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IPL의 허와 실
입력 2008/05/29 13:33
화장품 회사에 다니고 있는 백모씨. 그는 요즈음 일주일에 한번씩 피부과를 들러 열심히 레이저 시술과 함께 에스테틱 관리를 받는다. 화장품 회사를 다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 자체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직업인지라 피부 관리에 있어 부지런을 떨지 않을 수가 없다.
원래부터 피부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화장품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도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였건만 좋은 피부를 가질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비용으로 뛰어난 효과를 보고 있다. 하얀 피부이긴 하지만 잡티가 잘 생기고, 연한 주근깨와 잡티, 코 모공이 넓은 그녀는 왜 IPL을 받아도 효과가 없었던 것 이였을까? 과연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IPL은 만능 레이저인 것일까?
얼굴에 주근깨가 있고, 잡티가 있고, 칙칙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IPL을 받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요즘 젊은 여성들 중에 IPL(Intense Pulsed Light)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만큼 대중화된 치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점점 IPL의 종류는 늘어나고 네이버 지식인에는 IPL에 관한 질문들로 가득하다. 그렇다면 한번쯤 이 쯤에서 IPL 의 치료 효과에 대한 허와 실을 짚어 볼 필요가 있는 듯하다. 사람의 외모가 모두 다르듯 우리 피부의 특성도 개개인에 따라 다르다.
같은 피부색이라도 피부의 두께가 두껍고, 얆음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멜라닌 색소의 양, 피부 속 피지 및 수분의 함유량이 다른 것이다. 따라서 동일한 치료를 하여도 어떤 피부타입에서는 치료 효과가 매우 크게 나타나는 반면 어떤 피부 타입에서는 치료 효과가 별로없는 경우도 있다. 의학은 100%가 아니다. 내 피부의 모든 문제점들이, 내가 원하는 만큼 한번에 완벽하게 좋아지기를 바라는 것은 과학 기술에 대한 지나친 기대이다. 물론 치료를
유도하는 과장 광고들이 만들어낸 허상이겠지만 말이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많은 치료 혜택을 누리는 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기대치의 조정은 필요한 것 같다.
IPL은 모든 잡티에 효과적이다?
희미한 색의 잡티는 색이 연하므로 흔히 살짝만 치료해도 없애기 쉽다고 생각되지만 오히려 잡티의 색이 진하고 선명할수록 치료 이득이 더 크다. 진한 색의 잡티는 치료 후 많이 연해지지만, 연한 색의 잡티는 치료 후에도 크게 연해지지 않았다고 느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개개인의 피부 상황으로 인해 IPL로 효과가 떨어지는 때는 색소 전용 레이저로 추가 시술이 필요할 수 있다.
IPL은 무슨 피부질환이든 효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잡티로 생각되는 것들에는 실제적으로 흑자, 검버섯, 주근깨 등 수많은 색소성 피부질환이 포함된다. IPL은 안색을 개선시키고, 색소를 전반적으로 옅게 한다. 하지만, 피부 속으로 침투되는 깊이가 얕기 때문에, 검버섯, 점등처럼 제거해야 할 피부 조직이 두텁거나, 오타 모반처럼 피부 깊숙히 위치한 병소를 치료하기에는 적합치 않다. 또 기미의 경우 시술 경험이 숙련되지 않은 때는 오히려 진해지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병소의 종류에 따라서는 CO2 레이저, 색소 전용 레이저 등으로 치료해야 하는데, 모든지 IPL을 적용함으로써 불필요한 시술을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물론 혈관의 제거나 제모 등에도 IPL을 쓸 수는 있지만 이럴 때는 혈관이나 제모 전용레이저가 효과적이다.
IPL의 치료 효과는 영구적이다?
IPL 또는 색소레이저 등 모든 레이저는 색소가 옅어지는 일차적인 목표가 달성된 뒤에, 치료 효과가 얼마나 유지될지 여부는 잡티 개개 병소의 특성과 관련된 사항이다. 다시 말해, 기미나 주근깨, 흑자 등은 각개인의 피부 체질과 향후 일광 노출의 정도에 따라 쉽게 재발되는 특성이 있는 반면, 검버섯, 쥐젖 등은 다시금 노화 피부 조직이 일정량 쌓일 때 까지 상당 기간이 지나야 재발되는 특성이 있다. 다만 IPL 시술 후에 오는 안색의 개선은 피부의 턴오버 주기인 1-2달에 맞춰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안색의 개선을 유지하고 싶다면 IPL 시술과 정기적인 피부 관리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IPL은 다양한 파장대의 레이저 광선이 복합적으로 섞여서 다소 약한 강도로 치료하는 의료 장비이다. 치료자의 입장에서는 마치 종합 선물 세트와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때론 내가 원하는 과자만 골라먹고 싶듯이, 특별히 치료하고 싶은 부위의 문제점은 한가지 파장대의 레이저가 적절한 강도로 나오는 전용 레이저가 필요한 경우도 존재한다. 만능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물론 IPL은 시술받는 사람들의 편의를 고려한 간편한 시술이다. 딱지가 거의 앉지 않아, 세안과 화장이 가능하고 일상생활에 별다른 불편함이 없다는 점은 시술 대상자의 영역을 크게 넓여준 공로가 인정된다. 예전에는 피부과 치료라 하면 어떤 특별한 피부 증세를 갖고 있는 환자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받는 치료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요새는 별다른 피부 증세가 없더라도 피부가 빠른 시간 안에 맑고 환해지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가능한 간편한 시술이라는 인식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보면 약의 오용과 남용처럼, IPL의 오용과 남용도 존재한다. 그래서 IPL을 시술 받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IPL의 허와 실을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 청담 이지함 피부과 박성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