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부과에서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금까지 여성들은 화장품을 사기 위해 백화점이나 화장품 전문점을 찾았지만 이제는 피부과에서 진료나 마사지를 받으면서 제품까지 팩키지로 함께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코스메슈티컬’이란 화장품(코스메틱)과 약품(파머슈티컬)의 합성어로, 일반 화장품에 치료라는 기능성을 접목시킨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연 평균 12%씩 성장하고 있는 코스메슈티컬은 화장품 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국내 코스메슈티컬 제품의 선두주자는 2000년 화장품 산업에 뛰어든 이지함화장품이다. 2004년에 40억원이던 매출이 2005년에는 50억원으로 늘었다.
아름다운나라피부과, 고운세상피부과, CNP 피부과, S&U피부과, 예인 피부과, 모델로 피부과 등 체인화된 많은 피부과 전문병원들도 뒤를 바짝 추격하면서 시장 자체도 더욱 커지고 있다.
헐리우드 스타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다양한 해외 코슈메슈티컬 브랜드까지 성공적으로 국내에 진출하면서 뜨거운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프레데릭 브랜트라는 피부과 의사가 개발한 미국의 ‘닥터 브랜트’, 위스콘신 대학의 예방의학 교수인 마이스너 박사가 개발한 ‘셀렉스-C’, 최진실을 모델로 앞세운 ‘3LAB’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강남의 유명 백화점을 위주로 까다로운 ‘웰루킹(well-looking)족’들을 사로잡고 있다.
한편, 기존 화장품 업체들도 제약사들과 협력해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이미 출시된 제품에 코스메슈티컬적 이미지를 더하고 있다. 기능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화장품 회사 엘리자베스 아덴이 보톡스 제조업체인 미국의 알레간사와 공동으로 ‘프리베이지’라는 이름의 안티 에이징 에센스를 개발한 것이 이런 흐름을 잘 보여주는 예다.
‘닥터 화장품’이 급속하게 늘어나는 배경에는 한국콜마와 같은 화장품 전문기업의 역할도 한몫을 한다. 회사측 관계자는 “기미, 주근깨, 주름, 미백, 아토피 등과 같은 문제성 피부에 대한 제품개발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기능성 화장품이 다수를 차지한다”며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샘플테스트도 거치는 등 엄격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닥터 화장품이 급부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그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첫째, 피부 문제를 노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사람들의 증가다.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 개원의는 “요즘 사람들은 피부과 가기를 슈퍼마켓 가는 정도로 예사롭지 않게 여긴다”며 “피부에 생기는 고민거리들에 대해 어디까지나 ‘고칠 수 있는 문제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인식 전환도 깔려 있다”고 설명한다.
둘째, 의사들이 만든 화장품이라는 신뢰감이다. 여드름이 심해서 몇 년 전부터 피부과 화장품을 고집해오고 있다는 박영하(34, 주부)씨는 “내 피부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의사나 피부관리사들이 카운셀링하면서 제품을 권하다 보면 신뢰감이 생겨 제품을 사게 된다”고 말한다. 해외 코스메슈티컬 브랜드의 광고 문구인 ‘Take the doctor home with you(집으로 의사를 데려 오세요)’라는 말처럼, 집에서도 피부과 의사가 진료하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셋째, 성분의 차별화다. OEM방식으로 제품을 제조하고 있는 화장품 업체의 관계자는 “제품의 목적이 문제 피부에 대한 치유·보조적 효과가 크다 보니, 일반 화장품보다 피부에 유용한 성분을 고농도, 고함량 사용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