가 변했습니다. 무슨 말만 하면 대들고 반항합니다. 꾸중을 하려고 해도 싸움으로 이어질까봐 참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아이의 버릇을 어떻게 고쳐야 할까요? (최성현·43세·경기도 김포시 사우동)

이주희 : 사춘기 아이의 반항은 성격이 변해서가 아니라 부모와 다른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은 욕구가 생겨서다. 아직 세련되게 자기 주장을 펼 만큼 논리력이나 말솜씨가 준비되지 못했고 정보나 경험도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나 욕구가 거칠게 표현되는 것일 뿐이다. 의견조율이 안 된다고 무력을 행사하거나 체벌을 가한다면 당장은 아이가 굴복할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아이에게 ‘해결되지 않는 일에는 무력을 쓰면 쉽게 해결된다’는 것을 은연중에 가르치는 꼴이 될 수 있으므로 무력을 쓰거나 체벌을 가하는 것은 되도록이면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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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 : 사춘기 부모자녀관계에서도 ‘나 전달법’ 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엄마한테 무슨 말 버릇이냐” 보다는 “엄마 말이 네 기분을 많이 상하게 한 것 같다. 하지만 네가 이렇게까지 화를 내니 엄마도 너무 당황스럽다”라고 나의 감정을 먼저 표현하라. 아이와 싸울 때 아이가 나한테 반항하거나 대드는 행동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 싸우다 보면 어느 순간 싸우게 된 본연의 사실은 잊고 눈을 똑바로 치켜 뜨는 행동이나 건방진 말투 등 아이의 행동에 더 분노하게 될 때가 있다. 처음 꾸중을 시작하게 만든 아이의 잘못한 행동, 본연의 사실에 집중하라.

조진표 : 사춘기 아이들은 매우 예민해서 부모가 10번 잘해주다가 한번만 잘 못해줘도 그 사건을 굉장히 크게 기억한다. 따라서 감정에 이끌려 아이에게 모멸감을 주는 말이나 상처 주는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꾸중’과 ‘잔소리’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꾸중’은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지만 ‘잔소리’는 필요이상의 말을 하는 것이다. 사춘기가 되면 아이도 꾸중과 잔소리의 차이를 구별할 줄 안다. 아이의 잘못을 바로 잡아주려고 시작했던 꾸중이 잔소리가 되지 않도록 감정을 절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Q2. 아이가 아예 말을 하려 하지 않아요. 말을 걸면 신경 쓰지 말라며 무조건 방안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급니다. 정말 어떻게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할지 막막합니다.

이주희 : 얼마 전 상담을 받으러 왔던 부모 중 아이가 ‘간섭하지 말라’며 방에 들어가 습관적으로 문을 잠가 버리자 아이 방 문고리를 떼내 앞 뒤를 바꿔 달아버렸다는 부모가 생각이 난다. 기발한 아이디어지만 결국 아이와의 관계가 더 경색됐다고 한다.
사춘기 자녀와 대화를 시도할 때에는 이처럼 조급하게 또는 무리하게 아이의 마음을 돌리려고 시도하기보다는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 굳이 의미 있는 말이 아니더라도 함께 저녁을 먹으며 건네는 ‘이 반찬 엄마가 오늘 새로 했는데 맛이 어떤 것 같니?’와 같은 질문, 함께 드라마를 보면서 건네는 ‘00 드라마 주인공 너무 나쁜 것 같지 않니?’ 와 같은 사소하고 별 것 아닌 대화부터 시작하자. 

이춘희 : 아이에게도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자. 무조건 강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억지로 말을 시키기보다는 ‘엄마는 언제나 네 곁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어’와 같이 아이에게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는 말과 행동을 보인다.

조진표 : 먼저 부모 자신의 태도부터 검토하라. 아이에게 문제가 있을 때에는 대부분 부모에게도 문제가 있다. 자녀에 대한 지나친 관심으로 아이에게 무언가를 꼬치꼬치 캐묻고 있지는 않은지, 과도하게 간섭하고 명령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기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Q3. 공부를 잘 하던 아이가 사춘기가 되더니 무슨 연유에서인지 성적이 뚝 떨어졌습니다. 갑자기 학원을 안 간다고 떼를 쓰기도 합니다. 이성친구 때문일까요?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고 해도 도무지 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주희 : 이성친구가 생기기 이전부터 이성에 대한 얘기를 부모자녀간에 서로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미리 다져놓아야 한다. 이성친구가 생겼을 때 그제서야 그 친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시도하다 보면 꼬치꼬치 캐묻는 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사춘기 이전부터 이성친구에 대한 아이의 생각이나 느낌 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하도록 한다.

