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ick! 클리닉&센터] 개원 6개월 맞은 삼성암센터
외래 진료 후 검사, 3~4시간
모든 절차 전담간호사가 맡아
개원 후 수술건수 78% 증가

'당일 진료, 당일 검사, 7일 이내 치료 및 수술' 이라는 '공약'을 내 걸고 출범한 삼성암센터가 개원 6개월을 맞았다. 당시 서울의 한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말만 암센터로 바꿨지, 실제 운영이나 치료 시스템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다른 질환은 몰라도 암을 1주일에 수술까지 끝낸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장담했다. 그로부터 6개월. 삼성의 공약은 과연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까?

지난 6월 25일 삼성암센터 위암센터에서 위 절제 수술 후 입원 중인 조경수(59)씨를 만났다. 조씨는 지난 6월 10일, 대구의 한 중소병원에서 위 내시경 검사를 받은 후 위암 판정을 받았고, 그 의사의 소개로 삼성암센터에 예약했다. 외래 진료는 6일 뒤인 6월 16일로 잡혔다. 예약을 끝내자마자 암센터 운영간호사라는 사람이 전화를 했다. 간호사는 환자의 증상과 병원에 오면 검사할 항목, 병원 올 때 준비물과 주의사항 등을 설명해줬다. 대구 병원에서 받은 위 내시경과 CT 검사 결과지도 함께 가져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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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외과의사와 간호사가 환자의 검사 결과를 보며 협진 하는 모습.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6월 16일, 조씨는 위암센터 김성 교수(소화기외과)에게 외래 진료를 받았다. 김 교수는 대구 병원에서의 검사 결과를 살펴본 뒤 "위암 2기로 판단되는데 9일 후 수술 하시죠"라고 날짜까지 못박았다. 동시에 내시경, CT, X선, 심전도, 혈액검사 등 정밀검사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조씨는 같은 날 암센터 1층에서 1시간 40분 만에 모든 검사를 끝내고 대구로 내려갔다.

수술 예정일 하루 전인 23일 조씨는 서울로 올라와 입원했다. 의료진은 "각종 검사와 조직검사 결과 위암 2기로 진단돼 내일 위 절제수술을 한다"고 설명했다. 수술은 예정대로 24일 오전 10시에 시작돼 4시간 만인 오후 2시에 끝났다. 조씨는 "다른 병원에선 몇 개월씩 걸리는 암을 열흘도 안 걸려 초진에서 수술까지 끝내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암센터 개원 이전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에선 암 환자 예약부터 외래 진료까지 최소 2~3주, 길게는 3~4개월까지 걸렸고, 또 외래 진료를 받은 뒤 수술까지도 최소 2~3주에서 최대 2~3개월 걸렸다. 첫 외래 진료에서 의사가 "검사를 받으세요" 라고 지시를 내리면 이미 검사일정이 빠듯한 병원에선 며칠 후 검사를 다시 받으라고 날짜를 지정한다. 만약 내시경, 초음파, CT, MRI 같은 정밀검사를 다 받아야 한다면 장비가 많지 않은 관계로 각각 별도의 검사예약을 해야 하고, 검사를 위해 환자는 띄엄띄엄 병원을 다시 찾아야 한다. 모든 검사가 마무리 되고,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바로 수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환자는 검사 결과를 보기 위해 다시 외래 진료 일정을 잡아야 하고, 그 외래 진료에서 의사는 수술을 할지 다른 치료를 할지 최종 결정을 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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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진료 후 검사실에서 CT를 찍는 모습.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이렇게 수술 일정을 잡으려면 암 환자 1인당 대기시간만 최소 2~3주는 훌쩍 지나간다. 암 고치는 것보다 병원 수술 일정 잡는 게 더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명의'로 소문난 유명한 의사에게서 수술을 받으려면 이보다 훨씬 더 기다려야 한다. S병원의 한 암 전문의는 "지방의 암 환자들이 모두 서울의 유명 병원으로 몰리는 바람에 병원 검사장비나 의료진이 턱 없이 부족해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삼성암센터 출범 뒤 평균 대기 기간은 얼마나 단축됐을까? 삼성암센터 심영목 센터장은 "1주일 이내 모든 외래 진료부터 수술까지 모든 치료를 끝내겠다는 당초 목표는 아직 달성하지 못했지만 과거 3~4주 걸리던 치료 기간을 9~10일 정도로 단축했다"며 "외래진료를 받고 암 수술을 받을 때까지 기간이 길어질수록 환자의 불안감과 심리적 고통도 증폭되는데 기간을 단축함으로써 환자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암센터 측은 환자 대기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먼저 각 센터의 전담간호사가 예약자 인적 사항과 증상 등을 전화로 문진(問診)한다. 외래 당일 의사 컴퓨터엔 이런 내용이 미리 입력돼 의사는 암 치료방법만 결정하면 된다. 진료 후엔 암 검사병동에 내려가 의사가 지시한 검사를 한꺼번에 받는다. 센터 측은 약 1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당일 검사를 위해 필요한 검사장비들을 구입했다. 덕분에 외래 진료 후 검사까지 3~4시간 만에 끝나며, 이런 모든 절차는 환자 1명 당 따라붙는 전담간호사가 맡는다. 또 최소 1주일 가량 걸리던 검사결과 통보도 3~4일로 줄였고, 별도 병원 방문 없이 수술 전날 입원만 하면 된다. 수술실도 20개를 마련해, 수술실 없어 수술을 미루던 예전 관행을 없앴다. 아울러 내과, 외과로 나눠졌던 진료과명을 각 암 별 팀 진료제로 바꾸어 환자의 이동동선을 줄였고, 환자 수술법 결정 등은 의료진 협진 시스템 도입으로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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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판독 결과는 그날 의료진에게 전달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위암센터 김성 교수는 "암센터 개원 후 의사들은 더 바빠졌다"며 "환자가 불편한 내과와 외과를 왔다 갔다 하는 대신, 의사들이 협진(協診)을 위해 수시로 왔다 갔다 하며 치료방법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내과 의사와 외과 의사가 자기 환자라고 싸우는 드라마 속 풍경도 아주 가끔 협진 회의실에서 벌어진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암센터 시설 효율도 높아지고 있다. 센터 병상 가동률은 개원 첫 달인 1월 73.9%에서 6월 93.8%로 상승, 새로 만든 652 병상이 이미 암 환자로 가득 찼다. 6월 현재 암센터 1일 평균 외래 환자 수는 1931명, 항암치료 때문에 통원치료센터를 이용하는 환자 222명 등 하루 2000명 이상의 암 환자가 찾고 있다.

암 수술건수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눈에 띄게 늘었다. 센터 개원 후 1~5월 암 수술건수와 작년 1~5월을 비교하면 ▲위암 392건→681건(74% 증가) ▲간암 114→262건(130%) ▲대장암 401→737건(84%) ▲폐암 170→399건(135%) ▲유방암 341→517건(52%) ▲부인암 132→167건(27%)으로 늘었다. 전체적으로는 총 1550건에서 2763건으로 78% 증가했다.

그 밖에 방사선 치료건수도 작년 같은 기간 2만579건에서 2만7172건으로 32% 증가했고, 고급 암 치료장비인 토모세라피 치료건수도 개원 첫 달 85건에서 지난 5월엔 260건으로 급증했다.

심영목 센터장은 "주말을 제외하면 평일 병실 가동률은 99%에 이른다"며 "전국 암 환자의 10% 정도는 삼성암센터가 맡고 있는데, 환자들은 암센터에 대해 90점 정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