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통통해서 귀여운 내 아이 간은 '지방덩어리'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09/01/27 21:47
비만 어린이 대부분이 지방간… 간경화로 진행된 경우도 있어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서정기 교수팀이 비만 어린이(6~13세) 80명을 대상으로 간 검사를 실시한 결과 80명 전원에게 지방간이 발견됐으며, 그중 절반 이상은 간 섬유화(간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것)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사 대상 어린이 80명의 평균 체질량 지수(BMI)는 27.6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한다.
조사 대상 어린이 80명은 소아청소년과에서 비만 판정을 받은 뒤 혈액, 초음파 검사와 간 조직검사까지 받았다. 일반적으로 어른들은 지방간이 있어도 간 조직 검사를 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어린이 간 조직 검사는 비교적 간단하다. 어린이들의 간 조직 검사는 잠들어 있을 때 초음파로 보면서 주사기로 간 조직 부위를 조금만 떼어내는 방식으로 한다.
80명의 어린이 중 43.8%(35명)는 간 조직은 물론 간문맥에까지 간 섬유화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33.7%는 간 조직에서만 섬유화가 진행됐다. 나머지 22.5%는 단순한 지방간이었다.
서정기 교수는 "비만으로 지방간이 진행된 어린이가 살만 뺀다고 간 섬유화의 진행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심한 비만인 어린이들은 혈액검사뿐 아니라 간 조직검사까지 받아 간 섬유화나 간경변 여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서 교수는 말했다.
소아 청소년기의 지방간과 간 섬유화는 어른이 된 뒤 간암 등 심각한 간 질환 발생률을 높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미국 보스턴 아동병원에서 비만이면서 지방간이 있는 어린이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몸무게를 줄이고 식이요법을 하는 등 치료를 열심히 받은 집단에서는 간경변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방치해둔 집단에서는 간경변과 간암이 발견됐다.
서정기 교수는 "지방간이 있는 어린이들을 그냥 두면 앞으로 간경변과 간암 등 간 질환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비만율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서정기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취학 전 아동의 경우 10명 중 1명, 취학 후 18세까지의 어린이와 청소년은 5명 중 1명이 비만"이라고 말했다. 10년 전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비만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의 지방간에 대해서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서정완 교수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비만이라도 병원을 찾아 적극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더욱이 지방간은 어른들에게나 해당될 뿐 아이들과는 무관하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살을 빼면 지방간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방간의 진행 정도가 심하거나 간 섬유화가 진행된 경우에는 약물요법을 병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