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박태환처럼 폐활량 크면 나도 운동 잘 할까?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폐활량과 운동능력
폐활량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
유산소 운동으로 산소 효율성 높여야

박태환의 올림픽 금메달 이후 많은 이들의 관심이 '폐활량'에 쏠려 있다. 뉴스에 따르면 박태환의 폐활량은 7000㏄로 보통 사람(남성 평균 4800㏄, 여성은 3200㏄)의 약 1.5~2.5배에 이른다고 한다. 운동을 열심히 하면 폐활량이 확 늘어 박태환처럼 탁월한 기록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에 생일케이크 촛불도 한번에 불어 끄지 못하는 사람들은 폐활량이 너무 적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폐활량은 선천적으로 타고 난다. 운동을 해도 폐활량은 늘지 않는다. 물론 오랫동안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면 약간의 영향은 있겠지만, 박태환처럼 커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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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활량(최대로 들이마셨다가 내뿜을 수 있는 공기의 양)은 폐의 크기에 좌우된다. 따라서 폐활량은 운동 여부보다는 키와 몸집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대체로 키와 몸집이 클수록 폐도 크다. 일생 중에서는 45세를 전후해 가장 커진다. 흔치는 않으나 체격이 작아도 폐가 큰 사람들도 있긴 하다.

그렇다면 폐활량이 크면 운동을 잘 할 수 있을까? 정답은 'No'다.

경희대 체대 박수연 교수는 "운동할 때 한꺼번에 많은 양의 산소를 들이쉬면 좋긴 하겠지만 그것이 운동을 잘하게 해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폐가 커 한번 호흡으로 들이쉬는 산소 양이 많아도 산소가 폐에서 이산화탄소와 교환되는 정도, 피를 타고 온 몸으로 전달된 산소가 근육에서 쓰이는 효율성이 낮으면 운동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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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폐활량을 측정하고 있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제공

운동을 열심히 해도 폐활량을 늘릴 수 없지만,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과 근육에서 산소가 소모되는 효율은 높일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황정혜 교수는 "마라톤 황영조 선수는 폐활량도 큰 편이나 이봉주 선수는 폐활량이 일반인과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둘 다 탁월한 운동선수가 된 것은 폐로 들어온 산소를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산소 활용능력을 키우는 손쉬운 방법이 하루 2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호흡기내과 최천웅 교수는 "초보자는 '빨리 걷기'가 가장 좋다. 그밖에도 격렬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는 운동이 뭐든 무난하다"고 말했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폐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폐포의 기능이 점점 좋아진다.

최 교수는 "운동 전후를 비교해보면 폐 크기는 그대로지만, 폐와 모세혈관 사이의 산소 교환 능력은 상당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산소를 활용하는 능력도 개선된다. 운동을 조금만 해도 쉽게 피로하고, 숨이 차는 듯한 느낌을 받는 사람은 근육에서 산소를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

산소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 채 운동을 하면 무(無) 산소 대사의 부산물인 '젖산'이 축적돼 피로를 유발한다. 박태환 선수 등 뛰어난 운동선수들은 근육이 산소를 받아들여 파워를 내고, 젖산을 재빨리 처리하는 능력이 일반인들보다 훨씬 뛰어나다.

운동과 반대로 폐 기능을 감소시키는 대표적인 것이 흡연이다. 담배를 피우면 폐포가 파괴된다. 폐포는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데, 이것이 파괴되면 폐로 흡입된 산소가 몸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한번 파괴된 폐포는 되살아나지 않는다.

천식이나 기관지염으로 기도(氣道)가 좁아진 사람들은 폐로 산소가 잘 들어가지 않아 운동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흡연자들과 달리 폐 질환을 치료해주면 정상적인 운동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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