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전도 검사 무엇이 문제인가
혈관 막히지 않는 한 전기 신호 변화 없어
환자 절반 심전도 정상 "검사 효율성 떨어져"

지난 8일 아침 직장인 송모(38)씨가 서울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송 씨는 여느 때처럼 아침 운동을 하던 중 갑자기 바늘로 심장을 찌르는 것 같은 극심한 통증과 함께 쓰러졌다. 때마침 근처에서 운동을 하던 의사가 응급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병원으로 후송했으며, 병원도착과 동시에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진단돼 응급으로 심장혈관 확장술(스텐트 삽입술)을 받았다. 송 씨는 "석 달 전 건강검진을 받았지만 심전도나 혈액검사 등이 모두 정상이었다"며 "아무리 심근경색이 급성으로 온다지만 이렇게 위험한 상태인데도 어떻게 심장검사(심전도) 결과가 정상으로 나올 수 있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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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건강을 체크하기 위해 대부분의 건강검진에 포함돼 있는 심전도 검사가 전체 심장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같은 허혈성(虛血性) 심장 질환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심전도 검사란 심장의 전기 신호를 분석해 심장 기능을 평가하는 검사로 모눈 종이처럼 생긴 검사지에 심장 박동 리듬이 그래프처럼 나타난다.

서울대병원 심장내과 조현재 교수는 "협심증 환자의 절반 정도는 심전도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온다. 특히 검사를 받을 때와 같이 활동이 없는 안정 상태에서는 혈관이 90% 이상 좁아지지 않았다면 이상이 체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돌연사로 이어지는 심근경색증은 혈관이 꽉 막힌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혈관이 30~40% 정도 좁아져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염증물질이 분비돼 생긴다"며 "따라서 오늘 심전도 검사가 정상이라고 해도 내일 심근경색증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부정맥 진단에도 한계가 있다. 운 좋게 심장 리듬에 이상이 있을 때 심전도를 찍는다면 병의 진단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부정맥 환자는 심장 리듬의 이상이 매우 드물게 나타나므로 심전도 검사를 찍을 때에는 대부분 정상으로 나온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이승환 교수는 "심장혈관이 완전히 막히지 않는 한 심장 전기 신호에는 변화가 생기지 않으므로 심전도는 아주 심각한 상태를 걸러내는 효과 이외에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심전도 검사 결과만 믿고 심장이 건강하다고 안심하다가는 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심전도 검사의 이와 같은 한계 때문에 일부 전문의들은 건강검진 수단으로서 심전도 검사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는 지난 2006년 대한가정의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국내 병원의 건강검진은 질병 선별 효과가 정확히 검증되지 않은 검사 항목들을 포함시키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심전도 검사'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미국 심장학회는 심전도 검사를 선별 검사 수단에서 제외하고 있으나 국내 대부분의 건강검진 항목에는 심전도 검사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또 영국 런던 체스트병원 연구팀은 최근 영국의학저널에 보고한 논문을 통해 '협심증이 의심되는 질환을 앓은 8176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절반 가량이 심전도 검사 결과가 정상이었다'며 심전도 검사 무용론을 주장했다.

서울아산병원 건강검진센터 최재원 소장은 "검진은 비용 대비 효과를 생각할 수밖에 없으며, 처음부터 정확도가 높은 검사를 하면 좋겠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건강검진은 대부분 기본 검사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며 "검진 전에 의사에게 예진(豫診)을 받고 검진 종류를 결정하면 협심증 등의 질환을 조기 발견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