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아침 결식, 충치 발병률 2.5배 높여
TV 보면서 식사하면 배 차도 계속 먹게 돼
가족끼리는 체형·생김새는 물론 걸리는 병까지 비슷한 경우가 많다.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심장병이 대표적인 병들이다. 사람들은 이를 유전자 탓으로 돌리지만 이런 병의 발병에는 유전자보다 생활습관이 훨씬 중요하게 작용한다. 가족끼리는 같은 생활습관, 특히 동일한 식생활 습관을 공유하므로 걸리는 병도 비슷해지는 것. 결국 부모의 잘못된 식생활 습관이 자녀에게 나쁜 병까지 되 물림 시키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 전체를 조금씩 만성질환으로 유인하는 잘못된 식습관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 아침 거르면 충치발생 확률 2.5배
아침 식사를 거르는 가정에선 아이의 충치 발생률도 높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와 아이오와대 연구팀이 2~5세 어린이 4000명을 조사한 결과, 아침 결식 아이의 충치 발병률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무려 2.5배나 높았다. 심지어 아침에 설탕이 많이 든 음식,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식품을 먹더라도 아침을 거르는 것보다는 충치가 덜 생겼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침 속에는 세균 생성을 막아주는 효소와 호르몬이 많은데, 아침을 거르면 침이 적절하게 분비되지 않아 충치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아침을 거르면 오히려 살이 찐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연구들을 통해 입증됐다. 얼마 전에도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은 아침을 거르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평균 2.27㎏ 많이 나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아침을 거르면 굶주렸던 위장관 세포가 활발히 활동해 음식의 흡수율이 평소보다 높아지고, 허기 때문에 점심 때 포식하기 쉽기 때문이다.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세이상 국민 중 16.7%가 아침을 거른다. 특히 20대의 아침 결식률은 38%, 청소년의 아침 결식률은 23%로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 가족이 함께 식사하면 비만과 약물중독 감소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면 비만도 예방되고 술이나 약물 중독에 빠질 위험도 적어진다.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팀이 9~14세 청소년 1만4000명을 조사한 결과, 가족과 저녁식사를 많이 하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과체중이나 비만이 될 위험이 15% 적었다. 작년 미국 콜롬비아대 국립중독물질남용센터(CASA)가 1000명의 학생과 829명의 학부모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매일 가족과 저녁식사를 한 청소년은 주 2회 이하로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 청소년에 비해 필수 영양소를 더 잘 섭취했고, 술이나 마약을 할 위험도 3배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박민선 교수는“일반적으로 혼자 식사 를 하는 것보다는 여럿이 함께 식사를 하면 행복을 느끼는데 관여하는‘세로토닌’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뇌에서 더 잘 흡수된다”며“청소년이 저녁에 부모와 함께 식사를 하면 부모로부터 칭찬과 같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일찍 귀가하게 돼 비행행동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상적으로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지 못하는 비율은 24.4%며, 특히 13~19세 청소년은 38.6%였다.
■ TV 시청 한 시간, 콜라 한 캔 반 마시는 샘
TV를 보면서 식사하거나, TV 시청이 많은 아이는 살이 찔 확률도 높다. 미국 하버드대 보건학과 교수팀이 평균 11.7세 어린이 548명을 조사한 결과, TV를 1시간 보는 것은 167㎉를 섭취하는 것과 같았다. 이는 하루 열량 섭취 권장량의 9%로 콜라 한 캔 반 정도의 열량이다.
인하대병원 가정의학과 최지호 교수팀은 TV를 하루 2시간 이상 시청하거나 컴퓨터를 1시간 이상 사용하는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식사속도가 빠르고, 음식도 골고루 먹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주말에 컴퓨터를 90분 이상 사용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실제로 비만인 경우가 1.5배 많았다. 최 교수는“TV를 많이 보면 상대적으로 신체 활동과 칼로리소비가 적어지는데다, TV음식 프로그램이나 광고의 영향으로 칼로리 섭취는 더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특히 TV를 보면서 식사를 하면 음식이 아닌 TV에 집중하게 돼 배가 고플 때 나오는‘그렐린’이라는 호르몬의 억제에 대한 감지 능력이 떨어져 배가 다 찼는데도 계속 먹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