이춘희 :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공부를 게을리했을 수도 있고 이성친구가 생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춘기에 성적이 떨어지는 이유의 대부분은 특별한 이유 없이 공부자체에 대한 회의나 혼란이 생겨서다. 사춘기가 되기 이전에는 부모가 시키는 대로 행동하고 공부했지만 사춘기가 되면서 아이들은 점점 자신의 자아를 탐색하고 정립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공부 이외의 다른 곳에서 흥미를 느낄 수도 있고 공부가 아닌 다른 것에 재능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는 사춘기에 일어나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니 성적이 떨어졌다고 너무 다그치지 말고 무슨 이유 때문인지 정확한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조진표 : 사춘기에 들어서면 적어도 한번쯤은 적성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유하고 싶다. 1~2만원이면 간단한 적성검사를 받을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은 부모가 아이의 적성에 대해 모르고 있다.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매우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아이라고 확신했는데 검사를 받고 나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예술가 형’이 나오기도 한다. 아이에게 무조건적으로 공부하라고 강요하기 이전에 진짜 아이의 적성이 어떤 것인지, 괜히 아이에게 엉뚱한 것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Q4. 아이에게 비밀이 너무 많습니다. 예전에는 집에만 오면 알아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얘기하더니 요새는 휴대전화 문자도 비밀번호로 잠그고, 도무지 어떻게 생활하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이주희 : 한 상담사례가 생각이 난다. 휴대전화를 부모가 보든지 말든지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휴대전화를 비밀로 잠가놓았다. 부모는 그 때부터 아이가 잘 때마다 아이 방에 몰래 들어가 비밀번호를 찾아내려고 애를 썼고 결국 1주일 만에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그런데 막상 아이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함에 들어가보니 ‘헐...’ ‘아니ㅠㅠ’와 같이 아무 의미 없는 내용의 문자들만 가득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부모들은 아이가 휴대전화를 비밀로 설정해 놓으면 아이가 혹 나쁜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게 되는데, 아이들은 비밀이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할 뿐이다. 막상 안을 들여다보면 비밀이랄 것도 없다. 아이를 믿고 아이의 비밀을 존중해주자. 

이춘희 : 아이의 생활이 궁금하다면 엄마의 학교활동을 늘려야 한다. 아이에게 ‘너 요새 무슨 일 있니?’라고 물어서 바로 사실대로 술술 대답할 아이는 아무도 없다. 아이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묻기보다는 학교 명예 교사나 보람교사 활동, 학부모 봉사 활동 등을 통해 학교에 가는 기회를 늘려 담임선생님이나 학원선생님, 아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간접적으로 묻는다. 이 방법을 쓰면 아이가 눈치채지 않게 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조진표 : 아이에게 멘토를 만들어주자. 아이 주변에 부모에게는 말할 수 없는 이야기까지 털어 놓을 수 있는 사람을 한 명 만들어 놓으면 아이가 사춘기가 됐을 때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친척 언니나 이모도 좋고 이웃 집 형도 좋고 교회 선생님도 좋다. 아이에게 직접적으로는 듣기 힘든 문제나 고민을 멘토를 통해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다.
 

Q5. 아이와 매일 같은 문제로 싸웁니다. 아이의 이번 달 휴대전화비가 10만원이 넘게 나왔습니다. 매일 만나는 친구들인데 뭐 그리 할 이야기가 많은지 이해가 안 갑니다. 저는 아이와 컴퓨터 때문에 늘 부딪힙니다. 새벽 2~3시에 일어나 보면 그때까지 컴퓨터 하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아무리 화를 내고 야단을 쳐도 아이의 태도는 바뀌지 않는군요.

이주희 : 휴대전화를 사주기 전에 미리 규칙부터 정하라. ‘정액제에서 정한 시간 이상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에는 초과된 금액만큼을 네 용돈에서 삭감하겠다’와 같이 휴대전화나 인터넷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규칙을 아이와 미리 협의하자. 

이춘희 : 아이가 좋아하는 것으로 상과 벌을 주라. 약속한 시간보다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했을 때에는 정액제 시간을 더 짧게 변경하고 약속한 휴대전화 사용시간을 몇 달간 잘 지키면 게임 등 다른 부가서비스를 하나 더 추가시켜준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상과 벌의 대상으로 정하면 효과가 배가된다.

조진표 : 첨단 통신을 이용하라.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기술은 훨씬 진보해 있다. 월 2~3천원이면 컴퓨터 사용시간이 입력한 사용시간을 넘길 때 자동으로 꺼지는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다. 아이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모니터 화면이 부모의 휴대폰에 그대로 표시되는 최첨단 프로그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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